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현의 영화행] 군함도 상륙 작전

중앙일보

입력 2017.08.21 01:00

[매거진M] 영화 ‘군함도’(7월 26일 개봉, 류승완 감독) 개봉 후, 실제 군함도(하시마)에 가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 까다롭긴 하나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군함도

군함도

여행자에게 군함도는 그리 친절한 장소가 아니다. 물리적으론 가깝지만, 정서적으로는 여전히 아득하게 멀다.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 군함도는 일본의 인기 관광지로 거듭났다. 일본의 남단 나가사키항에서 많게는 하루 10대의 크루즈가 부지런히 관광객을 싣고 군함도로 든다. 뭍에서 배로 대략 40분이면 군함도에 닿는다.

하나 군함도 안에선 많은 제약이 따른다. 편의시설은커녕 화장실도 없고, 개별 행동은 철저히 통제된다. 관광객에게 주어지는 체류 시간은 불과 30분 남짓. 그마저도 정해진 동선대로만 움직여야 한다. 섬에 대한 소개는 군함도 소속 안내원의 고유 영역으로, 외국어 해설은 지원하지 않는다. 외부 가이드가 관광객을 상대로 해설하는 행동 역시 금지 행위다. 그들이 주입하는 대로 ‘메이지 산업혁명의 현장’으로서의 군함도의 역사만을 보고 듣고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여 한국인을 상대하는 여행사는 입도하기 전 역사적 배경과 현장 답사의 의미를 충분히 설명하곤 한단다. “섬에서는 마찰이 생길 소지가 있어 별도의 설명을 못한다” “그들의 태도에 화가 나도 참아야 한다”는 당부와 함께.

관람이 허락된 곳은 남서쪽의 일부 구역으로, 섬 전체 10분의 1 수준이다. 공동 목욕탕이 있던 종합사무소, 대부분 붕괴한 100년 역사의 아파트 건물 등을 펜스 건너편에서 구경할 따름이다. 석탄을 저탄장으로 옮기던 컨베이어 시설은 현재 기둥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북서쪽 반대편, 그러니까 강제 징용된 조선인이 머무른 기숙사 건물, 영화에도 등장한 지옥계단이 있는 구역으로 가는 길은 완전히 막혀 있다.

옛 건물이 많은 만큼 안전상의 이유가 크겠으나, 불편한 진실을 감추려는 속내가 있는 것도 사실일 터. 유네스코는 2년 전 강제 징용 사실을 관광객에게 안내할 것을 일본에 권고했지만, 관련 사실을 알리는 표지판은 섬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안내원 누구도 지하 1㎞ 탄광에서 강제 노역을 했던 조선인의 삶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다.

섬을 빠져나오는 배에 오를 때는 위치 선정이 꽤 중요하다. 선착장을 벗어난 배가 군함도 둘레를 한바퀴 돌고 회항하기 때문인데, 이때 미처 보지 못한 섬의 뒤편을 볼 수 있다. 멀찍이 나마 강제 징용한 조선인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다. 가까이 볼 수 없고, 불편과 울화가 동반하지만, 군함도를 찾는 한국인의 발길은 지금도 멈추지 않는다. 그 땅 깊숙히 서린 우리네 민족의 한을 뼈아프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 정보

일본 나가사키현 나카사키항에서 군함도로 드는 배를 탈 수 있다.

하루 평균 5~10회 운항하는데, 기상 상황에 따라 입도가 취소될 수도 있고, 결항될 때도 있다. 승선료 왕복 4200엔(약 4만4000원), 상륙비 300엔(약 3000원). 일본 투어 전문 여행사 ‘여행박사(tourbaksa.com)’에서 나가사키 역사 문화 투어 버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루 여정으로 군함도를 비롯해 나가사키 원폭 자료관, 평화공원 등을 돌아본다. 1만4900엔(약 15만 6000원, 승선료 별도).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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