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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최재식의 연금 해부하기(7) "균등이냐? 낸 만큼 받느냐?" 공정 연금의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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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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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안 하고 노는 사람은 연금 다 주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 연금은 깎는 게 도대체 어느 나라 법이냐?” “그럼 너도 놀아!”

개인 기여와 재분배 함께 고려해야 #연금감액제, 근로의욕 떨어뜨릴 수도

바우씨와 연금수급자 친구들 간에 언쟁이 오갔다. 일이란 돈을 버는 목적도 있지만 ‘인정과 재미’로 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부양의 책임을 다한 은퇴자들이 그렇다. 연금제도도 이렇게 일하면서 소득 조금 생겼다고 무조건 연금을 정지하지는 않는다.

국민연금의 경우에는 전체 가입자의 평균 소득월액을 초과하는 소득이 있는 경우 수급개시 연령부터 5년 동안 일정률을 감액한 연금을 지급한다. 연령별 차등 감액 비율을 적용하다 2015년 7월 29일 이후 수급권 취득자부터 소득구간별 차등 감액으로 변경됐다. 감액 한도는 노령연금의 2분의 1이다.

공무원연금의 경우에는 전액 정지와 일부 정지가 있다. 연금수급자가 공무원, 군인, 사립학교 교직원으로 다시 임용된 경우 연금이 전액 정지된다.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도 전액 정지다.

국가가 전액 출자·출연한 공공기관 임직원 등으로 재직하면서 전체 공무원 평균소득의 1.6배 이상의 소득이 있는 경우도 연금이 전액 정지된다. 민간부문 등에서 소득이 있는 업무에 종사하면서 ‘전년도 평균연금월액’을 초과하는 소득이 있는 경우엔 연금액의 2분의 1 범위 안에서 일부 정지된다.

공무원연금, 소득 있는 한 평생 정지 

공적연금의 구체적 개혁방안과 쟁점 논의를 위한 공무원연금 실무기구 4차회의가 국회에서 열렸다.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오른쪽)이 발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공적연금의 구체적 개혁방안과 쟁점 논의를 위한 공무원연금 실무기구 4차회의가 국회에서 열렸다.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오른쪽)이 발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공적연금제도가 노후 소득상실에 대비해 도입됐다는 취지에서 보면 소득이 있는 사람에 대한 연금 감액은 타당하다. 그러나 이 제도가 지나치면 노년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민연금은 연금 개시 후 5년 간만 정지함으로써 점진적 은퇴를 유도하는 측면이 있지만, 공무원연금처럼 연금정지 대상 소득이 있는 한 죽을 때까지 계속 연금을 정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보험료는 같이 냈는데 소득 있다고 평생 연금을 깎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퇴직 후에도 무엇인가 해보려고 노력하는 노년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정책은 잘못됐다. 인생이 100살까지 길어졌는데 말이다.

공적연금 재분배..소득 격차 해소 및 개인의 권리 균형 잡혀야

“보험료 낸 것에 상응하는 연금을 받는 게 당연하지 않아?” “내 말이. 재분배가 필요하면 세금으로 하면 되지 보험료를 많이 낸 사람이나 적게 낸 사람이나 연금은 평균해서 준다는 게 말이 돼?”  연금 받는 바우씨와 그의 친구들이 연금 재분배에 대해 불평을 쏟아냈다.

제주 해녀에게는 ‘개석’이라는 전통이 있다. 물질이 끝나면 ‘대상군’이나 ‘상군’ 해녀가 ‘똥군’ 해녀의 망사리에 자신이 잡은 해산물을 한 움큼씩 넣어주는 전통이다.

해녀 사회는 대상군, 상군, 중군, 하군, 똥군으로 구분되는 엄격한 계급 사회이자 철저한 능력 중심의 사회다. 임현동기자

해녀 사회는 대상군, 상군, 중군, 하군, 똥군으로 구분되는 엄격한 계급 사회이자 철저한 능력 중심의 사회다. 임현동기자

사실 해녀 사회는 대상군, 상군, 중군, 하군, 똥군으로 구분되는 엄격한 계급 사회이자 철저한 능력 중심의 사회다. 능력 중심 사회에서 ‘개석’ 문화는 공정한 분배로서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가 크다.

과연 공정한 연금이란 무엇일까? 모두에게 균등한 연금인가, 아니면 낸 만큼 받아가는 연금인가? 먼저 자유주의 사회라면 개인 기여의 몫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공정한 연금이란 모두에게 균등한 연금이 아니다.

하지만 보험료를 낸 만큼 그대로 연금을 다주면 부자와 빈자 사이에 사회적 불평등 문제가 생긴다. 이것도 공정한 연금이라 할 수 없다. 그래서 공정한 연금이란 개인의 기여와 적절한 재분배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

국민연금의 재분배는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월액(A)’과 ‘본인의 소득월액(B)’을 평균해 연금을 산정함으로써 이뤄진다. ‘A=B’인 중위소득자는 본인소득이 그대로 연금에 반영돼 재분배가 발생되지 않는다. 전체가입자 평균소득보다 본인소득이 낮은(A>B) 경우는 본인소득을 기준으로 했을 때보다 많은 연금을 받는다. 

공무원연금은 원래 소득비례 연금이었으나 2016년부터 재분배 제도가 도입됐다. 2016년 이후 재직기간의 연금을 산정할 때 지급률 1% 부분에 대해 재분배를 적용한다.

소급적용을 하지 않기 위해서 종전기간은 개인소득 비례로 계산하고, 지나친 재분배를 막기 위해 1.9%에서 1.7%로 인하되고 있는 재직연수 매 1년당 연금지급률 중에서 국민연금 수준인 1%에 대해서만 재분배를 한다. 재분배는 최소한의 기본연금에 그치고, 그 이상의 실질적 보장 부분은 소득비례로 남겨뒀다.

재분배 지나치면 연금 하향평준화


“그래요. 뭐 공동선을 위해 연금 재분배는 인정하죠. 그런데 왜 연금을 산정할 때 내 실제소득을 다 인정하지 않는 거죠?” 연금수급자 바우씨의 젊고 유능한 후배들의 불평이다.

국민연금은 보험료 납부와 연금 산정을 위한 기준소득월액에 상‧하한선이 있다. 2017년 7월 현재 29만 원이 하한이고, 449만 원이 상한이다. 소득상한 설정은 최대치를 줄여 제도 가입자간의 연금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한 ‘미니맥스(minimax) 전략’이다.

자녀들 소득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 지정 못 받는 임종구 할아버지. [중앙포토]

자녀들 소득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 지정 못 받는 임종구 할아버지. [중앙포토]

기본생활비 보장이 목적인 연금제도에서 실제소득을 다 반영할 필요는 없지만, 지금의 소득상한은 너무 낮다. 수익비가 1을 넘는 제도에서 소득상한을 높이면 연금재정이 더 나빠질 테니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이것에 발목 잡혀 연금이 제대로 된 구실을 못한대서야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최저임금에도 턱 없이 못 미치는 월 29만원의 하한선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이 소득에서 무슨 보험료를 뗀단 말인가. 스스로 먹고 살 능력이 없는, 자격 있는 빈자(deserving poor)에게 보험료 부담 없이 지급하는 기초연금에 맡기는 게 좋다.

공무원연금은 원래 기준소득의 상·하한 없이 실제 소득을 모두 연금에 반영했다. 공무원의 보수라는 게 민간과 달리 아주 많거나 아주 적은 경우가 없어서다. 그런데 근래에 전체 공무원 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의 1.6배를 상한으로 설정했다. 일부 고위직 공무원의 연금이 지나치게 많다는 비판 때문이다.

최재식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silver2061@hanmail.net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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