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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추미애 특사론’‘한국당 장외투쟁’ … 국민이 정치 못 믿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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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의 6차 핵실험은 한국이 핵인질국으로 전락했다는 뜻이다. 사태가 이렇게 악화된 이유 중의 하나는 지난 20여 년간 무능한 집권세력들의 오락가락한 대북정책 때문이다. 어제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기국회 대표연설에서 “어느 순간 북·미 간, 남북 간 대화가 열리는 장래를 준비해야 하며 이를 위해 북한과 미국 동시에 특사를 파견하자”고 주장했다. 집권당 대표가 우리 국민을 한순간에 혼란과 공포, 불안으로 몰아 간 상대방을 향해 핵실험의 여진이 사라지기도 전에 ‘좀 만나달라’고 사정한 격이다.

어제 추 대표는 연설에서 ‘대화’라는 단어는 12번이나 동원한 반면 ‘규탄’이란 단어는 딱 한 번 사용했다. 추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전에도 “사드를 배치하면 전쟁이 난다”며 북한·중국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해 빈축을 산 적이 있다.

제정신 없는 정치인은 그뿐이 아니다. 홍준표 대표의 자유한국당은 북핵 위기의 와중에 국회를 보이콧하고 장외투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건 또 어느 나라 정당의 사는 법인가. 제1야당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에 맞서 사납게 싸워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시바삐 외출을 중단하고 귀가해야 한다. 핵 문제는 핵 문제대로, 언론 문제는 언론 문제대로 국론을 수렴해야 할 것이다.

지금 국민은 정치권과 정부의 북핵 대응을 믿지 못하고 있다.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도 부족한 상황이다. 집권 세력부터 우리 국민의 생존을 어떻게 지킬지 완전히 새로운 외교안보 설계도부터 내놓기 바란다. 정치권은 북핵 위기를 과장해서도 안 되지만, 그 위험을 축소하거나 은폐해서도 안 된다. 국난(國難)은 외적이 일으키지만 국망(國亡)은 정치가 결정짓는다. 제정신을 잃은 정치 때문에 나라가 망하고 국민이 3류로 추락하는 건 순식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