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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전구소다 … 한국 ‘인스타’ 디저트, 뉴요커 사로잡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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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에서 유행한 붕어빵 아이스크림(아붕)이 미국 뉴욕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뉴욕의 디저트 가게 ‘타이야키 엔와이시’의 아붕. [사진 타이야키 엔와이시] 

한국에서 유행한 붕어빵 아이스크림(아붕)이 미국 뉴욕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뉴욕의 디저트 가게 ‘타이야키 엔와이시’의 아붕. [사진 타이야키 엔와이시] 

카페에서 주문한 디저트가 나오자 입이 아니라 손이 분주해진다. 여러 각도로 스마트폰을 들이대며 정신없이 사진을 찍은 뒤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에 올린 다음에야 비로소 깨닫는다. 이제 먹을 시간. 아이스크림은 이미 다 녹아 버렸지만 상관없다. ‘찍기 위해 먹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소셜미디어가 지배하는 디저트 세계에선 맛보다 비주얼이 중요하니까.

뉴욕, 한국식 디저트 트렌드 열풍 #사진 찍고 SNS 올리고 ‘맛+비주얼’ #디자인 예쁜 디저트, 뉴욕 곳곳 매장 #NYT “한국 디저트, 업계 판도 바꿔”

한국에서 흔한 이 장면이 요즘은 미국 뉴욕의 디저트 가게에서도 자주 보인다. 한국식 디저트 문화가 뉴욕에 상륙하면서 벌어진 모습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트렌드에 따라 비주얼을 중요시하는 한국 디저트가 뉴욕 디저트 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푸드컨설턴트 대니얼 그레이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을 비롯한 동양 음식은 질감을 중요시한다”며 “한국에선 처음에 질감을 살리려 떡이나 과자·과일 등을 얹었지만 막상 해 보니 디자인적으로 탁월해 최근 뉴욕 디저트 가게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구 모양 용기에 버블티 등 음료를 담은 뉴욕 ‘블라섬’의 음료.[사진 블라섬]

전구 모양 용기에 버블티 등 음료를 담은 뉴욕 ‘블라섬’의 음료.[사진 블라섬]

실제로 최근 뉴욕에선 전구소다 등 한국에서 예쁜 비주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디저트를 파는 매장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있지만 상당수가 한국계를 비롯한 아시아 이민자 출신의 젊은 사업가들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아이스크림 가게 ‘비스토핑’은 ‘토핑에 목숨 건 아이스크림’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핑크 플라밍고나 인어 등을 장식한 개성 넘치는 아이스크림 덕분에 인스타그램을 타고 순식간에 유명세를 치렀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 디저트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영감을 받은 것도 있다. 2016년 개업한 타이야키 엔와이시(Taiyaki NYC)의 아이스크림 붕어빵이다. 갓 구워 낸 붕어빵 안에 녹차와 검은 참깨 아이스크림 등을 넣고 웨이퍼(긴 원형 모양의 과자)와 함께 과일 꼬치를 꽂아 준다. 타이야키 엔와이시 공동 창립자 중 한 명인 지미 첸은 “붕어빵은 원래 일본 디저트이지만 한국 등을 여행하면서 영감을 받았다”며 “다양한 요소로 장식한 붕어빵의 귀엽고 아기자기한 형태가 인스타에서 통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의 예상대로 매일 400여 개가 팔리며 인기 디저트로 자리 잡았다.

전구 모양 투명용기에 정말 불빛도 나오는 특이한 비주얼로 2016년부터 국내에서 큰 인기를 모은 전구소다도 최근 뉴욕에서 인기다. 뉴욕의 ‘블라섬’에서는 전구 안에 소다 말고도 형형색색의 피나콜라다·레모네이드·모히토 등을 넣어 판다.

‘아이스 앤드 바이스’의 ‘아이스크림 선데이’.[사진 아이스 앤드 바이스]

‘아이스 앤드 바이스’의 ‘아이스크림 선데이’.[사진 아이스 앤드 바이스]

빙수 파는 카페 ‘스위트 모멘트’도 요즘 SNS에서 핫한 뉴욕 디저트 가게 중 하나다. 2009년까지 한국에서 살았던 이곳 대표이자 바리스타인 이우재씨는 “아시아 재료와 아시아 창의성을 더한 게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한국 디저트에 빙수를 빼놓을 수 없다. 손바닥 크기 박스 안에 빙수를 담은 빙박스(Bingbox) 역시 요즘 인스타그래머블한 디저트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아이템이다.

디저트는 서양 문화인데 디저트 변방인 한국에서 뉴욕으로 어떻게 역수출할 수 있었을까. 이향은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는 “인스타는 다른 SNS와 달리 이미지로 소통하는 데다 간단한 해시태그(#)를 간략하게 영어로 다는 경우도 많다”며 "언어장벽이 없는 덕분에 한국 인스타를 타고 한국 디저트가 뉴욕에 속속 상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윤경희 기자, 송현호 인턴 기자 song.hyu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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