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초당 2억원, 돈벼락 내린 세기의 주먹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0면

플로이드 메이웨더(왼쪽)가 코너 맥그리거의 얼굴을 왼손 훅으로 강타하고 있다. 메이웨더가 10라운드 1분 5초 만에 TKO승을 거뒀다. [라스베이거스 USA투데이=연합뉴스]

플로이드 메이웨더(왼쪽)가 코너 맥그리거의 얼굴을 왼손 훅으로 강타하고 있다. 메이웨더가 10라운드 1분 5초 만에 TKO승을 거뒀다. [라스베이거스 USA투데이=연합뉴스]

플로이드 메이웨더(40·미국)와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의 수퍼웰터급(69.85㎏) 복싱경기가 열린 27일 미국 네바다주의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

메이웨더·맥그리거 복싱 대결 #대전료·입장권·유료방송 수입 합쳐 #메이웨더 2300억, 맥그리거 1150억 #메이웨더 10라운드 TKO로 50전승 #은퇴 2년 만에 복귀 무패 신화 이어 #‘복싱 초보’ 맥그리거 졌지만 선전 #격투기 인기 올리고 수입도 챙겨

2만여명의 관중은 경기 내내 뜨거운 함성을 토해냈다. 메이웨더가 10라운드 1분5초 만에 TKO승을 거두자 미국인들은 그의 50번째 승리에 열광했다.

경기 초반엔 아일랜드(계)인이 응원전을 주도했다. 맥그리거가 1라운드 초반부터 메이웨더를 몰아붙이자 T-모바일 아레나에는 천둥이 치는 것 같았다. 실외 축구장도 들썩이게 하는 응원가 ‘오레 오레 오레’가 돔경기장에서 쩌렁쩌렁 울렸다.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켜 KO패했지만 맥그리거는 끝까지 캔버스에 쓰러지지 않았고 버텼다. 별다른 상처도 없었다. 종합격투기 UFC 챔피언 맥그리거는 복싱 데뷔전에서 ‘복싱의 신’ 메이웨더를 상대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기의 대결에선 예상대로 메이웨더가 이겼다. 그러나 비즈니스에서는 둘 다 이겼다. 네바다주 체육위원회(NSAC)에 따르면 이 경기 대전료로 메이웨더가 1억 달러(약 1150억원), 맥그리거가 3000만 달러(약 345억원)를 받게 됐다. 입장권과 유료방송(PPV) 수입을 더하면 메이웨더가 2억 달러(2300억원), 맥그리거가 1억 달러(1150억원)를 벌 것으로 영국 가디언은 예상했다. 경기 시간이 총 1685초였기 때문에 두 선수는 1초당 2억원을 벌었다. 이 돈을 2:1(메이웨더 1억3333만원:맥그리거 6667만원) 비율로 나눈 셈이다.

아래 사진은 ‘머니 벨트’라고 불리는 챔피언 벨트를 들고 있는 메이웨더. [라스베이거스 USA투데이=연합뉴스]

아래 사진은 ‘머니 벨트’라고 불리는 챔피언 벨트를 들고 있는 메이웨더. [라스베이거스 USA투데이=연합뉴스]

이로써 메이웨더는 전 헤비급 챔피언 로키 마르시아노(1923~69년)가 세웠던 49전 49승 기록을 넘어섰다. 복싱 역사상 처음으로 50전 50승(24KO)을 거둔 메이웨더는 “맥그리거의 체력이 떨어진 시점을 기다려 적극적으로 공격했다. KO로 이기겠다는 약속을 지켜서 기쁘다. 맥그리거는 예상보다 터프한 상대였다”고 말했다. 맥그리거는 “심판이 일찍 경기를 중단해 아쉬웠다. 펀치 대결에선 밀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맥그리거는 경기에선 졌지만 마치 승리라도 한 듯 기뻐했다.

메이웨더와 맥그리거의 대결은 복싱과 UFC의 영역 싸움이기도 했다. 복싱 인기가 예전같지 않은 상황에서 메이웨더는 ‘돈 되는 상대’를 골라야 했다. 또한 은퇴를 번복하고 기록 도전에 나섰으니 꼭 이길 수 있는 상대여야 했다. 그게 맥그리거였다.

경기가 끝난 뒤 서로를 격려하는 메이웨더(왼쪽)와 맥그리거. [라스베이거스 AP=연합뉴스]

경기가 끝난 뒤 서로를 격려하는 메이웨더(왼쪽)와 맥그리거. [라스베이거스 AP=연합뉴스]

지난 6월 메이웨더와 맥그리거의 대결이 확정되자 복싱 전문매체 더 링은 ‘두 명의 영리한 비즈니스맨이 이 경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경기의 의미는 그게(돈)이 전부다. 복싱과는 관계가 없다’며 혹평했다. 복싱 팬들은 “지난해 말 복싱 라이선스를 딴 맥그리거가 메이웨더와 곧바로 싸우는 건 서커스”라고 비판했다. 미국 링닥터협회는 “맥그리거의 안전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과거 강펀치를 자랑했던 레이 세포, 마크 헌트 같은 파이터들도 무명 복서에게 완패했기 때문이다.

반면 격투기 팬들은 “1976년 무하마드 알리와 안토니오 이노키의 대결(15라운드 무승부) 이후 최고의 대결”라며 열광했다. 경기 후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는 걸 알지만 오늘 경기는 대단했다. 맥그리거는 메이웨더 못지 않은 펀치를 날렸다. 맥그리거가 자랑스럽다”며 웃었다. UFC의 인기와 경기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사실을 맥그리거가 증명했다.

지난달 3개 국가 4개 도시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둘은 영리하게 스토리 라인을 만들었다. 메이웨더는 “신이 창조한 완벽한 한 가지는 바로 내 전적”이라고 자랑했다. 맥그리거는 “난 평범한 복서와는 다른 움직임을 갖고 있다. 나를 대비해 스파링을 하려면 죽은 이소룡을 불러와야 할 것”이라고 외쳤다. 이 과정에서 메이웨더는 링을 떠난 지 2년이 지난 노장이고, 맥그리거는 UFC에서 수많은 이변을 만든 젊은 사자라는 점이 부각됐다. 도박사들의 베팅이 맥그리거 쪽으로 기울었다는 뉴스도 나왔다. 팬들의 관심이 커지자 방송광고와 입장권(57~1150만원), 유료방송(10만원) 수입이 크게 늘어났다.

비현실적인 것 같았던 둘의 대결은 결국 현실이 됐고, ‘현금화’됐다. 스포츠 역사에 남을 만한 ‘스포츠 비즈니스 쇼’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라스베이거스=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