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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그린 극장간판, 아날로그는 살아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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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1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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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광주극장 개장 80주년을 기념해 그린 관객 가족도. 광주극장을 사랑하는 단골 관람객들을 영화 간판으로 그렸다.

2015년 광주극장 개장 80주년을 기념해 그린 관객 가족도. 광주극장을 사랑하는 단골 관람객들을 영화 간판으로 그렸다.

극장 양쪽에 손으로 그린 영화 간판이 걸려 있고 실제 상영하는 영화 포스터는 작게 걸려 있다.

극장 양쪽에 손으로 그린 영화 간판이 걸려 있고 실제 상영하는 영화 포스터는 작게 걸려 있다.

박 화백이 그린 영화 간판들. ‘범죄와의 전쟁’(2012), ‘시네마 천국’(1988), ‘만추’(1966), ‘투캅스’(1993),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영자의 전성시대’(1975). 박 화백이 간판을 그리기 이전 것들은 극장 개장 80주년 전시를 위해 다시 그린 작품들이다.

박 화백이 그린 영화 간판들. ‘범죄와의 전쟁’(2012), ‘시네마 천국’(1988), ‘만추’(1966), ‘투캅스’(1993),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영자의 전성시대’(1975). 박 화백이 간판을 그리기 이전 것들은 극장 개장 80주년 전시를 위해 다시 그린 작품들이다.

1992년 미대를 졸업한 박태규씨는 큰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극장 앞에서 ‘주인공이 닮았다느니, 안 닮았다느니…’ 재잘거리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소리를 뒤로 하고 극장 미술실로 들어갔다. 잘할 자신이 있었고 운명처럼 느껴졌다.

박씨는 허드렛일부터 시작했다.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다. 어깨너머로 배우다 차츰 인정받기 시작했다. 박씨는 물 만난 고기처럼 그림을 그려 댔다. 90년대 중반에는 광주 시내 다른 극장의 간판을 그리러 원정을 가기도 했다. 간판만 잘 그리면 될 줄 알았는데

세상 변하는 걸 모르고 있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컴퓨터 실사 출력 간판이 일반화되면서 사람이 직접 그리는 간판을 거는 극장은 거의 사라졌다. 박 화백은 지금 ‘간판장이’를 내려놓고 화가로 살아가고 있다. 일 년에 딱 한 번, 간판을 교체할 때만 ‘간판장이’로 돌아온다.

82년의 역사를 가진 광주극장은 아직도 극장 양쪽에 상영작과 관계없이 손으로 그린 간판을 내걸고 있다. 올해는 ‘2017 영화간판 시민학교’를 열어 시민들과 함께 간판을 그리고 있다. 서툰 학생들의 솜씨에도 불구하고 영화 간판을 그리러 찾아와 준 시민들이 고마운지 박 화백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박 화백은 “영화 간판은 전하는 메시지가 분명하고 가장 쉽게 시민들과 소통하게 해 준다”며 “그릴 수 있는 장만 마련된다면 언제까지라도 간판장이로 남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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