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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앵커, 13년 진행한 '시선집중'에서 하차하게 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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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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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앵커가 2000년부터 13년간 진행한 라디오 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하차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MBC PD가 털어놨다.

박건식 전 MBC PD협회장은 지난 2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손 앵커와 지난 2015년 언론정보학회에서 만나 '시선집중' 프로그램을 그만두게 된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박 전 PD협회장에 따르면 백종문 당시 편성제작 본부장(현 MBC 부사장)이 '시선집중' 제작진과 간부, 라디오국 간부 등 손 앵커 주변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다고 한다.

손 앵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어 휘문고 후배인 백 본부장을 만나 "불만이 있으면 차라리 나에게 이야기하라"며 '시선집중'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박 전 PD협회장은 전했다.

그는 "손 앵커가 '시선집중을 살리려면 후임은 한 명밖에 없다고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며 "누구냐고 물으니 '유시민'이라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 소속 라디오국 PD 또한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박정욱 PD는 지난 24일 제작 거부 입장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이 있었다. 오랫동안 '시선집중'의 고정 출연자로 나왔던 김종배씨가 윗선의 압박으로 인해 하차하게 되면서 난항을 겪게 됐고 배우 김여진의 출연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시선집중' 토요일 방송이 제작진과 진행자인 손 앵커와 상의도 없이 갑자기 폐지됐고, 손 앵커는 보직 부장 면담을 통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후 두 달 뒤 MBC를 떠났다"고 덧붙였다.

손 앵커는 지난 2013년 5월 10일 '시선집중' 마지막 방송에서 "제가 30년동안 일해왔던 문화방송이 이제 새출발을 하려하고 있다. 오랜 고민 끝에 저도 이제 문화방송에서의 제 역할은 여기까지다 결론 내리게 됐다"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도 있듯이 제가 하고있는 '손석희의 시선집중'도 이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할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3년 동안 정말 쉼없이 새벽을 달려왔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저의 평소 생각이기도 했다"며 "최선을 다해서 제가 믿는 정론의 저널리즘을 제 의지로 한번 실천해보고 훗날 좋은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시선집중'은 신동호 MBC 아나운서 국장이 진행하고 있다. MBC 아나운서 27명은 지난 22일 출연중단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신동호 국장의 사퇴를 주장했다. 이후 청취자 게시판이 신 국장을 향한 비난으로 도배되자 '시선집중' 공식 홈페이지에서 청취자 게시판이 삭제됐다.

한편 MBC와 KBS 노조는 다음달 4일부터 동시 총파업에 들어간다. MBC에서는 400명 이상의 기자·PD·아나운서 등이 제작중단에 참여하고 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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