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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은 왜 위대한 걸작인가

중앙일보

입력

영화 '혹성탈출:종의 전쟁' 스틸.

영화 '혹성탈출:종의 전쟁' 스틸.

원제 War For The Planet Of The Apes|감독 맷 리브스|출연 앤디 서키스, 우디해럴슨, 스티브 잔, 아미아 밀러|각본 맷 리브스, 마크 봄백|촬영 마이클 세레신|시각효과 웨타 디지털|음악 마이클 지아치노|미술 제임스 킨런드|편집 윌리엄 호이|장르 액션, 드라마|상영 시간 140분|등급 12세 관람가

[매거진M] ★★★★
시저(앤디 서키스)의 마지막 여정.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2011,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에서 유인원 리더 시저는 인간에 이별을 고했다.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2014, 맷 리브스 감독)에 이르러선 평화로운 공존을 도모해 봤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제 남은 건, 제목 그대로 전쟁뿐이다.

“유인원이 전쟁을 시작했다. 인간은 용서하지 않을 거다.”
전편에서 시저가 남긴 불길한 예감은 ‘혹성탈출 : 종의 전쟁’(이하 ‘종의 전쟁’)에서 잔혹한 현실이 된다. 영화는 시작부터 시저에게 무참한 시련을 안긴다. 인간군 대령(우디해럴슨)의 기습으로 시저는 제 목숨과도 같던 아내와 어린 아들을 잃고 만다. 분노로 이성을 잃은 시저는 결국 복수를 위해 적진으로 향한다.

영화 '혹성탈출:종의 전쟁' 스틸.

영화 '혹성탈출:종의 전쟁' 스틸.

최종편으로서 ‘종의 전쟁’은 관객의 예상을 여러 의미로 깨뜨린다. 압도적인 스펙터클로 무장한 액션영화를 기대했다면 다소 의아할 수도 있다. 이 영화는 인류와 유인원이 종의 운명을 놓고 치고받는 전쟁 스토리가 아니라, 시저의 심리를 따르는 영웅 서사에 가깝다. ‘유인원은 함께일 때 더 강하다’를 외치던 시저가 무리를 벗어나, 신념과 싸우고, 진정한 리더로 분연히 일어서는 이야기다. 고전 서부극과 로드 무비의 형식을 취한 건 이 때문일 터. 카메라는 과시적 스펙터클 대신 인간성이 멸종된 세계, 사방이 얼어붙은 디스토피아의 풍경, 고뇌하는 시저의 표정을 담는 데 더 몰두한다. 외양의 스케일은 작지만, 내면의 스케일은 폭발하는 전쟁신 그 이상이다. 클로즈업(더구나 CGI 캐릭터)으로 서스펜스를 담아내는 경지는 경이로울 정도. 시각효과를 담당한 웨타 디지털의 공이 크겠으나, 모션 캡처 연기의 한계를 넘어선 앤디 서키스의 힘이 더 절대적으로 느껴진다.

영화 '혹성탈출:종의 전쟁' 스틸.

영화 '혹성탈출:종의 전쟁' 스틸.

고독한 여정에 활기를 불어넣는 새 캐릭터도 주목할 것. 유인원과 교감하는 순수한 소녀 노바(아미아 밀러)와 더불어 돌발행동을 일삼는 베드 에이프(스티브 잔)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상반기 극장가에 베이비 그루트가 있었다면, 하반기에는 베드 에이프가 있다!

‘종의 전쟁’에 이르러 시리즈는 원작 ‘혹성탈출’(1968)과 긴밀한 합을 이루게 된 듯하다. 영화 곳곳에 원작에 대한 오마주와 암시가 깔려 있다. 설정과 캐릭터 등의 변화로 생겼던 거리감이 이 영화로 상당 부분 좁혀지고, 수긍되며, 다시 돌아보도록 이끈다. ‘종의 전쟁’은 그렇게 위대한 마지막이자, 거대한 시작이 되었다.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TIP. 비장한 마지막 10분. 취향에 따라 눈물이 날 수도, 하품이 날 수도 있다.

▶함께 보면 좋은 영화

‘혹성탈출’(1968, 프랭클린 J 샤프너 감독) 
시리즈의 원작. ‘종의 전쟁’은 리부트 3부작 가운데 원작과 가장 연관점이 많다.

‘지옥의 묵시록’(1979,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전쟁 속 인간의 광기.

‘반지의 제왕’ 시리즈(2001~2003, 피터 잭슨 감독) 
모션 캡처의 달인 앤디 서키스. 그 전설의 시작 골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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