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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물에 소음·행인공격도 … 목줄 풀린 펫티켓, 곳곳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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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1일 오전 8시쯤 울산시 남구 선암호수공원. 숲으로 둘러싸인 공원은 광장·산책로 등을 갖춰 ‘애견인’들에게는 소문난 산책 코스다. 하지만 공원관리자에 따르면 반려견의 목줄을 채우지 않거나 배설물을 수거하지 않은 일이 비일비재하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의 그늘 #공원에 방치된 오물 산책객 눈살 #공동주택선 짖는 소리 이웃 간 분쟁 #"동물 놀이터 철거” 민원 이어져 #한 해 1000건 이상 물리는 사고도

공원을 관리하는 김모(67)씨는 “개 10마리 중 3마리는 목줄을 안한 채 여기저기 뛰어다닌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 이모(58·여)씨는 “마구 배변을 해도 그냥 두고 가는 주인이 상당수”라고 했다. 두 시간 정도 공원을 돌면 10개 이상의 개 배설물을 발견한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선암호수공원에는 지난 2월 ‘애완견 출입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붙었다. 하지만 애견협회 항의에 한 달 만에 철거됐다. 현재는 목줄 착용·배변 수거 내용을 담은 계도 현수막이 게시된 상태다.

‘반려 동물 1000만 시대’지만 기본적인 ‘펫티켓’(펫+에티켓)을 지키지 않아 이웃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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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서구 보라매공원도 목줄 미착용·배변 미수거 등 문제로 반려동물 보호자와 일반 주민 간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도 배변을 치우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현수막 옆에 보란 듯이 배설물이 놓여 있기도 했다. 인근 주민 민경식씨는 “배변을 밟을 때도 있고, 목줄을 안 한 개 때문에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전북 전주시 서신동 롯데백화점 앞 하천변 야외광장에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한 가족이 위생봉투함에서 반려견용 봉투 한 장을 뽑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9일 전북 전주시 서신동 롯데백화점 앞 하천변 야외광장에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한 가족이 위생봉투함에서 반려견용 봉투 한 장을 뽑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주시 덕진구는 전주천 생태학습장과 롯데백화점 앞 하천변 야외광장, 아중천 우정신세계아파트 앞 등 주요 하천 쉼터 3곳에 반려동물용 배변 위생봉투함을 시범적으로 설치했다.

공동주택에서는 반려견 짖는 소리에 ‘층견(犬)소음’으로 불리는 이웃간 분쟁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기도 한다.

반려동물 전용공간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지난 4월 국내 최대 규모(4000여㎡)로 문을 연 경기도 용인 기흥호수공원내 반려동물 놀이터도 인근 다세대 주택 주민들로부터 철거 민원을 받았다.

기흥호수공원은 용인 뿐 아니라 서울·화성·평택 등지에 거주하는 반려동물 보호자들도 자주 찾는데 “배설물로 이용이 불편하니 아예 철거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서울 서초구 반려견 놀이터는 결국 철거됐다.

펫티켓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끔찍한 사고가 나기도 한다. 지난 6월 군산시 조촌동 한 거리에서 A씨(44)의 5년생 대형 반려견이 B군(10)을 물어 다치게 했다. A씨가 목줄을 놓치면서 개가 B군에게 달려들어 양팔과 다리 등 10여 곳을 물어뜯었다. B군은 팔다리에 2~3㎝의 이빨 자국이 생기는 등 크게 다쳤다. 경찰은 과실치상 혐의로 A씨를 입건했다.

KB금융경영연구소의 ‘2017 반려동물 양육실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국내 반려동물 가구는 전체 가구의 30.9%(590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1~2인 가구가 늘면서 반려인구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려동물로 인한 사고 역시 상당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대표적인 ‘물림’ 사고의 경우 2014년 676건, 2015년 1488건, 지난해 1019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 외출시 목줄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 배설물 수거 역시 의무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펫티켓 갈등 발생시 우선 이웃분쟁조정센터와 같은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는게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갈등이 터졌을 때 요인은 애완견이 아닌 반려동물 보호자나 상대방이기 때문에 관련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

최영기 전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반려견을 ‘가족’이라 부를 정도가 된 만큼 견주의 펫티켓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며 “정기적인 펫티켓 교육 등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갈등 막는 ‘펫티켓’ 7계명

소음
-불필요한 ‘헛짖음’ 짖지 않게 어릴 때부터 교육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동물 키우는 것은 지양
-이웃도 적정 수준의 소음은 이해하려 노력해야

물림
-공공장소에선 반드시 목줄 하고 풀어놓지 말 것
-개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배설물
-외출 시 배변봉투는 넉넉하게 2~3개 필수 준비
-애견인 스스로 성숙한 문화 만들어야

자료 : 동물권보호단체 케어

용인·대전·울산·전주=김민욱·김방현·최은경·김준희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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