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일어날 때 어지러운 기립성 저혈압에 약물치료가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그간 근거가 미약했지만 흔하게 사용돼온 기립성 저혈압 치료제를 대상으로 한 세계 최초의 장기 임상시험 결과다.
보행장애로 사고 위험 높은 저혈압 #치료제 미도드린·피리도스티그민 #환자 절반 이상 저혈압 치료 효과 #서울대병원 연구팀, 세계최초 규명 #혈압·신경활동 높이고 안전 확인
서울대병원 신경과 주건·이상건 교수팀은 기립성저혈압 치료제로 쓰이는 ‘미도드린’과 ‘피리도스티그민’이 심각한 부작용 없이 기립성 저혈압 증상을 낫게 한다고 22일 밝혔다. 미도드린은 동맥·정맥에 영향을 미쳐 혈압을 올리고 피리도스티그민은 말초신경에 작용해 신경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
연구팀은 87명의 기립성저혈압 환자를 3개 그룹(미도드린, 피리도스티그민, 병용요법)으로 나눠 3개월간 혈압변화와 우울증, 삶의 질 변화를 관찰했다.
연구결과 약물을 복용한 환자 중 절반 이상에서 혈압 저하 증상이 완화돼 기립성 저혈압이 없어졌다.병용요법은 한가지 약을 쓸 때보다 장점은 없었다. 우울증과 삶의 질 평가에서는 미도드린이 피리도스티그민에 비해 치료 효과가 더 좋았다. 기립성저혈압 환자는 우울증을 잘 앓고 삶의 질도 매우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까지 이 두 약물에 대한 장기적인 임상시험은 없었다. 또 미도드린과 피리도스티그민을 함께 사용(병용 요법)했을 때 효과에 대해서도 이론적으로만 알려졌을 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립성 저혈압이 생기면 혈압이 떨어지기 때문에 뇌로 가는 혈액이 감소하면서 만성피로·두통·보행장애·기절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문에 기립성저혈압 환자들은 사고로 인한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노인의 절반 가량이 기립성 저혈압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당뇨병·파킨슨병 환자에게 더 잘 발병한다. 하지만 제때 진단받고 치료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주건 교수는 "기립성저혈압에서 최소 3개월 이상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단기적으로는 두 약물을 함께 사용하고 장기적으로는 미도드린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연구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는 미국『신경학(Neurology)』 최근호에 실렸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