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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볼수록 신기하네 움직이는 조각품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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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의 아누비스' 폴 스푸너 작품.

'몽마르트의 아누비스' 폴 스푸너 작품.

사람들은 아주 먼 옛날부터 나무·돌·종이·천·금속 같은 재료로 자신을 닮은 인형이나 조각품을 만들어 왔습니다. 또한 사람들은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장치를 끊임없이 꿈꿔왔죠. 그리고 인형이나 조각품에 생명을 불어넣어서 움직이는 인형인 오토마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오토마타죠. 오토마타(Automata)란 ‘여러 가지 기계장치로 움직이는 인형이나 조형물’을 말하죠. 스스로 ‘동작하다’라는 뜻의 고대 라틴어에서 나온 말입니다. 지난 16일 소중 학생기자들은 ‘스코틀랜드 무빙토이 특별전’을 방문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토마타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만나고 왔습니다. 모든 물체가 살아 움직이는 환상의 세계로 떠나보시죠.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이지아(오픈스튜디오),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동행 취재=문소윤(서울 방일초 6)・이하동(인천 부곡초 6) 학생기자, 도움말= 임지혜 국립중앙과학관 연구원

[소년중앙] 오토마타의 세계-스코틀랜드 무빙토이 특별전

[소년중앙] 오토마타의 세계-스코틀랜드 무빙토이 특별전

오토마타의 세계-스코틀랜드 무빙토이 특별전
오토마타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국내에서도 오토마타 작품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렸습니다. 영국의 카바레 메케니컬 시어터(CMT, Cabaret Mechanical Theater)와 스코틀랜드의 샤만카 키네틱 시어터(Sharmanka Kinetic Theater), 세계적으로 유명한 두 오토마타(Automata) 작가그룹을 만날 수 있는 ‘스코틀랜드 무빙토이 특별전’입니다. 오토마타를 체험하기 위해 소중기자단은 아침 일찍 대전에 있는 국립중앙과학관으로 향했죠.

'고딕 키네틱' 공연에 나오는 작품 '싱거 재봉틀 타워'

'고딕 키네틱' 공연에 나오는 작품 '싱거 재봉틀 타워'

전시장에 들어서자 때마침 샤만카 키네틱 시어터의 공연이 시작된다는 방송이 들렸어요. 여기서 잠깐! 샤만카 키네틱 시어터에 대해 알아볼까요? 조각가이자 엔지니어인 에두아르드 버수스키(Eduard Bersudsky)의 독특한 예술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예술가 그룹입니다.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시작해 현재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죠. 어느 날, 전기모터를 자신의 조각품에 연결해 본 에두아르드 버수스키는 그 움직임에 매료돼 지금까지 움직이는 작품을 만들고 있어요. 그의 특별한 재능을 알아본 극장 감독 타티아나 자코브스카야는 작품을 널리 알리기 위해 1989년 에두아르드 버수스키와 함께 샤만카 키네틱 시어터를 설립했죠.
전시에서는 에두아르드 버수스키가 만든 19점의 키네틱 아트(Kinetic Art), 즉 움직이는 예술 작품들을 2개의 극장에서 15분간 무빙토이 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소중기자단이 첫 번째로 관람한 작품은 ‘즐거운 세계 여행(Merry-Go-World)’이었는데요. 여러 가지 일상 용품과 수작업으로 만든 정교한 조각품들이 환상적이 멜로디와 조명에 맞춰 생동감 있게 움직입니다. 다른 작품 ‘고딕 키네틱(Gothic Kinetic)’은 분위기 있는 음악과 으스스한 조명이 인상적이었어요. 조각품들은 딸깍딸깍 소리를 내고, 빙그르르 돌다가 종을 울리고 달가닥거리며 춤을 췄죠. 벽에는 아름다운 조명이 계속 변화하는 그림자를 만들어냈어요. 두 작품은 비슷한 듯하지만 미묘하게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임지혜 국립중앙과학관 연구원(맨 왼쪽)으로부터 오토마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문소윤(가운데), 이하동 학생기자.

임지혜 국립중앙과학관 연구원(맨 왼쪽)으로부터 오토마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문소윤(가운데), 이하동 학생기자.

국립중앙과학관 임지혜 연구원은 “‘고딕 키네틱’은 초기 작품으로 삶과 죽음, 인생의 공허함과 어두운 면을 풍자해 조각품·음악 등이 어두운 편인 반면, ‘즐거운 세계 여행’은 세계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으로 활기차고 기쁨이 가득한 분위기”라고 설명했어요. 유심히 살펴본 문소윤 학생기자는 “이렇게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게 대단하고, 직접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신기해요”라고 말했죠.
이제 CMT의 작품을 관람할 차례입니다. CMT는 1979년 수 잭슨(Sue Jackson)이 영국 남부 항구도시 팰머스에서 하던 공예 도구 판매점에서 시작됐어요. 수는 손으로 깎은 동물 인형들을 팔기 위해 가게로 찾아온 폴 스푸너(Paul Spooner)에게 “움직이는 것을 만들어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죠. 영국 오토마타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된 순간입니다. 폴은 이 제안을 받고 유머러스한 오토마타, ‘소시지 그리는 사람(The Sausage Drawer)’을 만들었어요. 손으로 핸들을 돌리면 작동하는 이 작품은, 자칼의 머리를 가진 이집트의 신 아누비스가 소시지를 그리는 모습을 하고 있죠. 현재 CMT에는 폴 스푸너, 수 잭슨, 피터 마키(Peter Markey) 등 세계 각국 20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다양한 오토마타 작품의 창작과 전시 활동을 하고 있어요. 특히 폴은 ‘현대 오토마타 예술의 창시자’로 불리며 특유의 유머와 따뜻한 감성을 표현하는 작가로 유명합니다.

'소시지 그리는 아누비스' 폴 스푸너 작품.

'소시지 그리는 아누비스' 폴 스푸너 작품.

'탈 벗는 아누비스' 폴 스푸너 작품.

'탈 벗는 아누비스' 폴 스푸너 작품.

전시장에서도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아누비스 시리즈가 눈에 띄었습니다. ‘몽마르트의 아누비스’ 앞에서 버튼을 누르면, 아누비스가 티스푼으로 커피를 젓다가 눈에 보이는 파리를 잡으려 하죠. 띡띡띡띡 도르래가 돌아가다가 파리를 “탁”하고 치는 순간(결국 잡지 못합니자만), 학생기자들의 입에서 “와~” 소리가 나왔습니다. 임지혜 연구원은 오토마타의 스토리에 집중해 보라면서 “가만히 지켜보면 모두 다른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요. 그 스토리를 보는 재미가 남다르죠”라고 설명했어요.

'독약 든 우유' 폴 스푸너 작품.

'독약 든 우유' 폴 스푸너 작품.

'바쁜 여우' 폴 스푸너 작품.

'바쁜 여우' 폴 스푸너 작품.

'비포 골디록스' 피터 마키 작품.

'비포 골디록스' 피터 마키 작품.

폴 스푸너의 ‘독약 든 우유’를 보면 고양이가 계속 우유를 먹다가 결국 쓰러져 죽습니다. 독약이 들었기 때문이죠. 동작이 반복될 때마다 쓰러지는 다리 모양과 방향이 달라지는 것도 신기해요. ‘스파게티, 어떻게 살까 시리즈 No. 17’도 흥미롭습니다. 욕조 안에서 한 남자가 스파게티를 먹고 있죠. 수도꼭지 한쪽에선 토마토소스, 한쪽에선 크림소스가 나오네요. 남자의 입이 움직이고 ‘쩝쩝쩝’ 하는 입 모양도 정교하게 표현됐죠. 욕조 밑에는 기계장치의 움직임이 잘 드러나 있는데요. 캠 두 개가 맞물려 돌아가고 크랭크가 돌아가는 것도 모두 보입니다. 관람객들은 정교하게 설계된 작품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버튼을 누르며 오타마타에 대한 기본 지식과 캠·지렛대가 어떻게 작품을 움직이는지 배울 수 있습니다.
“손잡이로 돌리면 되는데 왜 버튼으로 누르게 되어 있나요?” 이하동 학생기자가 불쑥 질문을 던졌습니다. 임지혜 연구원은 “원래는 손잡이를 돌려 움직여요. 근데 관람객들이 손잡이를 계속 돌리면 고장이 날까봐 버튼을 달았어요”라고 답했죠. 참 다행이지 뭐예요. 이 많은 작품을 손잡이로 직접 돌렸다면 팔에서 쥐가 났을지도 모르니까요. 혹은 고장 나서 작품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르죠.

'죽안거마 오토마타_No.3' 전승일 작품.

'죽안거마 오토마타_No.3' 전승일 작품.

순종 장례 행렬에 쓰인 '죽안거마'(1926).

순종 장례 행렬에 쓰인 '죽안거마'(1926).

'외규장각 의궤-국장도감의궤'(1688) 중 '죽안거마'.

'외규장각 의궤-국장도감의궤'(1688) 중 '죽안거마'.

이번 전시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오토마타 작가 전승일의 ‘죽안거마’ 시리즈 등 대표작품 11점도 만날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전승일 작가의 작품을 통해 동양과 서양 아티스트의 작업 스타일을 비교해 볼 수 있었죠. 그의 오토마타 디자인은 한국 전통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죽안거마’는 나무로 만든 거대한 말 인형으로, 조선시대 왕이나 왕비의 장례 행렬에서 수레에 세워 놓고 끌었어요. 고종·순종황제의 장례 사진에도 나오죠. 죽안거마는 장지(葬地)에서 불태워 같이 저승으로 보냈대요. 전승일 작가는 장례 의식에 등장했던 죽안거마를 오토마타로 재해석했습니다. 이밖에도 떡을 만들 때 문양을 찍는 떡살을 활용한 오토마타도 볼 수 있죠.

학생기자 취재후기

문소윤(서울 방일초 6)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오토마타를 보니 매우 신기했어요. 그중 한 손으로 커피를 저으며 한 손으로 파리를 잡는 작품이 제일 기억에 남았죠. 다양한 장난감으로 이루어진 무빙토이 공연도 매우 흥미로웠고요. 화려한 조명과 함께 돌아가는 장난감을 보고 있으니 환상의 세계에 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또 방문하고 싶어요.”

이하동(인천 부곡초 6)

“커피를 마시고 있는 사람이 장갑을 들고 파리를 내려치는 작품이 제일 인상적이었어요. 손을 내리치는 순간 파리가 빨리 날아가는 것이 단순해 보이지만 시간 계산과 복잡한 회로로 만들어져 있어 설계를 어떻게 했을지 궁금했죠. 오토마타에 스토리를 넣어서 재미있는 작품이 많고 신기했던 전시였습니다.”

스코틀랜드 무빙토이 특별전

일정
10월 29일까지(휴관일 매주 월요일)

장소 국립중앙과학관 특설전시관(대전광역시 유성구 대덕대로 481)

시간 오전 9시 30분~오후 6시

입장료 성인/대학생 1만원, 중・고생 8,000원, 유치원/초등생 6,000원

문의 042-601-8063, www.movingtoys.co.kr

이어지는 기사
[소년중앙] 나를 위해 움직이는 장난감 내 손으로 만들어요
http:www.joongang.co.kr/article/2186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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