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방망이인지도 모르고 안타 날린 두산 투수 김강률

중앙일보

입력 2017.08.23 16:41

업데이트 2017.08.23 17:02

두산 김강률 양광삼 기자 yang.gwangsam@joins.com

두산 김강률 양광삼 기자 yang.gwangsam@joins.com

22일 인천 SK전이 끝난 두산 더그아웃 분위기는 활기찼다. 선수들의 표정도 밝았다. 2-6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9회에 10-6으로 뒤집었기 때문이다. 더그아웃이 어느 때보다 떠들썩했던 이유는 또 있었다. 투수 김강률(29)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타석에 들어서 안타를 때렸기 때문이다.

김강률은 5-6으로 뒤진 8회 말 마운드에 올랐다. 볼넷 2개를 내주며 위기에 몰렸지만 1이닝 무실점했다. 두산은 9회 초 박건우의 역전 투런포에 이어 에반스가 2점 홈런을 날렸다. 마무리 이용찬이 있으니 김강률의 임무는 여기서 끝날 상황. 하지만 두산 타자들의 안타가 이어지면서 김강률이 타석까지 들어서야 했다. 앞선 8회 지명타자로 출전한 에반스가 3루수로 들어가는 바람에 지명타자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야수요원도 모두 교체해 김강률이 타격을 해야만 했다.

2사 1·2루에서 SK 백인식을 상대한 김강률은 볼 3개를 골랐다. 4구 째 높은 공에 헛스윙한 김강률은 다음 공에 배트를 휘둘러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때렸다. 프로 데뷔 후 첫 타석에서 안타와 타점을 올린 것이다. 경기 뒤 만난 김강률은 "솔직히 한 번은 타석에 들어서고 싶었다. 강석천 타격코치님이 다칠 수 있으니 주자가 없으면 치지 말고, 주가 있으면 휘두르라고 했다. 운좋게 안타가 됐다"고 웃었다. 그는 "4구째는 볼이었는데 무슨 생각으로 휘둘렀는 지 모르겠다. 실수였다"고 털어놨다.

2007년 경기고를 졸업하고 두산에 입단한 김강률이 방망이를 쥔 건 13년 만이다. 고교 시절에도 투수에 전념했기 때문이다. 김강률은 "중학교 이후 타격은 처음이다. 동료들의 조언도 없었다. 다들 즐기더라. 누구 방망이인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아무거나 들고 나가려다 (박)건우가 "그건 안 된다"고 해서 다른 방망이를 집었다"고 말했다. 두산 관계자는 류지혁의 배트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올시즌엔 오재원이 류지혁의 배트를 들고나가 안타를 친 적이 있다. 김강률은 '안타 기념구를 챙겼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쿨하게 대답했다.

타격 덕분에 관심을 받았지만 김강률의 본업은 투구다. 김강률은 요즘 마운드에서도 '핫'하다. 후반기 17경기에 나가 2승2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1.29를 기록했다. LG 최성훈(0.75), 팀동료 김승회(1.10)에 이어 후반기 구원투수 평균자책점 3위(1.29)에 올라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구원승을 챙겼다. 김강률은 "올시즌처럼 많이 던진 게 처음이다. 경기를 많이 나가다보니 좋아진 것 같다. 안 맞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했다. 그는 "사실 오늘은 최근 등판 중 컨디션이 가장 안 좋았다. 투구는 만족스럽지 않지만 이런 날 잘 막는게 중요한데 그건 잘 됐다"고 했다.

김강률의 주무기는 역시 강속구다. 구원투수 중 NC 원종현(147.3㎞·스탯티즈 제공)에 이어 평균구속이 두 번째로 빠른 투수가 김강률(147.2㎞)이다. 2015년 부임한 김태형 두산 감독이 김강률에게 쭉 기대를 건 것도 빠른 공의 위력 때문이다. 김강률 자신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직구가 돼야 변화구가 통한다고 생각한다. 직구를 최우선으로 잡아야 한다. 그동안 부상이 있긴 했지만 내가 잘 못했다. 기대해 주신만큼 부응하고 싶었는데 후반기 들어 조금 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2015년과 지난해 한국시리즈 2연패(連覇)에 성공했다. 하지만 김강률은 웃을 수 없었다. 2015시즌엔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쳤고, 지난해엔 한국시리즈 명단에 올랐으나 던질 기회가 없었다. 올시즌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든다면 2012년 준플레이오프 이후 5년 만에 가을 야구 무대에 설 수 있다. 김강률은 "포스트시즌은 아직 생각하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아프지 않고 던지는 게 목표"라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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