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아파트 분양가 규제 왜 하나요...분양가 뛰면 주변 아파트값도 들썩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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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Q. 정부가 조만간 아파트 분양가를 규제한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그러면서 나오는 얘기가 ‘분양가 상한제’인데, 이게 뭔지 궁금합니다. “자유 시장경제 국가에서 가격 통제를 왜 하느냐”고 말씀하는 친척도 있습니다. 정부가 왜 분양가 규제에 나서려는지 알고 싶어요.

2년간 서울 아파트값 9% 오를 때 #분양가는 19% 올라 상승세 주도 #땅값+건축비로 가격 묶는 상한제 #민간택지도 적용 쉽게 기준 손질 #주변 시세보다 싸지면 ‘로또’ 우려 #공급 위축돼 집값 되레 오를 수도

분양가 뛰면 주변 아파트값 들썩 … 서민 내 집 마련 힘들죠”

A. 우선 분양가란 말부터 짚고 넘어갈게요. 건설업체가 2~3년에 걸쳐 지은 아파트를 처음 사람들한테 나눠 파는 것이 ‘분양’이고, 그 가격을 ‘분양가’라고 합니다. 분양가는 누가 정할까요. 물건(아파트)을 만드는 회사(건설업체)가 알아서 정하겠죠. 분양가를 너무 높게 책정하면 사려는 사람이 많지 않아, 분양이 잘 안 될 테니 적정 수준을 불러야 합니다. 그런데 교통 등 입지여건이 좋은 아파트는 어떨까요. 워낙 인기가 있다 보니 업체가 분양가를 높여도 곧잘 팔립니다. 그 덕에 건설업체는 큰돈을 벌죠. 그러나 분양가가 뛰게 되면 집 없는 무주택자는 ‘내 집 마련’에서 점점 멀어져 간답니다.

정부가 분양가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40년 전인 1977년 처음으로 분양가를 규제하기 시작했는데, 당시엔 ‘행정지도’를 통해 가격 관리를 했어요. 지방자치단체가 건설사에 분양가를 알아서 낮추도록 권장 또는 경고한 겁니다. 강제성을 띠는 법적 제도가 된 건 노무현 정부 때였습니다. 아파트 ‘고(高)분양가’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2005년 공공택지에 들어서는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 겁니다. 분양가 상한제는 주변 시세와 상관없이 땅값과 건축비를 계산해 분양가를 일정액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땅과 건물의 실제 가치만큼만 가격을 매기라는 얘기죠. 그런데도 가격 불안이 계속되자 2007년에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택지 내 아파트로 확대했답니다.

[박춘환, 김회용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박춘환, 김회용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규제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 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어요. 그 여파로 주택경기가 얼어붙자 이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상한제 폐지론이 힘을 받았고, 오랜 논의 끝에 2015년 4월 민간택지에 한해 상한제가 원칙적으로 폐지됐답니다. 정확히 말하면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뒀습니다.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이 10% 이상 ▶월평균 주택 매매거래량이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평균 청약 경쟁률이 20대 1 이상인 경우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합니다. 그러나 민간택지에 상한제가 적용된 사례가 아직 없을 정도로, 적용 기준이 엄격해 유명무실한 상황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지난 2년여간 서울 강남권(서초·강남·송파구)을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가가 뜀박질했습니다. 강남·서초구에선 3.3㎡당 평균 4000만원이 넘는 고분양가 단지가 잇따랐어요. 문제는 이런 분양가 인상 흐름이 도미노처럼 주변 지역으로 번졌다는 점입니다.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최근 2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9% 올랐는데,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19.7% 상승했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건을 개선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상한제가 실제 시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이달 중 주택법 시행령을 고쳐서 집값 상승률과 청약 경쟁률 등의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겁니다. 과도한 분양가로 인한 시장 불안을 차단하려는 취지로, 이르면 10월에 상한제 대상 지역을 선정할 방침입니다. 정부의 이런 결정엔 높은 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고, 다시 분양가가 더 높아지는 연쇄 반응이 나타난다는 분석이 깔려 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일단 아파트 분양가는 진정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분양가를 구성하는 땅값과 건축비 등을 고려해 일정 수준 이상 받지 못하니 당연하겠죠.

그러나 부작용이 생길 것이란 주장도 많습니다. 건설업계와 학계 일부에선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통제가 주택시장 왜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대표적으로 분양가가 낮아진 만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져 오히려 시세 차익을 기대한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분양을 앞둔 서울 서초구 ‘신반포 센트럴자이’(신반포 6차 재건축)는 시장 예상보다 분양가가 낮게 책정돼 ‘로또’라는 얘기마저 나옵니다. 분양 보증 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압박으로 3.3㎡당 평균 분양가를 4250만원으로 정했는데, 이는 애초에 시장이 전망한 가격보다 3.3㎡당 400만원 이상 낮은 수준입니다. 입주한 지 8년이 넘은 인근 ‘래미안 퍼스티지’가 3.3㎡당 5500만원 전후에 거래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당첨만 되면 억대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팽배한 상황입니다.

주택 공급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수익성은 일반분양가에 좌우합니다. 분양가를 낮추게 되면 분양수입이 줄어 조합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죠. 조합원 입장에선 매력이 떨어지는 셈입니다. 가뜩이나 분양권 전매제한, 조합원 거래 금지 등 규제가 첩첩이 쌓여 있는 마당에 상한제까지 시행되면 사업 추진 동력이 더욱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일각에선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만든 분양가 상한제가 공급 부족 현상을 빚어 결국 집값을 올릴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중복 규제에 대한 비판 의견도 나옵니다. 사실상 HUG를 통해 분양가를 규제하고 있는데, 굳이 ‘상한제 카드’를 꺼내들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정부는 현재 분양승인 권한을 쥔 HUG를 통해 우회적으로 분양가를 관리하는 전략을 써 왔습니다. HUG가 분양보증을 내주지 않으면 자치단체로부터 분양승인을 받지 못해 일반분양에 나설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분양가를 낮추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분양가 규제의 흐름과 도입 배경 등을 알아봤어요. 좀 복잡하다고요. 찬반 양쪽의 주장이 엇갈리는 터라 분양가 상한제를 둘러싼 논쟁은 끝이 없습니다. 정치권이나 학계는 물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분분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장이나 여론 변화에 따라 정책 방향이 바뀌기도 하죠. 정부가 조만간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건을 개선할 텐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뀔지, 주택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네요.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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