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 연구 목적으론 허용될 듯

중앙선데이

입력 2017.08.27 01:02

업데이트 2017.08.2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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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호 01면

생명윤리 민관협의체 7차례 회의 열고 의견 모아

정부가 주도하는 생명윤리 민관협의체에서 인간 배아의 연구 목적 유전자 교정을 허용하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인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보건복지부와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이 주도하는 생명윤리 민관협의체는 올해 3월 출범했다. 의료·과학·종교계 등 분야별 전문가 17명이 참여해 유전자 가위 등 새로운 생명과학 기술 연구와 관련된 윤리적 이슈를 지난 7월까지 다뤘다.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지난 3월 이후 7차례 회의를 열었고 현재 금지되고 있는 연구에 대해 연구 목적으로 전반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며 “최근 주목받고 있는 유전자 가위 관련 연구가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민관협의체에 참여한 한 민간 의원은 “종교계 등에선 인간 배아 연구 목적 활용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연구 목적을 분명히 한다면 인간 배아 연구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전했다.

민관협의체의 이런 의견이 정부에 전달되면 생명윤리법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30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명윤리 정책을 말한다’를 주제로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민관협의체는 이르면 이날 수렴된 의견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선 연구 목적의 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이 법으로 금지돼 있다. 생명윤리법 47조는 “유전자 치료는 배아·난자·정자 및 태아에 대해서 시행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05년 제정된 생명윤리법은 황우석 사태를 거치면서 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 연구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이후 세포 내 특정 유전자를 잘라내는 유전자 가위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생명윤리법도 도전받고 있다. 지난 2일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이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와 공동으로 인간 배아에서 비후성 심근증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교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IBS는 국내에선 배아 유전자를 교정할 수 없어 국내 개발 유전자 가위를 미국으로 보내 인간 배아 속 돌연변이 유전자를 잘라내는 데 성공했다.

학계에선 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을 놓고 찬반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김진수 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실험 배아는 모두 폐기했다. 유전자 가위 기술에서 한국은 앞서가고 있어 관련 연구를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구영모(울산대 의대 인문사회의학과 교수) 한국생명윤리학회장은 “태아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선천성 기형은 현재 의술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유전자 가위에 대한 효용성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명윤리법을 개정하자는 주장은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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