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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앨리스 인투 더 래빗 홀' 전시를 다녀오다

중앙일보

입력

[소년중앙] ALICE : into the rabbit hole 전시장 입구. (사진=미디어앤아트)

[소년중앙] ALICE : into the rabbit hole 전시장 입구. (사진=미디어앤아트)

회중시계를 든 토끼를 따라간 꼬마 숙녀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앨리스는 순간이동을 하는 체셔고양이, 포악한 하트여왕, 독심술을 하는 애벌레, 그리고 어려운 말을 쓰길 좋아하는 도도새 등을 만나죠. 이상한 존재들과의 대화는 이상하기만 하고, 앨리스는 계속해서 이상한 일에 휘말립니다. 이쯤 되니 궁금해집니다. 앨리스가 다녀간 이상한 나라는 대체 어떤 곳일까요? 정인서(서울 숭의초 6) 모델, 최희원(서울 행당초 4) 학생기자와 함께 서울숲에 생긴 이상한 나라에 찾아가 봤습니다.
글=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미디어앤아트 제공.
동행취재=정인서(서울 숭의초 6), 최희원(서울 행당초 4)

이상한 나라로 떠나자, 출발 키워드는 '호기심'

인서와 희원 학생이 찾아간 곳은 서울숲 근처에서 열리는 ‘앨리스: 인투 더 래빗 홀(ALICE: Into The Rabbit Hole)’전시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 뮤지션, 설치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나라의 앨리스』를 표현한 전시죠. 컬러풀한 그림과 판타지한 음악‧영상‧설치예술‧공간 등으로 꾸며져 있어, 현실에 ‘이상한 나라’가 있다면 이곳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 느낌마저 드는 곳입니다.

전시기획과 연출을 맡은 김철식 감독.

전시기획과 연출을 맡은 김철식 감독.

앨리스를 이상한 나라로 안내한 토끼가 있듯, 이번 전시의 기획과 연출을 맡은 김철식 감독이 소중 학생들을 안내해주기로 했습니다. 전시장 안에서 학생들이 가장 먼저 만난 것은 한 글귀입니다. 검은 벽 위에 ‘curiouser and curiouser(갈수록 신기해지는군)’란 글씨가 분홍색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 앨리스가 한 말이죠. 원래는 curious(궁금한, 호기심이 많은)란 단어입니다. 작가 루이스 캐럴은 단어를 지어내거나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말장난을 하는 걸 좋아했죠. 또 이런 언어유희를 소설 속에서 실제로 사용했고요. 이상한 나라니까, 이상하게 말을 해도 이상할 건 없기 때문입니다.

ALICE : into the rabbit hole. 인트로 공간에 쓰여 있는 글귀. 소설 속에서 앨리스가 실제로 한 말이다.(사진=미디어앤아트)

ALICE : into the rabbit hole. 인트로 공간에 쓰여 있는 글귀. 소설 속에서 앨리스가 실제로 한 말이다.(사진=미디어앤아트)

'curious'란 단어는 소설은 물론이고 전시에도 무척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김 감독은 “호기심은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라고 설명했죠. “소설 속에 나오는 상징적인 단어들이 미디어아트 전시에서 어떤 식으로 표현될지 궁금해지는 호기심이죠. 앨리스의 팬이라면 원작을 어떤 식으로 해석했는지 궁금할 것이고, 소설을 잘 모르는 사람은 비현실적이고 판타지한 이곳이 현실세계와 어떻게 다를지 호기심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해요.”

김 감독의 말에 전시장 안이 점점 더 궁금해집니다. 호기심을 잔뜩 품은 학생들이 이동한 다음 공간은 전시의 시작 부분인 ‘인트로’입니다. 동화적이면서 몽환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입니다. 루이스 캐럴이 ‘이상한 나라’라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 그 시작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하네요. 원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소설 속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앨리스 리들의 부탁으로 루이스 캐럴이 즉석에서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를 들은 후 앨리스 리들은 “책으로 써주시면 정말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죠.

토끼굴(래빗홀)을 찾은 희원(왼쪽), 인서 학생.

토끼굴(래빗홀)을 찾은 희원(왼쪽), 인서 학생.

인트로 다음은 ‘토끼굴(Rabbit Hole)’입니다. 이상한 나라(전시장 안으로)를 가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통로죠. 원작에서 앨리스는 토끼굴에 빠져 아래로, 아래로 떨어집니다. 대신 이곳의 토끼굴은 SF영화에서 봄직한, 신비로운 터널 같습니다. 프로젝션 맵핑 기법(빛으로 된 영상을 한 대상의 표면에 투사해 변화를 주는 기술)을 써서 천장과 양쪽 벽, 바닥의 사면에 끊임없이 움직이는 직선과 곡선의 조명을 비춰줍니다. 움직이는 빛은 전시장 안쪽 입구를 향하는데, 서 있는 것만으로 안쪽의 입구로 빨려들어갈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빛은 사람들을 신나게 하는 모양입니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이 터널을 즐기느라 여념이 없네요.

토끼굴을 즐기고 있는 관람객들.

토끼굴을 즐기고 있는 관람객들.

토끼굴을 빠져나오면, 드디어 이상한 나라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무척 컬러풀하고, 신기한 것들도 많습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둘러보는 관람객마저, 이상한 나라에 사는 이상한 존재들처럼 보입니다. 학생들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해피 언버스데이’ 코너입니다. 현실에서 사람들은 1년에 한 번 있는 생일을 축하하죠. 그런데 이상한 나라에서는 생일이 아닌 364일을 축하하며 삽니다. ‘해피 언버스데이’ 코너에서 자신의 생일 6자리를 입력하면 하트여왕이 ‘비생일선물’을 줍니다. 선물은『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또는 다른 동화에서 나온 재미있는 문장을 영수증에 인쇄해서 줍니다. 김 감독은 “하트여왕이 주는 포춘쿠키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앨리스의 눈물샘(Pool of Tears)’입니다. 소설 속에서 앨리스는 물약을 먹고 몸집이 커지고, 슬픔에 눈물을 흘리죠. 그러다 몸이 다시 작아지고, 앨리스는 결국 자신이 흘린 거대한 눈물의 웅덩이에 잠기고 말아요. 이곳은 앨리스의 눈물샘을 표현한 장소입니다. 물속을 의미하는 투명한 파란색, 그리고 빛의 굴절과 그림자를 이용해, 공간에 들어간 것만으로 마치 물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을 전해주죠.

앨리스의 눈물샘을 체험 중인 학생들.

앨리스의 눈물샘을 체험 중인 학생들.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와 짝을 이루는 작품이죠. 거울처럼 모든 것이 ‘반대로’ 되는 세상에서 체스 게임의 일부가 된 앨리스의 모험을 다룹니다. 사실 루이스 캐럴은 작가이기 전에 유클리드 기하학에 정통한 수학교수였어요. 어릴 때부터 논리와 수학, 언어를 가지고 장난치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이야기를 창작하는 것을 즐겼다고 합니다. 또 체스를 비롯한 여러 가지 게임에도 재능이 있었죠. 체스 게임을 소재로 한 판타지 소설을 만든 데는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전시장에는 『거울나라의 앨리스』를 모티프로 한 곳도 보입니다. 그중에서도 학생들은 ‘체스판 극장(Chessboard Theater)’을 찾았습니다. 극장 한 가운데에 체스판이 놓여 있네요. 체스판에서는 원작에 나온 체스 기보가 영상을 통해 순서대로 등장합니다. 체스판의 말이 움직일 대마다, 체스판을 둘러싼 네 개의 벽면에서는 ‘폰(체스에서 사용되는 말 중 하나. 장기의 ’졸‘에 해당한다)’이었던 앨리스가 ‘여왕(체스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용 말)’이 되기까지의 영상을 보여주죠. 일러스트 영상과 함께 드라마틱한 음악까지 더해져 체스를 잘 몰라도 흥미진진하게 체스경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체스판 극장을 찾은 두 학생. 희원(왼쪽)과 인서.

체스판 극장을 찾은 두 학생. 희원(왼쪽)과 인서.

이 밖에도 꿈속에서 깨어나 자신의 방 문 앞에 도착한 앨리스를 상상하며 만든 ‘앨리스의 방’, 버섯 위에서 앉아 수연통을 빨며 “Who are you?”를 묻던 애벌레와 앨리스의 에피소드를 모티프로 한 ‘아무 말 대잔치’, 2017년 버전의 앨리스 뮤직비디오가 상영되는 ‘앨리스 뮤비룸’ 등을 거친 후, 학생들은 마지막으로 ‘누구의 꿈이었을까(Alice's Dream)’를 찾았습니다. 이상한 나라를 경험한 관람객들이 현실세계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들르는 공간이죠.

앨리스의 방. 꿈에서 깨어나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방 문 앞에 도착한 앨리스’를 토탈아트 그룹 ‘EE’가 2017년의 현실 속으로 옮겨 놓았다. 과거와 현재, 꿈과 현실, 그 사이 어딘가에 놓인 앨리스의 공간을 훔쳐볼 수 있다.(사진=미디어앤아트)

앨리스의 방. 꿈에서 깨어나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방 문 앞에 도착한 앨리스’를 토탈아트 그룹 ‘EE’가 2017년의 현실 속으로 옮겨 놓았다. 과거와 현재, 꿈과 현실, 그 사이 어딘가에 놓인 앨리스의 공간을 훔쳐볼 수 있다.(사진=미디어앤아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앨리스의 언니입니다. 꿈에서 깨어난 앨리스는 언니에게 꿈 이야기를 해주고 차를 마시러 자리를 뜹니다. 혼자 남겨진 언니는 눈을 감은 채로 앨리스가 말한 이상한 나라를 상상합니다. 마치 자신도 그 꿈속에 같이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을 느끼면서요. 마지막 공간 역시 관람객들을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도록 천천히 유도합니다.느리게 변하는 몽환적인 영상과 음악에 아쉬움을 느끼면서 말이죠.

[학생 전시 후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공간은 래빗홀이야. 여러 가지 빛이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으니, 저 문 밖에 정말 이상한 나라가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어. 전시를 다녀온 후엔 못다 한 방학숙제를 해야만 했는데, 다시 이상한 나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 동화 속에서 글로만 읽은 공간들을 실제로 만나다니, 내가 앨리스가 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어.” (최희원 학생기자)

“이번 전시는 이제껏 봐온 다른 전시회와는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어. 작품이 입체적으로 만들어져 있어 실감 났고 관람객이 직접 글자를 입력하거나, 자전거를 타며 그림을 보는 등 체험할 수 있는 것이 많아 무척 즐거웠어. 또 파스텔 색이 많아 신비롭게 느껴졌어. 알록달록한 네온 불빛까지 더해져 '이상한 나라는 참 예쁜 곳이구나'라고 생각했지. 동화『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새롭고 창의적으로 표현한 게 신기했어.” (정인서 학생 모델)

‘ALICE : Into The Rabbit Hole’
기간 2017년 8월 8일~2018년 3월 1일, 매주 월요일 휴무.
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 오후 6시 입장마감.
장소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지하 2층 The Seouliteum.
가격 성인 1만3000원, 학생 1만1000원, 유아 9000원.
문의 1522-1796 www.thealice.co.kr

▶[소년중앙] 관계 기사
[소년중앙] 박신영 작가가 말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그녀의 시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1880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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