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1000분의 1 굵기, 나노섬유로 미세먼지 막는다

중앙일보

입력 2017.08.2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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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있는 머리카락 1000분의 1 굵기의 나노섬유를 개발한 ㈜TN의 양광웅 대표.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있는 머리카락 1000분의 1 굵기의 나노섬유를 개발한 ㈜TN의 양광웅 대표.

사람의 머리카락 한 가닥은 직경이 50~70㎛(마이크로미터) 정도 된다. 1㎛는 10의 6승 분의 1m, 그러니까 1m를 100만 분의 1로 쪼갠 크기다.

양광웅 TN 대표, 신소재 개발 성공
방진망, 수질 필터 등 활용도 높아
소재 개발로 장영실상 2회나 수상

올봄 유럽, 중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크게 문제가 된 미세먼지는 머리카락보다도 훨씬 작다. 연료가 탄 뒤 나오는 연소 입자는 2.5㎛, 꽃가루나 곰팡이는 10㎛에 불과하다. 머리카락 한올의 5분의 1에서 30분의 1가량 되는 크기다.

이렇게 작은 먼지는 방진 시설이나 방진 마스크의 섬유 틈으로 마음대로 뚫고 들어와 인체 내로 유입된다.

이런 미세먼지를 걸러낼 섬유가 개발됐다. 이를 개발한 주인공은 (주)TN의 양광웅 대표. 유기재료 공학박사인 양 대표는 섬유 회사의 연구원으로 25년간 근무하며 소재 개발로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주관하는 ‘장영실상’을 2회나 수상한 이 분야 전문가다.

양 대표는 5명의 연구원과 미세 먼지를 막을 소재 개발에 뛰어들었다. 목표는 간단했다. ‘미세먼지보다도 더 가느다란 실을 뽑아 섬유 소재를 만들어 보자’였다.

3년간 개발비 1억여원을 들인 끝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폴리플루오린화비닐리덴(PVDF)나 폴리우레탄 같은 섬유 원료를 전기적 방사를 통해 약 300㎚(나노미터·10억 분의 1m) 굵기의 실로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머리카락 1000분의 1가량의 실이 만들어진 것이다. 양 대표는 “솜사탕을 만들 때 한 가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수백번 원통형으로 돌리면 솜사탕의 형태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나노 수준으로 가는 실도 한 가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수십만㎞를 뽑아내 섬유 소재로 만들면 형체가 갖춰져 활용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이 기술을 활용해 올해 3월 (주)TN을 창업했다.

나노 섬유의 활용도는 매우 높다. 물 속에 포함된 불순물의 크기보다도 가늘어 수질 관리 필터에 사용할 수 있다. 대기정화 필터나 미세먼지 차단용 방진마스크를 만드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TN은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용으로 먼저 방진망 사업에 진출했다. 아파트에 설치된 기존 방진망에는 격자 틈이 있는데, 이 틈의 크기는 미세 먼지에게는 축구장만큼이나 넓어 집안으로 그대로 유입된다. 나노섬유로 방진망을 만들면 공기는 통하면서 미세 먼지의 집안 유입을 막을 수 있다. 양 대표는 “창문 한칸에 수십만 킬로미터의 나노 원사를 촘촘하게 입혀 방진망을 만들어도 나노 원사의 무게는 5~6g에 불과할 정도로 가볍다”고 설명했다. 나노 섬유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존 방진망처럼 작은 격자틈이 있는 망을 먼저 설치한 후 그 위에 나노원사를 두르고, 다시 코팅 소재로 격자 망을 따라 코팅을 했다. 3중처리했다. TN이 출시한 방진망용 나노원사는 다음달 중 대형마트에 출시돼 누구나 DIY로 손쉽게 망을 교체할 수 있다.

양 대표는 “나노섬유는 향후 활용 가능성이 높아 유럽과 중국 기업들이 사이에 치열하게 개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분야지만 TN은 독자적인 방식으로 개발에 성공했다”며 “미세먼지가 국가적 난제가 된 중국에 본격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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