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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호는 지로나, 이승우는 베로나

중앙일보

입력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공격수 이승우. [사진 대한축구협회]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공격수 이승우. [사진 대한축구협회]

스페인 프로축구 FC 바르셀로나 한국인 삼총사의 유럽 무대 도전 2막이 열렸다. 백승호(20)가 스페인 3부리그팀 이적을 결정하면서 마지막으로 남은 이승우(19)의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백승호 지로나B팀행...스페인 3부리그서 새출발 #이승우는 이탈리아 1부 베로나와 이적 협상 중 #이승우 "완전 이적", 바르샤 "임대" 기싸움 팽팽

백승호는 21일 바르셀로나와의 계약 해지와 함께 페랄라다-지로나B에 입단했다. 계약기간은 3년이다. 페랄라다-지로나B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구단 지로나의 산하 구단으로 스페인 프로축구 3부리그 소속이다. 지로나B는 본래 4부리그 팀이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3부리그 소속의 페랄라다와 합병하며 3부로 무대를 옮겼다. 지로나는 백승호가 머물던 바르셀로나에서 100km 가량 떨어진 인근 도시다. 문화와 기후, 축구스타일 등 모든 면에서 적응이 수월하다.

백승호가 3부리그 팀을 선택한 건 소속팀의 이름값보다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인 삼총사 중 맏형인 백승호는 유일하게 바르셀로나B에서 풀타임으로 두 시즌을 보냈지만, 같은 기간 동안 정규리그 두 경기 출전에 그쳤다. 출전 시간은 16분에 불과하다. 대외적으로 경기력을 선보일 기회 또한 없었다. 3부리그에서 차근차근 몸을 만들어 다음 시즌 이후를 노린다는 게 백승호측의 전략이다.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백승호가 21일 스페인 프로축구 3부리그 페랄라다-지로나B에 입단했다. [사진 지로나 홈페이지]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백승호가 21일 스페인 프로축구 3부리그 페랄라다-지로나B에 입단했다. [사진 지로나 홈페이지]

앞서 장결희가 그리스 1부리그 아스테라스 트리폴리스에 입단한 바 있어 바르샤 한국인 삼총사 중 이승우만 새 소속팀 물색 작업을 이어가게 됐다. 장결희, 백승호에 비해 이적 협상 진행 속도는 늦지만, 이적 대상팀의 무게감은 가장 크다.

이승우는 이탈리아 세리에A(1부리그) 소속 헬라스 베로나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1군 계약인데다 베로나 측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 출전 기회를 보장하는 등 '당근'을 제시하며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베로나는 올 시즌을 앞두고 입단하자마자 돌연 은퇴한 전 이탈리아 국가대표 공격수 안토니오 카사노(35)의 빈 자리를 이승우로 메운다는 계획이다. 이승우를 위해 비EU(유럽연합) 선수 쿼터 한 자리도 비워놓았다. 이승우와 현 소속팀 바르셀로나 공히 베로나가 경기력을 키우기에 적합한 팀이라는데 의견이 일치한다.

베로나행은 지난 6월 '한국 축구 레전드' 차범근 전 감독이 이승우를 만나 직접 전한 충고에 부합하는 결정이 될 수 있다. 당시 차 전 감독은 "(이)승우 연령대 선수들은 좋은 기회를 얻으면 단기간에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서 "임대나 이적을 통해서라도 경기 출장 횟수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팀을 옮긴다면 감독의 전술적 성향을 꼼꼼히 살피는 게 중요하다. 그것만 잘해도 실패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승우측 관계자는 "이승우가 베로나의 전술과 경기 스타일을 신중하게 분석했다"면서 "적응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가운데)은 지난 6월 이승우와 만나 "연봉이나 계약 조건 못지 않게 자신의 경기 스타일과 감독의 전술이 잘 맞는지 철저히 따져봐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인섭 기자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가운데)은 지난 6월 이승우와 만나 "연봉이나 계약 조건 못지 않게 자신의 경기 스타일과 감독의 전술이 잘 맞는지 철저히 따져봐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인섭 기자

문제는 베로나로 건너가는 조건과 관련해 이승우측과 바르셀로나 구단의 셈법이 다르다는 점이다. 바르샤 구단은 올 시즌 B팀 소속이면서도 엔트리에 들지 못한 선수들을 모두 방출(또는 계약해지)했지만, 유일하게 이승우만 놓아주지 않고 있다. 3년간 재계약한 뒤 임대선수 신분으로 베로나에 합류하길 원한다. 세리에A 무대에서 맹활약할 경우 내년 시즌에 다시 데려와 내부 경쟁에 참여시키거나, 또는 거액의 이적료를 받고 다른 팀에 보낸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반면 이승우측은 이번 여름에 완전 이적 형식으로 바르셀로나를 떠나 베로나에서 새출발한다는 구상이다. 베로나를 1순위로 생각하는 것도 유럽 3대 빅리그인 세리에A 무대에서 충분히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승우측 관계자는 "당초 완전 이적을 바라던 베로나가 최근에는 '임대도 상관 없으니 무조건 와달라'며 한 발 양보한 상태"라면서 "선수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이적 협상이 마무리 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본격적으로 성인 무대 도전을 앞둔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에이스 이승우. [중앙포토]

본격적으로 성인 무대 도전을 앞둔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에이스 이승우.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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