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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시대 되면 … 차트 분석보다 상담 잘하는 의사가 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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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직업 리포트 ① 13년 앞으로 온 ‘AI 쇼크’

“우울한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대처하기에 따라 미래에 훨씬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겁니다.”

전문가들이 주는 미래 직업 팁 #회계사·교사 등 복잡한 전문직도 #인공지능·기계에 갈수록 일 내줘 #창의·설득 등 인간 강점 잘 살려야 #“대응 따라 인간답게 일할 기회 열려” #정부, 일시 실업 안전망 확충 숙제

기계의 직업별 역량 대체율을 연구한 박가열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연구 결과를 잘 분석하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인공지능 시대에 대처해야 할지가 보인다”고 말했다.

먼저 직업의 재배치를 통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2030년엔 경비원·기계조작원뿐 아니라 배관공·재봉사 같은 기술직, 법률 관련 사무원이나 경리 사무원 같은 사무직까지 인공지능 등으로 대체 가능하다. 박 위원은 “더 많은 업무가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자동화될 거란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해당 직업의 종사자들은 미래에 대해 더 많은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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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가 대량 실업으로 이어질 확률은 낮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공지능 학자인 제리 카플란 스탠퍼드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카플란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자동차와 계산기, 컴퓨터가 등장할 때마다 예외 없이 ‘엄청난 실업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늘 새로운 기술로 인해 오히려 더 많은 직업이 생겨났다”며 “인공지능이 기존의 자동화 추세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동화로 당장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이들이 일시적 실업에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은 정부의 숙제”라고 지적했다. 다음으론 ‘일의 진화’, 즉 일의 질적 수준을 높여 직업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박 위원은 “기계가 우세한 역량과 인간이 나은 역량을 비교해 보면 인간이 어떤 일에 집중해야 할지가 보인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2030년 기준 기계의 역량별 수준 예상치를 살펴보자. 기계는 기억력(6.33)과 선택적 집중력(6.1), 공간지각력(6.1), 신체적 강인성(5.86) 등이 특히 우수할 걸로 전망됐다. 반대로 설득(4.39)이나 협상(4.19), 정교한 동작(4.19)이나 창의력(3.33)은 기계가 대체적으로 떨어지는 분야다. 결국 기계를 앞서려면 인간은 창의성이나 소통 능력을 기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미래 일자리 시장은 기계와 인간이 각자 잘하는 분야를 맡는 방식으로 진화해 갈 것”이라고 말한다. 『전문직의 미래』의 저자인 대니얼 서스킨드 옥스퍼드대 교수는 “의사·변호사·교사·회계사 같이 복잡한 전문직도 갈수록 인공지능과 기계에 조금씩 일을 내주고 있다”며 “전문직들은 기계가 못하는 일을 맡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구체적 직업을 예로 들며 일의 진화를 설명한다. “교수의 일 중 단순 지식을 전달하는 쪽은 갈수록 기계가 맡게 될 겁니다. 하지만 지식의 의미를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시키는 일은 사람만 할 수 있죠. 수학 교수라면 우리는 왜 이런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는지, 이런 수학적 지식을 어떻게 사회문제에 적용할 것인지 학생들과 토론해야 합니다.”

의사도 마찬가지다. 이미 암을 진단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왓슨’이 국내 몇몇 병원에 도입돼 맹활약 중이다. 명의라면 많은 임상 사례를 통해 풍부한 경험을 확보한 의사를 일컬는다. 경험을 통해 오진이나 잘못된 처방을 내릴 확률을 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엔 명의의 정의도 바뀔 수 있다.

박 위원은 “빅데이터를 통해 엄청난 임상 사례를 암기하고 있는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으면 대부분의 의사가 큰 실수 없이 환자의 병을 진단할 수 있게 된다. 의사는 환자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환자가 생활습관을 바꾸도록 설득하는 쪽으로 일의 무게중심을 옮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는 고급 계산기, 두려움 떨쳐야”

사회 전체가 일자리를 이런 방향으로 진화시키려면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는 게 먼저다. 김기응 KAIST 전산학부 교수는 “인공지능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은 일자리 시장의 미래에 대해 큰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며 “인공지능은 일종의 고급 계산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기계는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일일이 학습시켜줘야 해요. 또 여러 분야의 역량을 한데 묶는 통섭 능력을 갖추는 건 정말로 먼 미래가 될 거예요.” 김 교수는 “기계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사람과 기계와 비슷한 수준의 일만 반복하는 사람은 같은 직업이라도 갈수록 양극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봇과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은 어떻게 일하고 어떤 꿈을 꾸게 될까요. 중앙일보 퓨처앤잡 페이지(http:www.joongang.co.kr/futurejob)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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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팀=임미진·최현주·정선언·김도년·하선영 기자, 홍희진(미국 스탠퍼드대 1학년)·곽연정(연세대 국제대학원) 인턴기자 mijin@joongang.co.kr

◆ 이 보도는 삼성언론재단이 지난 2월 공모한 기획 취재 지원 사업 선정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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