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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3년 중 1년도 못채우고’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물러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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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사진·54)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물러난다.

정 이사장은 17일 임직원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지난 5월 많은 국민들의 기대 속에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며 “이제 저는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한국거래소를 떠나려 한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낙하산’ 논란 끝에 지난해 10월 이사장에 취임했다.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중앙포토]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중앙포토]

정 이사장은 서한을 통해 “11개월의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곧은 심성과 뛰어난 역량을 지닌 여러분들과 함께 하였기에 급박하게 변해가는 국내외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큰 대과 없이 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었다”며 “그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애써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거래소 이사장의 임기는 3년이다. 정 이사장은 임기 중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게 됐다. 거래소 이사장 재직 기간으로는 최단기다.

정 이사장은 KEB하나은행 인사 개입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올 초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를 받았다.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는 지난 6월 KEB하나은행의 이상화 전 독일법인장 특혜성 인사에 정 이사장(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관여했다며 직권남용ㆍ업무방해ㆍ강요죄 혐의로 고발했다.

또 이들 시민단체는 2015년 11월 금융위가 예정에 없던 광고를 최순실씨 측근인 차은택씨가 당시 대표로 있던 아프리카 픽쳐스에 발주한 정황에 대한 수사도 요청했다. 정 이사장은 이와 관련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이날 정 이사장은 “거래소 이사장 직책이 자본시장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인 점을 고려하여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이사장께서 선임될 때까지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거래소는 후임 이사장 선임을 위한 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주주총회 절차를 밟아나갈 예정이다.

한편 후임 이사장 후보로는 김성진 전 조달청장, 정은보 전 금융위 부위원장, 한국거래소의 김재준 현 코스닥본부장, 최홍식 전 코스닥본부장, 이철환 전 시장감시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김성진 전 청장은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 몸 담았다. 김재준·최홍식 전현 본부장은 거래소 내부 출신이다. 이철환 전 본부장은 거래소를 거치긴 했지만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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