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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4년짜리 비닐봉지 금지법...빈민가 '봉지 화장실' 어쩌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케냐 나이로비 외곽의 쓰레기하치장. 비닐봉지로 뒤덮인 이곳에서 돼지가 먹이를 찾고 있다. [AFP=연합뉴스]

케냐 나이로비 외곽의 쓰레기하치장. 비닐봉지로 뒤덮인 이곳에서 돼지가 먹이를 찾고 있다. [AFP=연합뉴스]

비닐봉지(plastic bag)를 생산·판매 혹은 사용하면 4년 이하의 징역 또는 3만 8000달러(43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법이 아프리카 케냐에서 28일(현지시간)부터 시행됐다.

케냐, 세상에서 가장 혹독한 비닐봉지 금지법 시행 #만들거나 사용하면 최고 징역 4년이나 4만 달러 벌금 #상하수도 화장실 없는 빈민가선 비닐봉지에 용변도

케냐는 지난 10년간 세 번의 시도를 거쳐 마침내 비닐봉지 금지령을 통과시켰다. 반대가 거셀 수밖에 없었다. 케냐는 비닐봉지의 주요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사무엘 마턴다 케냐 제조업 협회 대변인은 이 법안으로 176개 업체가 문을 닫고 6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의 실효성 여부는 의문이라고 NPR은 보도했다. 케냐의 어느 곳이든 비닐봉지의 사용이 일상화돼 있어서다. 까르푸 등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에서는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도록 시스템을 바꿨지만, 영세한 시장 상인 등은 비닐봉지를 대체할 만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케냐 나이로비 슬럼가의 쓰레기더미를 뒤지는 소녀. [AP=연합뉴스]

케냐 나이로비 슬럼가의 쓰레기더미를 뒤지는 소녀. [AP=연합뉴스]

나이로비 빈민가 키베라에서 길 가다 비닐봉지를 무심코 밟았다간 참사가 빚어지곤 한다. 그곳엔 상하수도 시설이 거의 없다. 화장실도 없어서 사람들은 집안에서 비닐봉지에 볼일을 본 뒤 묶어서 집 밖으로 던져 버린다. 소위 '나는 화장실(flying toilet)'이다.

키베라의 시장 상인들은 물건을 비닐봉지에 담아서 판매한다. 그걸 주워다 다시 깨끗하게 닦아 상인에게 판매하는 이들도 있다. 일종의 '고용 창출'이다. 하루 2달러 이하의 벌이로 먹고사는 그들에게 비닐을 팔아 모은 단돈 몇 센트도 큰돈이다. 이들에게 벌금 3만8000달러는 52년어치 수입이다.

키베라 지역구를 대표하는 케네스 오코스 의원은 "비닐봉지 사용 금지가 국제 사회에서는 매우 세련되게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키베라 같은 곳에선 여전히 비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코스 의원은 "비닐봉지가 잘못된 게 아니라, 그걸 모아서 재활용하는 등의 가치 사슬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비닐봉지 금지령이 시행된 이후 부직포 봉투를 판매하는 상인. [신화=연합뉴스]

비닐봉지 금지령이 시행된 이후 부직포 봉투를 판매하는 상인. [신화=연합뉴스]

케냐는 지난 10년간 세 번의 시도를 거쳐 마침내 비닐봉지 금지령을 통과시켰다. 저항이 거셀 수밖에 없었다. 케냐는 비닐봉지의 주요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사무엘 마턴다 케냐 제조업 협회 대변인은 이 법안으로 176개 업체가 문을 닫고 6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케냐의 새 법에 따르면 경찰은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개인을 단속할 수 있다. 하지만 케냐 환경부는 처음에는 제조업체와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냐 나이로비 외곽의 쓰레기 하치장에서 먹을거리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소. [로이터=연합뉴스]

케냐 나이로비 외곽의 쓰레기 하치장에서 먹을거리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소. [로이터=연합뉴스]

케냐 유엔환경프로그램 해양 전문가 하빕 엘 하브는 "현재와 같은 생활방식을 2050년까지 유지한다면, 바다에는 물고기 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브는 "비닐봉지가 분해되려면 500~1000년이 걸리며, 물고기나 다른 동물의 먹이사슬을 거쳐 인간에까지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케냐 나이로비의 한 도살장에서는 식육용으로 도축한 소의 위장에서 비닐봉지 20장이 발견되기도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40여 국가가 비밀봉지 사용을 금지하거나 세금을 물린다. 비닐봉투가 바다에 버려지면서 거북이를 죽이고 바닷새를 질식시키며 돌고래와 고래의 위장을 쓰레기로 가득 채우는 등의 부작용이 커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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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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