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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순환 나쁘면 푸른색, 호르몬 이상 땐 검은색 얼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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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5호 24면

[新동의보감] 얼굴을 보면 건강이 보인다

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우리는 흔히 ‘안색이 좋다, 나쁘다’는 표현을 한다. 안색(顔色)은 말 그대로 얼굴색이다. 의사가 아니더라도 일상생활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의 얼굴색을 보면서 상대의 건강 여부를 살피고 있다. 우리가 은연 중에 살피고 있는 상대방의 안색은 얼굴의 색상, 밝고 어두움, 표정근의 긴장과 이완 등이다. 그런 정보를 종합해서 상대방의 기분이나 건강 상태를 추측하는 것이다. 의사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질병에 따라 달라지는 얼굴색을 살피게 된다.

색조와 명도 변화로 건강 진단 #얼굴이 희면 원기부족 가능성 #전체가 붉으면 고열 있을 수도 #노란색이면 위장 기능 의심을

중국 전국시대 편작(扁鵲)은 화타(華)와 더불어 역사상 최고의 명의로 손꼽힌다. 그는 제환공(齊桓公)과 같은 환자의 안색을 살펴 질병의 유무, 경중을 알아냈다. 이러한 찰색(察色)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의학적 진단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한의학의 진단방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이를 망문문절(望聞問切)이라고 한다.

망진(望診)은 환자의 얼굴과 전신, 신체의 동작 등을 관망하면서 얼굴과 피부의 색깔, 골격, 이목구비, 눈썹, 입술 등의 크고 작음, 단단하고 무름, 밝고 어두움, 윤택함과 건조함, 긴장, 이완 등을 진찰한다. 문진(聞診)은 환자 목소리의 높낮음, 기침소리, 호흡소리 등을 듣고 대소변, 체액 등의 냄새를 맡는 것이다. 또 문진(問診)은 병의 유래와 증상 등을 묻는 것인데, 숙련된 의사는 꼭 물어야 할 사항을 정확하게 물어볼 뿐만 아니라 환자의 하소연을 유도하여 질병이 생기게 된 마음의 궤적까지 진찰한다. 절진(切診)은 손으로 환자의 몸을 직접 만져 진찰하는 것인데, 복진과 진맥이 여기에 해당한다.

열대어 중에 네온이라는 물고기가 있다. 수족관 물속에서 물고기 네온사인이 헤엄치고 다니는 듯한 착각이 생길 정도로 형광색이 화려하다. 네온은 살아 있을 때는 붉고 푸른색을 뿜어 내지만 죽으면 한순간에 형광색이 사라져 버려 초라한 회백색 사체로 바뀐다.

『대학(大學)』이라는 경전에 ‘성어중 형어외(誠於中 形於外)’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내면은 겉으로 드러나게 되어 있다’는 뜻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는 내면에 가지고 있는 기운을 겉으로 뿜어 내기 마련이다. 얼굴색만 보고도 진단이 가능한 이유다.

간단하게 예를 든다면, 얼굴색을 망진할 때 ‘색조변화와 명도변화’를 기본적으로 먼저 살펴본다. 이때 색조변화는 백(白)·청(靑)·적(赤)·황(黃)·흑(黑)의 5색으로 구분한다. 이는 오행설에 대응하는 색깔이다.

명도변화는 밝고 어두움을 기준으로 한다. 어혈이 있거나 통증이 심한 병, 몸이 차가워지는 병인 경우에는 푸른 색조를 띤다. 열이 심한 경우에는 붉은 색조를, 황달이 생기거나 습한 병인 경우에는 누른 색조를, 몸이 허약해지거나 실혈(失血)이 있는 경우에는 하얀 색조를 띠게 된다. 또 허열(虛熱)이 있고 신수(腎水)가 부족하면 검은 색조가 나타난다. 이 다섯 가지 중 어떤 색조를 띠든지, 명도가 밝고 윤택하면 질환의 예후가 양호하고, 어둡고 윤기가 없으면 불량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을 때는 화장을 해서는 안 된다.

인디언 주술사는 하늘이 맑은데도 바람에 실려 오는 비의 냄새를 맡고 몇 시간 내에 비가 내릴 것을 예측한다고 한다. 노련한 뱃사람도 마찬가지다. 밤하늘의 별빛만 보고도 내일 닥칠 폭풍우를 대비한다고 한다. 이는 자연의 기미(機微)를 감지하는 능력으로, 타고난 천재성에다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얼굴색을 살피는 망진 역시, 얼굴에 드러난 기미를 통해 내부의 질병을 감지하는 것이다. 오랜 시간의 학습과 임상에서 많은 숙련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임상에서 망진만으로 질병을 진단하지는 않는다. 겸손하고 사려 깊은 의사는 자신의 실력을 뽐내지 않고 반드시 망문문절을 모두 구사한다. 망문문절을 통해 두루 살펴, 환자가 앓고 있는 질병에 대한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 서로 비교 분석한 후 마침내 최종적인 진단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얼굴색이 희다(白)

혈색이 잘 안 보이는 얼굴색은 원기부족이다. 쉬 피로하고 감기에 잘 걸리는 등의 특징이 있다. 얼굴색이 희고 윤기가 없으면 혈액이나 영양분이 부족하다고 보면 된다. 얼굴색이 창백한 경우에는 우선 빈혈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빈혈이 생기면 혈액 속에 있는 산소를 운반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헤모글로빈의 농도가 옅어지기 때문이다. 이 헤모글로빈을 가지고 있는 적혈구의 색깔은 붉다. 이 때문에 혈액은 붉은색이며 건강한 사람의 얼굴색에는 약간 핑크빛이 감돈다. 하지만 빈혈이 생기면 얼굴색은 창백해진다. 이런 사람은 머리카락이나 손톱에도 윤기가 없고 현기증과 꿈을 자주 꾼다. 또 창백한 얼굴색은 신체에 냉(冷)한 부분이 있다는 증거다.

얼굴색이 푸르다(靑)

얼굴색이 푸른 것은 혈액순환이 나쁘기 때문이다. 멍이 잘 지워지지 않거나, 어깨가 결리거나, 부분적인 동통(疼痛)이 생길 수도 있다. 얼굴색이 푸른 사람은 추위를 잘 타는 경향이 있다. 경기를 자주 하는 아이는 코에서 턱에 걸쳐 푸르스름한 보라색을 보인다.

얼굴색이 붉다(赤)

얼굴의 어느 부위가 붉은지 잘 살펴야 한다. 얼굴 전체가 붉은 경우는 고열이 있거나 열감(熱感)을 수반하는 감기, 변비 등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뺨만 붉은 사람은 신체를 자양하는 진액이 부족한 타입으로, 오후가 되면 얼굴에서 열이 나거나 잠자면서 땀을 흘리는 경향이 있다. 마른 체형의 사람에게서 많이 보인다. 갱년기장애가 있어도 갑자기 상열이 되어 얼굴 쪽으로 피가 몰리면서 붉은색을 띠게 된다. 또 혈당이 매우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얼굴에 있는 작은 혈관에 상처가 생기면서 얼굴색이 붉게 변하는 경우가 있다.

얼굴색이 노랗다(黃)

얼굴색이 노란 색깔을 띠면 위장 기능이 나빠지지 않았는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간장(肝)에 장애가 생겨 혈액 속으로 빌리루빈(bilirubin)이라는 물질이 유입되면 황달이 생겨 얼굴색이 누렇게 변한다. 얼굴색뿐만 아니라 눈의 흰자위도 누런색을 띠게 된다.

얼굴색이 검다(黑)

얼굴색이 검은 경우, 호르몬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콩팥 바로 위에 있는 부신(副腎)의 기능저하로 부신피질호르몬의 분비가 부족해지면 얼굴색이 검어진다. 부신피질호르몬의 분비가 충분하지 못해 생기는 이 병을 처음 밝힌 영국인 의사 에디슨의 이름을 따 ‘에디슨병’이라고 부른다.

그 외에도 얼굴색이 검어지는 원인은 많다. 간장(肝)의 기능이 떨어져도 얼굴색이 검어진다. 간장의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져 간경화 상태가 되면 황달이 오면서 얼굴색이 어두운 황색으로 변한다. 황달이 낫지 않고 오랜 시간이 경과하면 영양상태가 나빠지고 체중이 줄면서 얼굴이 더욱 검어지는데, 이런 상태를 흑달(黑疸)이라고 한다.

신장의 기능이 떨어져도 얼굴색은 검게 변한다. 신장은 몸속 노폐물을 체외로 배출하는 것이 본래의 기능인데, 이 기능이 저하되면 얼굴색은 검어지는 것이다. 이와 함께 몸이 붓는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도 얼굴색이 검어진다. 생활 속 스트레스가 많으면 혈액 순환이 나빠지면서 활성산소가 늘어나 얼굴색이 검게 변하는 것이다.

정현석 약산약초교육원 고문
튼튼마디한의원 대표원장. 경희대 한의과 박사. 경남 거창 약산약초교육원에서 한의사들과 함께 직접 약초를 재배하며 연구하고 있다. 『신동의보감육아법』『먹으면서 고치는 관절염』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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