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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거기 어디?]아, 이젠 터키 샌드커피까지 마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에 눈에 띄는 게시물이 하나 나타났다. 분명 커피인데 큰 철판에 담아 놓은 모래 위에 은색 주전자를 휘휘 돌려 끓여 만드는, 생소한 방식의 커피다. 신기한 모습에 인스타그래머들은 커피 만드는 모습을 사진으로 영상으로 앞다퉈 찍어 올린다.

서울에서 터키 커피를 만날 수 있는 곳. 서울 가로수길에 있는 카페 '논탄토'다.

서울에서 터키 커피를 만날 수 있는 곳. 서울 가로수길에 있는 카페 '논탄토'다.

정체부터 밝히자면 이 신기한 커피는 얼마 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문을 연 카페 ‘논탄토’의 터키식 커피다. 2017년 7월 중순 처음 문을 열고 2주 동안은 무료로 커피를 주거나 1+1 증정 이벤트를 하는 등 홍보 기간으로 삼았다.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한 지 이제 겨우 한달 째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벌써 인스타에는 모래 위에 주전자를 돌리는 사진이 400개 넘게 올라와 있다.
모래로 커피를 끓이다니 영상은 물론 사진만 봐도 궁금증이 생긴다. 커피 매니어가 아니더라도 특이한 방식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든다. 그래서 9월 1일 오후 직접 찾아가봤다.

가로수길 안쪽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논탄토. 심지어 간판도 없는데 사람들이 용케 알고 찾아간다.

가로수길 안쪽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논탄토. 심지어 간판도 없는데 사람들이 용케 알고 찾아간다.

논탄토는 가로수길 안쪽 깊숙한 곳에 있다. 메인도로에서 토마토출판사 쪽으로 5~7분 더 걸어 올라가야 한다. 요즘 잘 나가는 카페에는 모두 간판이 없다더니 이곳 역시 간판이 없어 찾는 데 애를 먹었다. 가게 창문으로 인스타에서 봤던 모래판을 보지 못했더라면 그냥 지나칠뻔했다.

가게 입구에 가까이 가면 인스타에서 본 모래판이 나온다.

가게 입구에 가까이 가면 인스타에서 본 모래판이 나온다.

인스타로 이미 여러 차례 봤는데도 섭씨 300도로 뜨겁게 달궈진 모래에서 커피 끓여 내는 모습은 참 신기하다. 스테인레스로 만든 터키식 커피 추출용 주전자 ‘체즈베’로 끓이는데, 이 기구에서 이름을 따 메뉴 이름도 ‘체즈베 블랙’(4500원)이다. 이름이 어려워 사람들은 모래로 끓인다는 의미로 그냥 ‘샌드커피’란 별명으로 더 많이 부른다.

섭씨 300도로 달궈져 있는 모래 위에 터키식 커피 추출도구인 '체즈베'로 커피를 끓여 낸다.

섭씨 300도로 달궈져 있는 모래 위에 터키식 커피 추출도구인 '체즈베'로 커피를 끓여 낸다.

일반 커피처럼 끓인 물을 부어 커피를 우려내는 게 아니라 체즈베 안에 커피가루와 물을 넣고 함께 끓인다. 체즈베 안에 물과 커피가루를 넣은 후 막대로 저어 모래 위에 올려두자 얼마 지나지 않아 커피가 보글보글 끓어 올라오는 게 보인다. 가끔씩 체즈베를 모래 위에서 휘휘 몇 번 돌려주는데 이는 체즈베 안에 열이 고르게 퍼지게 하기 위해서다.

모래 위에 '체즈베'를 조금만 놔둬도 커피가 부글부글 끓어 오른다.

모래 위에 '체즈베'를 조금만 놔둬도 커피가 부글부글 끓어 오른다.

터키식 커피는 원두가루를 걸러내지 않고 함께 마신다. 일반 커피보다 걸쭉하고 풍부한 맛이 난다.

터키식 커피는 원두가루를 걸러내지 않고 함께 마신다. 일반 커피보다 걸쭉하고 풍부한 맛이 난다.

일반 커피와 다른 점이 하나 더 있다. 끓인 원두가루를 버리지 않고 함께 마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커피잔에 따라낸 커피는 에스프레소의 하얀 크레마 대신 초콜릿색 커피가루가 수면 위에 가득 떠 있다. 원두를 함께 마시니 일반 커피보다 초콜릿 카카오 같은 단맛과 함께 깊고 풍부한 맛이 난다. 원두를 먹는 게 부담스러운 사람은여과종이에 가루를 한번 거른 ‘체즈베 브루잉’ 메뉴를 시키면 된다.

가로수길 '논탄토' #300도 모래로 끓이는 샌드커피 #커피가루 함께 마셔 묵직하고 깊은 맛 #문 연지 한달에 벌써 손님 북적

원두를 함께 먹기 부담스러운 사람을 위해 여과지로 한번 더 걸러낸 메뉴도 있다.

원두를 함께 먹기 부담스러운 사람을 위해 여과지로 한번 더 걸러낸 메뉴도 있다.

이곳은 10년 경력의 바리스타 김광수 사장이 제대로 된 아날로그 커피를 만들고 싶어 만든 곳이다. 몇몇 작은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매일 기계로 커피를 추출하는 일을 하다보니 이상하게 손으로 일일이 정성 들여 만드는 커피를 만들고 싶어졌단다. 그러면서도 일반 핸드드립과는 다른 특색 있는 커피를 찾다 찾아낸 게 터키 커피였다.

매장 안 프로반 로스팅 기계. 100년 역사를 가진 명품이다.

매장 안 프로반 로스팅 기계. 100년 역사를 가진 명품이다.

커피 맛에 욕심을 내 수천 만원을 호가하는 ‘프로반’의 로스팅 기계도 가게 한쪽에 들여놨다. 이 기계로 좋은 품질의 콜롬비아, 케냐, 이디오피아 원두를 직접 로스팅해 커피를 끓이니 맛이 안 좋을 수가 없겠다 싶다. 로스팅한 원두는 100g씩 따로 포장해서 판매도 한다.
터키식 블랙 커피 외에 골든 크림 라테(6500원)가 인기다. 전날 미리 만들어 하루 동안 숙성시킨 라테 베이스 위에 그날 만든 비엔나크림을 올려내는데 적당히 달콤하면서도 부드럽고 풍부한 맛이 아주 좋다.

콜롬비아, 이디오피아, 케냐의 3가지 원두와 논탄토 블랜딩 원두를 판매한다.

콜롬비아, 이디오피아, 케냐의 3가지 원두와 논탄토 블랜딩 원두를 판매한다.

카페 이름 '논탄테'는'너무 지나치지 않게'란 의미의 음악 용어에서 따왔다. 김 사장이 평소에 좋아하는 말이란다.

카페 이름 '논탄테'는'너무 지나치지 않게'란 의미의 음악 용어에서 따왔다. 김 사장이 평소에 좋아하는 말이란다.

담백하면서도 진하고 풍부한, 그러면서도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안정감 있게 균형 잡힌 맛. 논탄토의 커피 맛이 그랬다. 터키 커피 집이니 카페 이름도 터키 단어에서 따오지 않았을까 싶지만 이탈리아어다. 논탄토(non tanto)는 '너무 지나치지 않게’란 뜻의 음악 용어로, 생각할수록 카페와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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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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