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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찾던 방송의 날 기념식, 올해는 총리도 문체부 장관도 불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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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기로 한 총리는 오지 않았다. 주무 장관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유영민 과학기술정통부 장관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행사장 입구는 4일 총파업을 예고한 MBC와 KBS 노조원들이 검은색 마스크를 쓴 채 가로막고 서 있었다. MBC 김장겸 사장에 대한 법원의 체포영장이 발부돼 어수선한 가운데 김 사장과 KBS 고대영 사장,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 등 공영방송사들의 수뇌부가 행사장을 드나들 때 노조원들은 항의하며 막아섰다. 그 과정에서 노조 측과 회사 측 인사들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의 대통령 축사를 대독했다.

방통위원장이 읽은 대통령 축사 #“공영방송 책임 … 정부 의지 확고” #민주당, KBS·MBC 출연 거부

‘방송 90주년’을 맞아 1일 오후 여의도 63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회 방송의 날’ 기념식의 모습이다.

당초 기념식에 참가해 대통령 축사를 대독하기로 한 이낙연 총리는 갑작스럽게 일정을 취소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공영방송의) 파업 문제도 있는 상황이라 기념식에 가는 게 적절한가에 대한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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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인사들도 대거 불참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는 물론 정세균 국회의장도 별도의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도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

총리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의 기념식 불참은 사실상 현 공영방송 경영진에 대한 정부의 개혁 요구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더구나 10년 주기의 방송의 날 기념식은 그간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였다. 2007년 방송 80주년 때는 노무현 대통령이, 1997년 70주년 때는 김영삼 대통령이 참석해 방송계 인사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당초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 문제를 아예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대통령 축사는 단호했다. 총리 대신 대통령 축사를 대독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방송법은 공영방송의 책임과 역할을 중요하고도 무겁게 규정하고 있다. 정부의 의지와 철학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또 “국민 외의 어떠한 권력으로부터도 (방송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겠다. 국민만을 위한 방송을 만들 자유, 공정한 방송을 향한 방송인들의 열망을 소중히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소속 의원들에게 KBS·MBC 노조 파업 기간 중 KBS·MBC 방송 출연과 인터뷰 등에 응하지 않을 것을 요청했다. 두 방송 노조의 파업을 지지한다는 뜻이다. 추 대표와 우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영화 ‘공범자들’을 소속 의원들과 함께 봤다. 영화는 지난 정부에서 공영방송이 홍보 도구로 전락했다는 내용이다. 우 원내대표는 “공영방송에 개입하려는 것이 아니라 제자리로 돌아가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병건·노진호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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