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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크와 끝장 승부 … 이·기·호 베테랑 삼총사 신발끈 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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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우즈베키스탄의 분요드코르 보조경기장에서 훈련하는 손흥민(왼쪽)과 이동국. [타슈켄트=연합뉴스]

우즈베키스탄의 분요드코르 보조경기장에서 훈련하는 손흥민(왼쪽)과 이동국. [타슈켄트=연합뉴스]

“이란전은 이미 지나간 일이다. 마지막 한 경기에 모든 걸 쏟아붓자.”

여기는 타슈켄트 #“다음 경기는 없다” 후배들 독려 #1달러에 현지 화폐 4250숨 수북 #식비 계산 때 “숨 세다 숨 넘어갈 뻔” #내일 밤 12시 JTBC 단독 생중계

축구대표팀 최고참인 이동국(38·전북)은 지난 1일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하기 전 선수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5일 밤 12시(한국시간) 타슈켄트에서 우즈베키스탄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0차전(JTBC 단독 중계)을 앞두고 있다. 러시아로 가기 위한 마지막 예선경기다.

한국은 지난달 31일 이란과의 9차전에서 유효슈팅 0개에 그치는 졸전 끝에 0-0으로 비겼다. 경기가 끝난 뒤 주장 김영권(27·광저우 헝다)이 “관중의 응원 소리가 커서 선수들끼리 소통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가 축구 팬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노장들이 나섰다. 미드필더 염기훈(34·수원)은 3일 “선배들이 앞장서서 뛸 테니 너희들도 따라와라. 다음 경기는 없다”고 후배들을 독려했다. 공격수 이근호(32·강원)도 “정신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26명의 엔트리 선수 중 11명만 경기에 나설 수도 있다. 내가 뛰든 못 뛰든 팀에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이동국과 염기훈·이근호 등 베테랑 3인방이 뛴 A매치 수를 합하면 모두 232경기다. 3명의 선수가 총 56골을 합작했다. 한국 축구의 명운이 걸린 마지막 경기에선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장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승점 14)은 우즈베크를 꺾으면 조2위로 본선에 진출한다. 비기면 3위 시리아, 4위 우즈베크(승점 12점)와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한다. 신태용(47) 대표팀 감독은 “무승부보다는 무실점으로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2900만 명 인구의 우즈베크도 승리에 대한 염원이 간절하다. 우즈베크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이란·한국에 밀려 3위에 그쳤다. 요르단과의 플레이오프에선 승부차기 끝에 8-9로 져서 탈락했다. 우즈베크 호텔 직원 이고르 알리는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우즈베크가 한국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일 한국대표팀이 훈련을 한 분요드코르 경기장 인근에서는 관리인이 양을 도축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우즈베크 전통 명절인 쿠르반 하이트를 맞아 양을 잡는 풍습이지만, 동시에 우즈베크의 승리를 기원하는 의식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은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우즈베키스탄에서 환전한 현지 화폐. [박린 기자]

우즈베키스탄은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우즈베키스탄에서 환전한 현지 화폐. [박린 기자]

우즈베크는 최근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미국 달러를 현지 화폐 ‘숨’으로 환전하면 수북한 돈뭉치를 준다. 화폐 가치가 폭락해 환율이 호텔에선 1달러에 4250숨, 불법 암시장에선 7600숨이다. 가방에 수북한 돈뭉치를 넣고 다녀야 한다. 식당에서 계산을 할 때는 “숨(우즈베크 화폐)세다가 숨 넘어갈 뻔했다”는 농담이 나온다.

경제 불황을 겪고 있는 우즈베크 국민들에게 축구는 최고의 오락이다. 우즈베크-한국전이 열리는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 입장할 수 있는 3만4000장의 티켓은 거의 다 팔렸다. 가격은 5만 숨(약 1만1000원)이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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