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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국민 왕세자빈” … 윌리엄·해리 곁에 살아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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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다이애나가 1987년 8월 스페인 마요르카섬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어린 윌리엄과 해리 왕자와 함께 왕궁 앞 계단에 앉아 있는 모습.[AP=연합뉴스]

다이애나가 1987년 8월 스페인 마요르카섬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어린 윌리엄과 해리 왕자와 함께 왕궁 앞 계단에 앉아 있는 모습.[AP=연합뉴스]

31일(현지시간) 사망 20주기를 맞은 다이애나 영국 전 왕세자빈의 생전 거처였던 런던 켄싱턴궁 앞에는 시민들의 추모 발걸음이 이어졌다. 다이애나는 찰스 왕세자와 이혼 후 비운의 죽음을 맞은 불운했던 인물로 꼽힌다. 하지만 BBC 등 현지 언론들은 다이애나의 생전 활동과 아들 윌리엄(35) 왕세손, 해리(33) 왕자에게 끼친 영향이 커 "여전히 국민 왕세자빈”으로 대중들의 가슴속에 남아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이애나 20주기 … 런던 추모 물결 #생전 왕실 금기 허물며 대중과 소통 #에이즈·한센병 환자 주저 없이 악수 #두 아들, 어머니처럼 적극 자선활동 #기일 맞아 켄싱턴궁 찾아가 헌화

다이애나는 20년 전 프랑스 파리 센 강변 도로를 달리다 터널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졌다.

윌리엄과 미들턴 왕세손 부부와 해리 왕자는 기일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오후 켄싱턴궁을 찾았다. 이들은 흰 장미와 물망초 등으로 조성된 ‘화이트 가든’에서 다이애나를 추모했다. 윌리엄과 해리는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꽃다발을 건네받아 다이애나의 사진 앞에 내려놓기도 했다.

다이애나의 경호원이었던 캔 와프는 “다이애나의 유산은 윌리엄과 해리를 통해 여전히 생생히 남아 있다”며 “두 왕자가 보여주는 모습은 1980년대 왕실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의 아들인 윌리엄 왕세손(사진 왼쪽)과 해리 왕자가 런던 켄싱턴궁에서 어머니를 추모하면서 꽃을 내려놓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달 30일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의 아들인 윌리엄 왕세손(사진 왼쪽)과 해리 왕자가 런던 켄싱턴궁에서 어머니를 추모하면서 꽃을 내려놓고 있다.[AP=연합뉴스]

다이애나는 왕실의 금기를 허문 왕세자비로도 유명하다. 그는 87년 런던 미들섹스 병원에 처음으로 에이즈 클리닉을 여는 데 기여했다. 또 에이즈 환자들과 주저 없이 악수하는 장면을 보여줘 단순 신체 접촉으론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세계에 알렸다. 해리 왕자는 어머니의 뜻을 이어 현재 에이즈의 위험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다이애나는 생전에 노숙자 숙소를 자주 방문했고, 거리에서 잠자는 이들과의 접촉도 꺼리지 않았다. 두 왕자와 함께 이들을 만나기도 했다. 윌리엄 왕세손은 지금도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한 캠페인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이애나는 해외에서도 활발한 자선활동을 벌였다. 인도네시아·인도·네팔·짐바브웨 등을 찾아 한센병 환자들의 손을 잡으며 지원 활동에 힘을 보탰다. 영국한센병지원협회 피터 와덥은 “다이애나는 한센병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며 “하지만 불행히도 그의 사망 이후 한센병은 다시 잊힌 질병이 됐다”고 허핑턴포스트에 말했다. 다이애나가 대중의 관심을 끌었던 또 다른 이유는 그의 파격적인 행보 때문이었다. 그는 작고한 가수 프레디 머큐리와 함께 남성 복장을 하고 유명한 게이바를 찾기도 했다.

이처럼 금기를 깼던 다이애나는 두 왕자의 교육에서도 기존 왕실 규범과는 다른 면모를 보였다. 와프는 “다이애나는 윌리엄과 해리 왕자를 데리고 궁 밖 번화가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시민들 사이에서 식사를 하곤 했다”며 “또 수퍼마켓 등에서 냉동 버거를 사다가 아들들에게 직접 조리하도록 시켰는데 이는 모두 교육의 일환이었다”고 말했다.

CNN은 “이런 다이애나의 노력으로 인해 영국 왕실이 21세기에 걸맞은 왕실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윌리엄과 해리는 지난 2월 마라톤 동호회원들과 함께 달리기 경주를 벌이며 자선모금을 하는 등 대중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CNN은 다이애나가 왕실 구성원으론 처음으로 사적인 감정을 대중에게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다이애나는 찰스와의 결혼 생활에 문제가 생긴 이후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의 정신적 고통을 고백하기도 했다.

어머니에 대해 윌리엄은 ITV 다큐멘터리에서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웃음과 재미를 즐겼던 어머니가 살아 있었다면 (손주들을 놀리는) 악몽 같은 할머니가 됐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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