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중구 덕수궁 돌담길 중 주한 영국대사관에 가로막혀 끊어진 일부 구간을 돌과 황토 등으로 단장, 30일 개방했다. 이 구간은 대사관 정문부터 후문까지 100m의 돌감길이다. 이 길은 1959년 영국대사관이 점유하면서 58년간 철문으로 닫혀 있어 일반인들이 출입할 수 없었다.
서울시는 2014년 영국대사관에 돌담길 전체를 개방하자고 제의했고 이후 협의를 통해 지난해 10월 일부 구간 개방에 합의했다. 폭이 좁은 이 길은 과거 고종과 순종이 제례 의식을 행할 때 주로 이용했다. 덕수궁에서 선왕의 어진을 모신 선원전(경기여고 터)으로 들어가거나 러시아공사관, 경희궁으로 갈 때 거치는 길목이기도 했다. 이후 이곳은 서울시가 소유했지만, 영국대사관 측이 1959년 점용허가를 받아 사용해왔다. 서울시는 영국대사관ㆍ문화재청과 협력해 보행로 정비, 담장보수, 가로수 설치 등의 공사를 완료하고 이날 보행길을 정식 개방했다.
서울시는 아스팔트로 덮여 있는 이 구간 바닥을 돌로 포장하고 길 양쪽에 황토를 깔았다. 바닥 석재는 경복궁 돌담길 등과 비슷한 패턴으로 구성해 전통 분위기를 살렸다.
야간 이용을 위한 조명도 설치됐다. 대사관 후문은 철거됐고 그 자리엔 보행자 안전을 위해 볼라드(bollardㆍ차량 통행을 막는 말뚝)가 설치됐다.
개방된 길 끝에 위치한 영국대사관 문 앞에는 덕수궁 출입이 가능한 문을 새로 만들어 덕수궁 이용자가 돌담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돌담길은 맞은편에 영국식 붉은 벽돌 건물이 보이는 것도 이채롭다.
서울시는 이번에 빠진 70m 구간(대사관 정문∼직원 숙소)의 개방 여부는 영국대사관 측과 협의해나갈 계획이다. 이 구간은 지난 1883년 4월 영국이 매입한 땅이어서 이번 개방 대상에서 빠졌다. 이 구간 마저 개방되면 경복궁 처럼 덕수궁을 한바퀴(1.1km) 돌 수 있게 된다.
아래 사진들은 돌담길 개방 전과 후를 비교한 사진들이다.
이날 오전 10시 20분 이곳에선 박원순 서울시장, 찰스 헤이 주한 영국 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방행사가 열렸다.
박 시장은 이날 축사에서 “덕수궁 돌담길을 연인이 함께 걸으면 헤어진다는 속설이 있었는데 그건 길이 끊어져서 그랬던 것 같다”며 “이제 함께 걸으면 절대 헤어지지 않는 길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