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삼면초가’ 중3 … ① 교과 새로 ② 수능 따로 ③ 재수 땐 수능 새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표류하는 교육 정책 … 교실은 혼란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능 개편안의 1년 유예를 발표하고 있다.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은 2021학년도 수능에서 현행 체제와 동일하게 시험을 치르게 됐다. [임현동 기자]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능 개편안의 1년 유예를 발표하고 있다.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은 2021학년도 수능에서 현행 체제와 동일하게 시험을 치르게 됐다. [임현동 기자]

현재 중3이 치르는 대입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개편하기로 한 계획을 교육부가 31일 철회했다. 대신 개편되는 수능으로 첫 시험을 보는 대상을 현재 중2로 바꿔 적용 시기를 1년 늦추기로 했다. 수능 개편안 확정을 위한 준비에 1년을 더 들여 내년 8월에 수능 개편을 포함해 대입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① 통합사회·과학 만들어 내신 부담 #수행평가 중심으로 성적 매기기로 #② 현행 수능 2021학년도까지 유지 #신설 통합사회·과학은 시험 안 봐 #③ 개편 수능은 현재 중2부터 응시 #현 중3 재도전 땐 새 제도 따라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중3이 치를 2021학년도 대입에선 현행 수능(영어·한국사만 절대평가)이 그대로 유지된다.

수능 개편을 1년 미룬 교육부는 다음달 고교·대학 관계자, 학부모, 정부가 참여하는 ‘대입정책포럼’(가칭)을 구성하기로 했다. 포럼에선 수능 개편, 학생부 종합전형 개편 등 대입제도의 전반적 개선을 논의하게 된다. 김 부총리는 “대입뿐 아니라 고교학점제, 내신 성취평가제 등 고교 교육 전반에 대한 새 정부의 개혁 방안을 내년 8월까지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당초 교육부는 현재 중3이 고교에 가면 새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하게 되는 만큼 이에 맞춰 이들이 보는 수능을 개편할 계획이었다. 지난 10일 개편 시안으로 1안(일부 과목 절대평가)과 2안(전 과목 절대평가)을 공개하고, 이 중 하나를 이날까지 채택하겠다고 공언했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급선회한 이유에 대해 김 부총리는 “여론 수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교육철학을 반영한 종합적 교육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 학생부 종합전형 등을 포함한 전반적 대입제도 개편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부가 개편 시안을 공개한 이후 교육계는 둘로 쪼개졌다. 네 차례의 공청회에선 각각의 안을 주장하는 참석자들 간에 고성이 오갔다. 지지율 하락을 우려한 청와대와 여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17일 한국갤럽의 ‘정부 출범 100일 평가’ 여론조사에서 외교·복지 정책은 응답자의 65%가 지지를 밝힌 반면 교육 정책 지지율(35%)은 절반에 불과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종합계획을 내놓겠다고 한 내년 8월까지의 의견 수렴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송인섭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워낙 첨예한 문제라 사실 논의를 1년 정도 연장한다고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대입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수정하려면 관련 연구에만 2~3년이 걸릴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가장 당혹스러운 이들은 중3 학생과 학부모다. 교육부가 개편 수능 적용을 1년간 유예하면서, 새 교육과정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고교 현장에 적용키로 했기 때문이다. 고교 교사와 입시 전문가들은 현 중3 학생들이 ▶생소한 새 교육과정에 대한 적응 부담 ▶내신과 수능의 이중 준비 ▶졸업 이후 대입 재도전(재수) 시 수능 개편으로 인한 불리함 등의 ‘삼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고 걱정했다.

현 중3은 새 교육과정에 따라 신설되는 통합사회·통합과학 등 학교 성적(내신)의 부담은 커졌다. 평가 방식도 수행평가 등 과정 중심 평가 위주로 바뀐다. 반면 수능은 현행처럼 사회탐구, 과학탐구에서 2개 과목을 선택해 치러야 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기존 고교생은 5개 과목(국·영·수·탐구 2개) 공부에 집중했다면 현 중3은 5개 과목에 통합사회·통합과학까지 7개 과목을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편 수능의 1년 유예로 중3 대신 새 수능의 첫 적용 대상이 될 중2도 걱정이 커졌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중2는 고교학점제, 내신 절대평가 등 변화가 예상되는 요인이 많아 혼란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만·전민희·정현진 기자 sa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