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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저 요리사 밤 9시 통금, 운전 못한다고 구타…국방부, 외교부 등 갑질 57건 적발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군 지휘관의 ‘갑질 논란’을 빚은 공관병 제도를 10월까지 폐지하기로 했다. 테니스병과 골프병, 경찰 간부 차량을 운전하는 의경도 즉각 철수키로 했다. 이에 따라 10월까지 군과 경찰에서 복무중인 공관병 등 539명이 일반 업무 등으로 전환 배치된다.

총리실, 45개 중앙행정기관 갑질 실태조사 #국방부ㆍ외교부ㆍ문체부ㆍ경찰청 4개 기관 적발 #공관병ㆍ골프병ㆍ테니스병, 경찰 간부 운전의경 폐지 #군과 경찰 복무 중 539명, 10월까지 일반 업무 등 전환 #이낙연 총리 "갑질 행태 관행적, 처벌 강화"

이낙연 국무총리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공관병 등에 대한 갑질 행태 점검 결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보고받고 관련 대책을 시행하기로 의결했다. 이 총리는 “공관병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등 문제 소지를 없애겠다”며 “갑질을 예방하고 처벌을 강화하도록 공무원 행동강령과 기관별 운영규정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 [중앙포토]

이낙연 국무총리. [중앙포토]

앞서 지난 8일 이 총리는 모든 부처에 대한 갑질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 부부의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이 불거진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총리는 “8월에 모든 부처가 자체 점검을 실시하고 총리실이 불시 점검한 결과, 국내는 물론 해외 공관과 관사에서 갑질 행태가 관행적으로 많이 이루진 것으로 드러났다”며 “경찰 관사에 의경을 전원 철수하고, 호출벨 사용을 금지하는 등 즉시 조치가 가능한 것은 바로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45개 중앙행정기관의 공관, 관사 근무자 등 6282명을 대상으로 갑질 피해를 점검한 결과 총 57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ㆍ적발됐다. 국방부와 외교부 재외공관, 문체부 해외문화홍보원, 경찰청 등 4개 기관에서다.

국방부에서는 관사 내 가구 제작과 축구 골대 제작, 부대장 텃밭 나물 채취, 대학원 과제물 지시 등의 사례가 접수됐다. 운전병을 운전 미숙을 이유로 꼬집거나 주먹으로 구타한 경우도 있었다.

외교부 재외공관에서는 공관장이 주말에 사적 용무를 시키거나 저녁시간에 관저의 비품 수리를 지시하기도 했다. 관저 요리사에게 밤 9시까지 통금시간을 지정하고 휴무일에 외박을 제한한 사례도 있었다.

문체부 해외문화홍보원에서도 개인 휴가 예약이나 차량 점검을 지시하고, 사적 용무에 관용차 운행이나 통역을 시켜 불만을 샀다. 경찰청에서도 간식 구입이나 음식 배달과 같은 사적인 심부름이 피해 사례로 신고됐다. 이들 기관에선 인격 모독 언행이나 폄하 발언, 인신공격 등의 피해 사례도 다수 접수됐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10월까지 공관병 122명을 전투부대 등으로 전환 배치하기로 했다. 테니스장과 골프장 인력 59명은 즉각 철수키로 했다. 경찰청은 서장급 이상에 배치되었던 지휘관 전속 운전 의경 346명을 다음달 중 일반 업무 등에 전환시키기로 했다. 경찰 간부 관사에 배치된 부속실 의경 12명은 이달 2일까지 전원 철수시킨바 있다. 다만 기동차량과 버스 등의 운전의경 제도는 유지된다.

정부는 또 11월까지 ‘공무원 행동강령’과 ‘국방부 부대관리훈령’, ‘재외공관장 근무지침’, ‘재외한국문화원ㆍ문화홍보관 행정직원 채용 및 운용 지침’ 등에 갑질을 금지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조항을 명시하기로 했다. 갑질 사례가 드러났을 때 중징계의 근거로 활용하고, 승진에 불이익 등을 주기 위해서다.

국무조정실 김종문 기획총괄정책관은 “공관병 제도 등을 없앴지만 공관이나 재외공관과 같은 폐쇄적인 공간에서는 피해가 잘 드러나지 않는 한계가 있다”며 “갑질의 토양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보고 총리실에서 지속적인 점검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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