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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 신임 CEO 다라 코스로샤히의 '아메리칸 드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두 달 넘게 공석인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업체 우버의 최고경영자(CEO) 찾기가 결론을 맺게 됐다. 온라인 여행 예약 사이트 익스피디아의 CEO인 다라 코스로샤히(48)가 최종 낙점됐다.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난 코스로샤히는 9살 때 미국으로 건너왔으며,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성공한 경영자로 평가받고 있다.

성추행, 성차별 논란에 사퇴한 캘러닉 우버 창업자 후임 #온라인 여행 사이트 익스피디아 CEO 코스로샤히 선임 #1978년 이란 혁명 직전 탈출해 미국에 정착한 이란계 #투자은행, IT업계 거친 미 최고액 연봉 받는 경영자

IT 매체 리코드와 뉴욕타임스·블룸버그통신 등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우버의 신임 CEO에 코스로샤히 CEO가 선출됐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버 이사회는 이날 "이사회 멤버들이 투표를 통해 새 CEO를 선출했으며, 임직원에게 먼저 알린 뒤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트래비스 캘러닉(41) 우버 창업자 겸 CEO가 회사 내 성희롱·성차별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지 2개월여 만이다.

우버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다라 코스로샤히 익스피디아 CEO. 이란계 미국인인 그는 1978년 이란 혁명 직전 가족과 함께 이란을 탈출해 미국으로 왔다. [사진 유튜브]

우버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다라 코스로샤히 익스피디아 CEO. 이란계 미국인인 그는 1978년 이란 혁명 직전 가족과 함께 이란을 탈출해 미국으로 왔다. [사진 유튜브]

그간 우버 CEO로는 멕 휘트먼 휼렛패커드(HP) 회장, 제프 이멜트 전 GE 회장 등이 거론됐다. 성차별·성희롱 등 스타트업 기업의 미숙한 조직 문화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대기업 출신의 경험 많은 경영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이들이 추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막판에 코스로샤히가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리코드에 따르면 차기 CEO 선임을 놓고 창업자인 캘러닉과 주요 투자자인 벤치마크캐피털 간 기 싸움이 팽팽했다. 벤치마크는 휘트먼을 지지했지만, 캘러닉은 이멜트를 밀었다고 한다. 코스로샤히는 양측 간 '휴전'을 의미하는 선택이었다고 리코드는 전했다.

멕 휘트먼 휼렛패커드 회장. 우버 CEO 후보로 거론됐으나 최종 탈락했다. [중앙포토]

멕 휘트먼 휼렛패커드 회장. 우버 CEO 후보로 거론됐으나 최종 탈락했다. [중앙포토]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우버 이사회는 지난 주말 CEO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마지막 면접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휘트먼 회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우버의 비전을 이사진 앞에서 프레젠테이션 했고, 일부 이사회 멤버의 지지를 얻었다. 휘트먼은 지난달 말 트위터에 "차기 우버 수장으로 멕 휘트먼이 선임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우버행(行)을 강력히 부인했지만, 최종 면접까지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멜트 전 회장도 최종 면접에 참여했으나 다수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 이멜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버 CEO 후보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최근 GE 최고경영자에서 물러난 제프 이멜트 회장. 우버 CEO에 도전했으나 이사회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중앙포토]

최근 GE 최고경영자에서 물러난 제프 이멜트 회장. 우버 CEO에 도전했으나 이사회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중앙포토]

코스로샤히는 이란계 미국인이다. 1978년 이란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 가족과 함께 이란을 떠나 미국으로 왔다. 그의 나이 9살 때였다. 친척이 살고 있던 뉴욕에 정착해 고교를 졸업한 뒤 동부의 명문인 브라운대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부티크 투자은행 알렌 앤드 컴퍼니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1990년대 말 닷컴 붐이 일때 IT업계로 옮겼다. IT기업·브랜드 150여개를 거느린 인터넷·미디어 업체 IAC에서 전략기획·운영·재무 분야에서 두루 경험을 쌓았다. 익스피디아는 당초 IAC의 여행 분야 버티컬 서비스로 출발했다.

코스로샤히는 2005년 익스피디아 분사 이후 현재까지 줄곧 회사를 이끌었다. 재임 기간 익스피디아의 총 예약 금액은 2005년 150억 달러(약 16조8000억원)에서 2016년 720억 달러(약 80조6000억원)로 확 뛰었다.

이같은 실적을 인정받아 코스로샤히는 지난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기업의 CEO 가운데 최고액 연봉을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 분석에 따르면 급여와 각종 보상책 등을 포함한 2015년 연봉 패키지는 9460만 달러(약 1060억원)이었다.

그는 자신을 "아메리칸 드림의 사례"로 꼽았다. 이민자 출신으로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정책 등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테러 위협을 이유로 중동 지역 7개국 국적자와 난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이에 반대하는 소송에 동참했다.

차량을 소유한 개인과 차량이 필요한 개인을 스마트폰 앱 하나로 연결한 우버는 '파괴적 혁신'을 불러온 비즈니스 모델로 꼽힌다. [중앙포토]

차량을 소유한 개인과 차량이 필요한 개인을 스마트폰 앱 하나로 연결한 우버는 '파괴적 혁신'을 불러온 비즈니스 모델로 꼽힌다. [중앙포토]

우버의 새 CEO는 해결해야 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성차별·성추행 관행으로 망가진 조직 문화와 이미지를 재건해야 한다. 유아기를 벗어나 성장기에 접어든 조직 체계를 정비하고, 기업공개(IPO)을 준비하는 등 사업을 궤도에 올려 놓아야 한다.

우버는 올해 초 조직 내 성추행·성차별 논란이 불거지자 외부 전문가를 선임해 3개월간 종합 내부 감사를 진행했다. 발단은 지난 2월 19일 전직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수전 파울러의 폭로였다. 그는 직속 상사가 자신에게 잠자리를 제안했으며, 이를 인사 담당 부서에 보고했으나 가해자가 우수 성과자라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여성 직원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차별을 일일이 적시하기도 했다. 예컨대, 남성 직원 모두에게 가죽 재킷을 무료로 나눠주면서 여성 직원들은 각자 구입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담당자로부터 "단체 구매시 할인 혜택을 받을 정도로 여성 숫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명을 들었다고 한다. 우버 직원은 약 1만4000명이며, 기술직 가운데 여성은 15%를 차지한다.

우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를 지낸 트래비스 캘러닉. 회사 내 성추행, 성차별 문제 등에 책임을 지고 지난 6월 물러났다. [중앙포토]

우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를 지낸 트래비스 캘러닉. 회사 내 성추행, 성차별 문제 등에 책임을 지고 지난 6월 물러났다. [중앙포토]

사회적으로 파장이 일자 우버는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을 선임해 감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2014년 캘러닉 CEO를 비롯한 우버 고위 임원들이 한국 출장길에 단체로 룸살롱에 출입한 사실과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인사 부서에서 묵살한 것을 확인했다.

또 인도에서 여성 승객이 우버 기사에게 성폭행 당한 사건을 우버 최고경영진이 부당하게 처리한 사실도 드러났다. 캘러닉 CEO를 비롯한 고위 임원들은 피해자가 사건을 조작했다는 의심을 갖고 사건을 다뤘고, 피해자의 의료기록을 불법으로 취득해 돌려본 사실도 밝혀졌다.

홀더 전 법무장관 팀은 최고경영진의 인식과 조직 문화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진단하고 47개의 권고 사항을 담은 개혁 쇄신안을 제시했다. 우버 이사회는 '홀더 보고서'를 만장 일치로 채택했다. 이에 따라 캘러닉 CEO와 그의 최측근인 에밀 마이클 수석부사장 등 임원진 일부가 사퇴했다.

우버는 캘러닉이 33세이던 2009년 창업했다. 모바일 플랫폼에 기반한 택시 연결 서비스를 처음으로 선보인 스타트업이다. 택시와 자동차 등 기존의 대중교통·자동차 산업을 재편하고 대체하는 '파괴적 혁신'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얻었다.

창업 8년 차인 현재까지 흑자 전환은 못 했지만 세계에서 몸값이 가장 높은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기업가치는 680억 달러(약 76조5000억원)다. 벤처투자업체 개인 투자자로부터 받은 투자금 150억 달러(약 16조8000억원)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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