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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거기 어디?] 연예인 가게라 무시마라. 맛으로 승부하는 혼밥 라멘집

중앙일보

입력

최근 ‘혼밥 성지’로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에서 인기몰이를 하는 곳이 있다. 일본식 라멘집 ‘아오리의 행방불명’이다. ‘아오리 라멘’이라 불리는 이곳의 또 다른 별명은 ‘승리 라멘집’. 맞다. 빅뱅 멤버인 승리가 운영하는 음식점이다. 2016년 12월 승리가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청담동에 일본 라멘집을 열었다"는 소식을 전해 회자된 바로 그 집이다. 그러곤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7월부터 갑자기 인스타에 ‘#아오리라멘’이란 해시태그가 붙은 사진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최근 1만5000개가 넘었다.

일본에서처럼 혼밥하고 싶다면 이곳만한 곳이 없다. 청담동의 일본라멘집 '아오리의 행방불명'.

일본에서처럼 혼밥하고 싶다면 이곳만한 곳이 없다. 청담동의 일본라멘집 '아오리의 행방불명'.

연예인 식당, 맛이 있을까

아무리 SNS에서 인기가 있다지만 처음 아오리의 행방불명을 찾았을 땐 맛 없을 거란 선입견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음식에 대한 철학이나 실력 없이 유명세에 기대 가게를 냈을 거란 짐작 때문이다. 라멘집 인근 회사에 다니는 지인은 "문 닫는 시간(오후 11시)까지 항상 사람이 많아 오래 기다려야 한다"면서 "그나마 오후 4시쯤이 가장 덜 붐빈다"고 충고했다. 그래서 그 시간에 찾아갔다. 맛에 대한 큰 기대 없이.

'아오리의 행방불명'의 돈코츠 라멘. 옆의 밥은 사이드메뉴로 유명한 달걀간장밥이다. 1인 칸에서 사진을 찍다보니 음식 사진이 잘 안 나온다는 건 인스타 맛집으로선 단점.

'아오리의 행방불명'의 돈코츠 라멘. 옆의 밥은 사이드메뉴로 유명한 달걀간장밥이다. 1인 칸에서 사진을 찍다보니 음식 사진이 잘 안 나온다는 건 인스타 맛집으로선 단점.

결론부터 말하자면, 맛있다. 맛있는 일본 라멘을 찾아 여기저기 다녀본 '라면 성애자'로서 감히 평가하자면 국내에서 맛으로 소문난 그 어떤 일본 라멘집에 뒤지지 않는다. 라멘 메뉴는 단 하나. 돼지뼈를 오래 끓여 국물을 진하게 낸 일본식 돈코츠 라멘이 전부다. 메뉴판에는 ‘아오리 라면 lite’(9000원)와 ‘아오리 라멘’(1만원)의 두 가지가 있지만, 위에 얹는 고명이 두 가지냐 다섯 가지냐의 차이일 뿐 라멘 맛의 차이는 없다. 이 집 라멘의 맛은 9할은 육수다. 한입 들이키자마자 콜록 기침이 날 정도로 매콤하면서 진한 육수의 맛이 일품이다.

아오리의 유래 

주인 승리는 일본의 유명 라멘집은 다 가봤다고 자부할 만큼 자칭 라면 매니어다. 단골로 다니던 일본 라멘집에서 친분을 쌓아온 주방장들과 함께 레시피를 개발했고 ,한국에서 가장 일본 라멘다운 라멘을 파는 가게를 열고 싶어 아오리의 행방불명을 열었단다.
이름의 ‘아오리’는 함께 레시피를 개발한 일본 셰프의 딸 이름이다. 그가 자신의 딸에게 줄 라면을 만든 게 바로 ‘아오리 라멘’이다.

승리는 라멘집을 오픈할 때마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린다. 팔을 벌리고 한쪽 다리를 든 포즈를 고수하는데, 그 모습이 유쾌하다.[사진 승리 인스타그램]

승리는 라멘집을 오픈할 때마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린다. 팔을 벌리고 한쪽 다리를 든 포즈를 고수하는데, 그 모습이 유쾌하다.[사진 승리 인스타그램]

아무리 맛이 좋다해도 이 집이 지금같은 인기를 얻기까지는 승리의 노력이 컸다. 2016년 12월 청담점을 처음 연 이후 2017년 5월 부산 서면, 7월에 강남역과 동대문 DDP에지점을 하나씩 늘려갈 때마다 가게 앞에서 찍은 재미있는 포즈의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에 올렸다. 때론 직원들의 사진을 올리는 등 인스타를 통한 홍보에 열심이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최근 일본에 역진출해 롯폰기점을 열었다.

'아오리의 행방불명' 입구. 한글로도 써 줬으면.

'아오리의 행방불명' 입구. 한글로도 써 줬으면.

여기가 일본이야 한국이야

다시 1호점 얘기로 돌아가자. 1층이 아니라 시커먼 외관의 건물 3층에 있다보니 청담점은 모르는 사람이 밖에선 쉽게 찾긴 힘들다. 가수 정준영이 한다는 2층의 ‘만땅포차’를 지나 3층으로 올라가니 일본어와 영어 이름이 붙은 붉은색 미닫이 문이 나왔다.
드르륵-. 문을 열자 일본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 나타났다. 독서실처럼 나무 칸막이가 쳐진 1인 좌석이 이어져 있고 사람들이 한 칸씩 꿰차고 앉아 라멘을 먹고 있다. 아무 말 없이 라멘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미 혼밥이 익숙해 보인다. 일반적인 한국 식당에서는 본 적 없는 광경이 생경하고 재미있다. 일본 여행을 가본 사람이라면 그때의 추억을 떠올릴만하다.

혼밥의 정석.독서실 책상 같은 1인 테이블에 사람들이 줄줄이 앉아 라멘을 먹고 있다.

혼밥의 정석.독서실 책상 같은 1인 테이블에 사람들이 줄줄이 앉아 라멘을 먹고 있다.

4시에 가도 20분 기다려야

20분 정도를 기다려 몸 하나가 겨우 들어가는 너비의 테이블에 앉았다. 사람이 없어 금방 자리가 난 편이 이 정도다. 인스타에서 '식사 시간에는 1층까지 줄이 늘어서 1시간 이상을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는 글을 본 터라 시간을 잘 맞췄다 싶다. 준비되어 있는 종이 주문서에 원하는 라면과 고명을 선택하고 직원에게 종이를 전달하는 것이 이 집의 주문 방식이다.

자리에 앉아 주문서를 기입한다. 주문서 받을 때, 라멘 나올 때를 빼고는 직원 모습 보기가 힘들다.

자리에 앉아 주문서를 기입한다. 주문서 받을 때, 라멘 나올 때를 빼고는 직원 모습 보기가 힘들다.

라멘에는 마늘, 파, 아지타마고(반숙 달걀), 숙주, 김, 김치 등의 고명은 취향에 따라 추가할 수 있는데, 모두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사이드 메뉴로는 일본식 달갈간장밥(3000원)과 공기밥(1000원), 면(2000원)이 준비돼 있다.

1인석. 위에는 냅킨이, 오른쪽엔 생수통, 왼쪽엔 후추통을 놔준다. 자리 위의 메뉴가 붙어있는 곳이 가방을 넣는 장이다. 주문을 마치면 앞의 커튼을 내려준다.

1인석. 위에는 냅킨이, 오른쪽엔 생수통, 왼쪽엔 후추통을 놔준다. 자리 위의 메뉴가 붙어있는 곳이 가방을 넣는 장이다. 주문을 마치면 앞의 커튼을 내려준다.

주문을 마치면 맞은 편의 커튼을 내려준다. 이제 정말 혼자다. 라멘을 기다리며 자리를 둘러보니 작은 공간 안에 있을 게 다 있다. 가방을 넣는 장이 독서실 장처럼 테이블 위에 붙어 있고 그 아래 냅킨을 뽑아 쓸 수 있게 장착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효율적으로 머리를 잘 썼다.

반숙달걀 이지타마고. 매콤한 육수와 함께 먹는 맛이 좋다. 하지만 얼마전 발생한 살충제 달걀 문제로 당분간은 먹을 수 없게 됐다.

반숙달걀 이지타마고. 매콤한 육수와 함께 먹는 맛이 좋다. 하지만 얼마전 발생한 살충제 달걀 문제로 당분간은 먹을 수 없게 됐다.

라멘 맛은 앞서 말한대로 기대 이상이다. 고명으로 차슈와 이지타마고, 된장으로 무친 부추김치인 ‘니라김치’는 꼭 얹어 먹길 권한다. 차슈의 불 맛과 부드러운 달걀의 맛, 알싸한 부추 맛이 돈코츠 육수와 잘 어울려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게 만든다. 매운 맛을 조절하는 이곳만의 ‘비법소스’가 있는데, 기본 라멘도 꽤 매운 편이라 아주 강렬한 매운 맛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굳이 넣지 않는 게 좋다.

사이드 디쉬 메뉴인 달걀 간장밥.

사이드 디쉬 메뉴인 달걀 간장밥.

혼자 조용히 앉아 혼밥할 곳을 찾거나 진한 일본 라멘의 맛을 즐기고 싶다면 한번 들러볼만한 집이다.
글·사진=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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