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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따라다니는 "흑인은 트럼프편" 팻말남…폭력사교집단 출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2일(현지시간) 미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왼쪽 뒷편에 "흑인들은 트럼프의 2020년(재선)을 지지한다"는 팻말을 든 남성이 보인다. [AP=연합뉴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왼쪽 뒷편에 "흑인들은 트럼프의 2020년(재선)을 지지한다"는 팻말을 든 남성이 보인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2일 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컨벤션센터에서 “나는 (북한) 김정은이 우리를 존중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존중한다”고 연설하는 순간 연단 뒷자리의 한 남성이 두 손으로 ‘트럼프의 2020년(재선)을 지지하는 흑인들’이라는 손팻말을 치켜들었다.

자칭 '흑인 남자 마이클(Micheal the Black Man)'로 통하는 이 남성은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 인사였다. 지난 1월 20일 워싱턴DC의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장, 2월 텍사스 휴스턴 슈퍼볼 경기장에서도 같은 팻말을 들며 4년 후 재선 지지 운동을 벌이면서다. 3월엔 플로리다 마라라고 클럽에서 열린 공화당 기금 모금 행사에도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동영상을 촬영해 자신의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했다.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도 영상에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선거운동 때 열혈 지지자인 그를 직접 칭찬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플로리다주 샌퍼드 유세에서 그를 돌아보며 “흑인은 트럼프 편이란 팻말을 보라. 훌륭하다”고 말했다.

마이클 더 블랙맨(본명 모리스 우드사이드)

마이클 더 블랙맨(본명 모리스 우드사이드)

23일 워싱턴 포스트와 CNN방송 등 미국 언론들은 이 남성의 본명이 모리스 우드사이드(57)로 "1980년부터 미국 내 흑인 지상주의 사교 집단인 ‘야훼 벤 야훼’의 핵심 멤버였다"고 폭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사교집단은 휼런 미첼(자칭 벤 야훼)이 1979년 “성경의 신과 모든 선지자는 흑인”이라며 만들었다. 하지만 교주인 벤 야훼가 1990년 14건의 살인 및 공모 혐의로 18년 형을 선고받은 뒤 복역하다가 2007년 사망하면서 해체됐다. 우드사이드 역시 야훼왕국 신도인 조카에게 살인을 교사하는 등 두건의 살인공모를 포함해 5건의 중범죄로 기소됐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한다.

미국 흑인지상주의 종교 집단 야훼왕국의 교주 야훼 벤 야훼(본명 휼런 미첼)

미국 흑인지상주의 종교 집단 야훼왕국의 교주 야훼 벤 야훼(본명 휼런 미첼)

이후 흑인 보수주의자로 변신한 우드사이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때는 “오바마를 반대하는 흑인들”이라는 팻말을 들고 낙선운동에 나섰다.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Gods2.com을 통해 “오바마는 짐승”“힐러리는 큐 클럭스 클랜(KㆍKㆍK: 백인우월주의 집단) 멤버다” 등의 주장을 했다.
지난해 대선에선 느닷없이 “라틴(히스패닉)과 흑인, 백인은 단결해야 한다”“진짜 KKK단 노예 소유주는 (백인이 아니라)체로키 인디언(북미 원주민으로 1800년대 일찍 문명화돼 흑인 노예를 둠)이다” 등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우드사이드는 23일 시카고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폭력사교집단의 일원이었나”라는 질문에 “야훼 벤 야훼에 소속됐던 적이 있지만 그(벤 야훼)는 전혀 폭력적이지 않았다”면서 “클린턴 부부가 유명하고 옳은 일을 하는 흑인들이란 이유로 파멸시켰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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