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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쭐대는 케이로스, 혼쭐내겠다는 신태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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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한국과 이란의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신태용(47) 감독과 카를로스 케이로스(64·포르투갈)감독. 두 감독의 별명은 공교롭게도 모두 ‘여우’다. 같은 별명을 가진 두 감독이 31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JTBC 중계)에서 지략대결을 펼친다.

두 여우 감독 월드컵 예선 지략대결 #신 감독 “압박으로 이란 가둘 것” #케이로스, 훈련장 트집 등 또 도발 #31일 한국·이란전 JTBC 생중계

한국은 2011년 케이로스 감독이 이란 대표팀을 맡은 뒤 상대전적이 4연패다. 특히 2013년 6월18일 울산에서 열린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한국축구는 굴욕을 당했다. 경기 전부터 독설을 퍼붓던 케이로스 감독은 1-0으로 승리한 뒤 한국 벤치를 향해 ‘주먹감자’ 를 날렸다.

2013년 한국과의 경 후 '주먹감자'를 날리고 있는 케이로스 이란 감독. [사진 MBC 캡처]

2013년 한국과의 경 후 '주먹감자'를 날리고 있는 케이로스 이란 감독. [사진 MBC 캡처]

선수 시절 골키퍼로 뛰었던 케이로스 감독은 1991년 포르투갈을 이끌고 20세 이하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남북단일팀을 꺾은 뒤 우승까지 차지했다. 2004년~08년에는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석코치를 맡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보좌하며 황금기를 열었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8경기에서 8골을 넣는 동안 단 한 골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축구를 펼쳤다. 6승2무로 월드컵 본선행을 일찌감치 확정하고도 26일 국내파 11명을 먼저 데리고 한국에 왔다. 케이로스 감독은 “우리의 목표는 무패, 무실점을 기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케이로스 감독은 이란의 조직력을 극대화시키는 한편 밸런스를 기가 막히게 잡았다. 자한바크슈(24·AZ알크마르) 등 가능성 있는 선수들의 성장을 매우 잘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이 27일 오후 인천시 서구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란 축구대표팀은 31일 우리나라와 2018 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른다. [인천=연합뉴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이 27일 오후 인천시 서구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란 축구대표팀은 31일 우리나라와 2018 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른다. [인천=연합뉴스]

이란은 27일 잔디가 군데군데 파여있는 인천 아시아드 보조경기장에서 첫 훈련을 시작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월드컵을 개최했던 한국이 제공한 훈련장은 최선은 아닌 것 같다. 한국 축구팬들이 부끄러워할 일”이라며 심리전을 펼쳤다. 한국은 그동안 이란 원정에서 조명탑이 없는 훈련장을 제공받는 등 텃세에 곤욕을 치렀다.

24일 오후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훈련에서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24일 오후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훈련에서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신 감독도 선수 시절부터 ‘그라운드 여우’라 불렸다. 2010년 성남을 이끌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조바한(이란)을 꺾고 우승했다. 경기 전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농담을 하며 긴장을 풀어줬다.

신 감독은 지난 25일 파주대표팀트레이닝센터 축구장에 4.5m 간격으로 12개의 흰색줄을 그었다. 축구장이 마치 럭비장처럼 변했다. 신 감독은 “우리 선수들의 간격을 좁혀서 이란 선수들을 가두는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반격의 명수다. 신 감독은 독일축구의 ‘게겐프레싱’으로 맞서겠다는 각오다. ‘대항’이라는 뜻의 게겐(Gegen)과 ‘압박’의 프레싱(pressing)을 합한 게겐프레싱은 최전방부터 상대선수를 압박해 볼을 가로챈 뒤 공격으로 전환하는 전술이다.

한준희 위원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엔 느린 패스 전개로 이란의 그물망에 걸렸다. 이번엔 공수전환을 빠르게 하는 한편 공이 없는 상황에서도 속도를 빠르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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