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대학생 칼럼

알아두면 쓸 데 있는 지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손명원 울산과학기술원 3학년

손명원 울산과학기술원 3학년

꼭 있다. 열심히 수업하시는 선생님에게 날 선 질문을 던지는 학생. “선생님, 이거 시험에 나와요?” 대학에 오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요즘도 이 날 선 질문은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교수님, 이거 이번 시험에 나오나요?” 그런 학생들이 나쁜 학생이라고 단정 짓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나는 궁금할 뿐이다. 언제부터 우리가 무언가를 배우는 데 있어 ‘쓸모’를 먼저 생각하게 됐는지. 그리고 그 쓸모를 결정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질문한 학생의 경우 습득한 지식의 쓸모는 학과 시험을 기준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학과 시험은 더 넓게 보면 학점이며, 또 학점은 더 넓게 보면 노동시장에서의 이점을 의미한다. 경쟁 구조 속에서 한 개인은 자신이 어떤 지식을 배우고 싶은가 자신에게 묻기보다는, 오히려 사회가 요구하는 지식을 습득해 그 경쟁 구조 속에서 타인보다 우위에 서는 것을 선택한다.

[일러스트=박용석]

[일러스트=박용석]

따라서 어떤 지식의 쓸모는 개인이 아닌, 궁극적으로 그 개인이 속한 사회 구조가 결정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그 지식으로 인해 내가 타인과 경쟁할 때 과연 이로울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내가 그것을 배우고 싶은지, 배우고 싶다면 왜 배우고 싶은지 생각해 보는 것을 아예 잊어버리게 만들었다.

그런 태도가 우리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지식의 가치를 개인의 효용보다 사회적 쓸모로 먼저 판단하고, 배움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너무 천편일률적이란 생각이 든다. 답이 정해져 있는 지식은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지 않는다. 기존의 체제를 강화하고 창의성을 가둘 뿐이다. 현재 우리 사회가 규정하고 있는 쓸모 있는 지식들이 과연 진정으로 쓸모가 있는 지식인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최근 모 방송사에서 방영된 각 분야의 전문가 5명이 모여 함께 여행을 떠나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종영했다. 그 프로그램은 시작부터 그 5인의 수다에서 나온 지식을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방송을 시청하고 난 후 역설적으로 그들의 지식은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식’이 아닌, 우리 사회에 그 어떤 지식보다 필요한 지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인 것인지 궁금하다.

손명원 울산과학기술원 3학년

◆ 대학생 칼럼 보낼 곳=페이스북 ‘나도 칼럼니스트’(www.facebook.com/icolumn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