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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ICBM 엔진은 우크라이나 기술 " 보고서 국제 사회 일파만파

중앙일보

입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오른쪽 둘째)이 7월 4일 평안북도 방현지역에서 ‘화성-14형’ 미사일의 발사 준비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화성-14형의 액체 연료 엔진인 '백두 엔진'이 우크라니아에서 들여왔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됐다. [사진캡처·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오른쪽 둘째)이 7월 4일 평안북도 방현지역에서 ‘화성-14형’ 미사일의 발사 준비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화성-14형의 액체 연료 엔진인 '백두 엔진'이 우크라니아에서 들여왔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됐다. [사진캡처·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암시장에서 우크라이나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을 조달했다는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보고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러시아ㆍ우크라이나서 잇따른 증언 #로이터 "미국선 자체 개발 판단" #우리 정부, "관련 첩보 확인 중"

 러시아 국가안보사회응용문제연구소의 알렉산드르 쥘린 소장은 15일(현지시간) 러시아 TV 방송인 RT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3월 30일부터 6월 1일 사이에 우크라이나 로켓 제작 업체인 유즈마쉬 출신 엔지니어 6~10명 정도가 북한에 입국했다”며 “몇 년 전에도 12~16명의 우크라이나 전문가들이 북한을 찾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 머릿속에 모든 것이 있었다”며 “북한 입장에선 사실상 (엔진) 복사뿐 아니라 미래를 위해 일하는 우크라이나인 (전문가) 부대가 창설됐다”고 비유했다.

 앞서 IISS의 마이클 엘먼 선임 연구원은 ‘북한 ICBM의 성공 비밀’이라는 보고서에서 “북한이 짧은 시간 안에 ICBM 기술을 발전시킨 것은 외부로부터 고성능의 액체 추진 엔진(LPE)을 획득했기 때문”이라며 "북한이 불법적 방법으로 우크라이나에서부터 옛 소련 ICBM용 엔진인 RD-250을 들여왔다"고 주장했다. RD-250은 우크라이나 회사인 유즈마쉬에서 제조한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북한이 엔진 기술을 훔쳐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로켓 전문 설계사무소인 유즈노예의 알렉산드르 데그탸례프 소장은 “우리 직원들은 누구도 북한의 미사일 엔진 개발에 참여하지 않았다”면서도 “우리 엔진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기 때문에 어딘가에서 복사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옛 소련의 액체연료 엔진인 RD-250(제일 왼쪽)과 북한의 백두 엔진. [사진 IISS 마이클 엘먼]

옛 소련의 액체연료 엔진인 RD-250(제일 왼쪽)과 북한의 백두 엔진. [사진 IISS 마이클 엘먼]

 유즈노예에서 근무했던 관계자도 “몇 년 전 북한 기술자들이 유즈노예에서 미사일 관련 문서를 훔치려 시도했다가 실패했다”며 “북한이 관심을 가졌던 문서가 이후 다시 수중에 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012년 6월 벨라루스 주재 북한 무역대표부 직원 2명이 우크라이나에서 유즈노예 직원을 포섭해 로켓 관련 기술을 빼내려다 체포돼 8년형을 선고받은 사건을 말한다. 유즈노예는 옛 소련 시절 최초로 핵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사정거리 1만1000km 이상의 ICBM인 R-36M(나토명 SS-18 사탄)을 만든 연구소다. R-36M의 엔진이 북한에 흘러간 것으로 추정되는 RD-250이다. 당시 북한은 R-36M과 연관된 첨단 기술과 액체 연료 로켓 엔진, 연료 공급 시스템 등에 대한 논문들을 가져가려다 적발됐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15일(현지시간) 미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북한이 엔진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는 정보가 있다"며 "북한이 자체적으로 엔진을 제조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보도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마이클 엘먼도 트위터를 통해 “유즈마쉬는 여러 의심 업체들 중 하나”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몇 년 전 우크라이나의 도움을 받았다는 첩보가 있어 확인 중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1990년대 옛 소련 붕괴 후 기술자들을 대거 받아들여 탄도 미사일 개발 속도를 높인 경험이 있다”며 “북한이 엔진을 통째로 가져오기보다는 도면이나 기술을 통해 기술적 난제를 풀었을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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