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10) 헤일로 뉴로사이언스] 뇌 자극으로 똑똑하게 훈련한다

중앙일보

입력 2017.08.27 00:02

전기자극으로 운동효과 배가하는 헤드셋 개발 … 스포츠뿐 아니라 국방·음악 등에서도 효과

헤일로 뉴로사이언스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 브렛 윈가이어가 지난 7월 19일 헤일로 스포츠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전민규 기자]

헤일로 뉴로사이언스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 브렛 윈가이어가 지난 7월 19일 헤일로 스포츠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전민규 기자]

지난 6월 25일 강원도 정선 종합운동장에서 제45회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남자 100m 결승전이 열렸다. 1위를 차지한 한국 육상의 간판 김국영(광주광역시청 소속) 선수의 기록은 10초 07. 준결승에서 세운 한국 신기록 10초 13보다 0.06초 앞당겼지만 강한 뒷바람 탓에 기록 공인에는 실패했다. 이날 결승전에서 2위를 차지한 말레이시아 조나탄 네파의 기록은 10초 28, 3위는 이재하(서천군청) 선수가 기록한 10초 41이었다. 0.1초의 차이는 스포츠 세계에서 메달 색깔을 바꾼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신체의 근육을 훈련에 최적화시키는 원리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를 위해 스포츠 선수들은 피나는 연습을 반복하고 있다. 첨단과학 덕분에 선수들의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도구와 방법이 세상에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운동화와 운동복, 스포츠 음료 등이다. 심지어 냉동요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요즘 스포츠 분야에서 주목을 끄는 첨단기술은 뇌를 직접 자극해 경기력을 향상하는 도구다. 대표적인 제품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 헤일로 뉴로사이언스가 선보인 헤드셋 형태의 ‘헤일로 스포츠(Halo Sport)’다. 지난해 헤일로 스포츠는 미국 올림픽 대표 선수, 군인, NBA · NFL · MLB 선수 등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결과는 예상 밖으로 좋았다. 대표적인 선수가 2016년 리우올림픽에 출전해 16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미국 육상 국가대표 나타샤 헤이스팅스다. 최근 한국 육상 100m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김국영 선수도 헤일로 스포츠의 효과에 만족하고 있다.

미국 스포츠 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헤일로 스포츠가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7월 19일 헤일로 뉴로사이언스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브렛 윈가이어(43)가 헤일로 스포츠의 한국 론칭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윈가이어 CTO는 미국 툴레인대학교에서 뇌 전기자극 분야에 관한 연구로 생명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과학자다. 그는 헤일로 스포츠에 대해 “스포츠뿐만 아니라 국방,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헤일로 스포츠를 사용하고 효능을 인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헤일로 스포츠 사용법은 간단하다. 가장 먼저 스마트폰과 연동한 후 머리에 착용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작동시키면 헤일로 스포츠에 장착된 부드러운 고무의 프라이머가 두뇌의 운동피질에 전기자극을 준다. 윈가이어 CTO는 “헤일로 스포츠는 운동을 시작하기 전 운동 효과를 극대화해준다”면서 “대뇌의 운동피질을 직접 자극하면 신체의 근육을 훈련에 최적화시켜 주는 원리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헤일로 스포츠는 운동을 시작하기 전 20분 정도 미리 사용해야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뉴로프라이밍’이라고 부른다. 윈가이어 CTO는 “뉴로프라이밍은 신경 자극과 운동 훈련을 조합해 뇌와 근육 사이를 보다 최적화하게 연결해주는 과정을 말한다”고 말했다. 뉴로프라이밍을 하는 동안 운동 피질을 자극하면 두뇌는 ‘과형성상태’로 변하는데, 훈련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효과에 대해서도 자신한다. 그는 “테스트 결과 헤일로 스포츠를 이용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의 차이가 컸다”고 강조했다. 올림픽 금메달을 4번이나 따낸 미국의 마이클 존슨이 운영하는 트레이닝 센터에서 테스트한 결과다. 헤일로 스포츠를 이용한 선수의 다리 근력이 평균 12% 향상된 반면,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2.9% 향상에 그쳤던 것. 그는 “헤일로 스포츠는 스포츠 분야에서만 효과가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음악인을 테스트한 결과 헤일로 스포츠를 이용하면 손가락 근육같이 음악인에게 필수적인 근육도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헤일로 스포츠의 사용 분야는 무한대”라고 자랑하는 이유다.

헤일로 스포츠는 현재 미국과 한국에만 론칭했다. 한국 론칭 이유에 대해 윈가이어 CTO는 “한국의 스포츠 커뮤니티가 매력적이고, 한국과 독점 공급 계약을 맺은 앞선아이앤씨가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내 론칭 가격은 135만원. “미국에 비해 비싼 것 같다”라는 지적에 “한국에 들어올 때 운임과 관세, 세금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라며 “최소한의 가격이 130만원 대다”라고 해명했다.

헤일로 스포츠의 효능 때문에 ‘브레인 도핑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마치 약을 먹고 운동효과를 향상하는 것처럼, 뇌를 자극해서 운동효과를 좋아지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그는 “많이 들은 이야기”라며 “합법적인지 불법인지를 판단하는 근거는 안전성 여부와 스포츠 정신 위배 여부”라고 강조했다.

간질 치료용 신경자극기 상용화 경력

그는 안전성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만장일치로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안전성은 인정받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헤일로 스포츠를 이용했다고 대충 훈련해봐야 효과가 좋아지지 않는다. 혹독한 훈련이 동반돼야만 효과가 배가 되기 때문에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지 않은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뇌과학 분야에서 인정을 받게 된 것은 13년 동안 몸담았던 뉴로페이스에서 간질 치료용으로 머리에 삽입 가능한 반응형 신경자극기를 상용화했기 때문이다. 39개의 특허를 보유할 정도로 신경과학 분야에서 인지도가 높다. 이런 인지도를 뒤로 하고 창업에 도전한 이유는 “간질 치료용 기기를 개발하던 중 2006년 뇌를 트레이닝하는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이 시장을 우리가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2013년 가을 헤일로 뉴로사이언스를 창업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헤일로 뉴로사이언스는 90억원의 투자를 받으면서 성장성도 인정받았다. 그는 헤일로 스포츠에 대해 “아이디어 자체는 오래 전부터 존재했는데,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가 현실화시킨 것”이라며 웃었다.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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