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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탱탱하니 물오른 전복, 씹는 맛이 예술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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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제철 이 식당

산과 바다, 들판 그리고 사계절이 있는 한국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제철 맞은 식재료가 넘쳐난다. ‘제철 이 식당’은 매달 제철 맞은 식재료 한 가지를 골라 산지와 전문가 추천을 받은 맛집을 소개한다. 8월엔 전복이다.

무더위 한창일 때 살이 단단해져 #피로 없애는 타우린이 오징어 3배 #회·구이·탕 … 전복장 파는 맛집도

바다의 산삼 전복

해산물은 대부분 찬바람이 불어야 살이 통통하게 오른다. 하지만 전복은 무더위가 한창인 8월이 제철이다. 백운게장 이우원 사장은 “기온이 올라갈수록 전복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여름 전복 살이 단단해 맛이 좋다”고 설명했다.

전복은 비타민·칼슘이 풍부한 데다 피로 해소에 효과적인 타우린이 오징어보다 3배나 많이 들어 있다. 여름철 원기회복에 이만한 식재료가 없다. ‘바다의 산삼’ ‘바다의 황제’로까지 불릴 정도다.

전복이 신선한지를 알아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JW메리어트 서울의 일식당 미카도의 박종희 셰프는 “손으로 전복 살을 눌렀을 때 살이 쫙 오그라드는 것이 신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복 위에 젖은 다시마를 올려 보관하면 냉장고에서 2일 정도는 신선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전복 산지는 제주도와 완도다. 이 중 육지에서 많이 쓰는 건 완도산이다. 이동이 편리한 데다 양식장도 많아 공급량이 많기 때문이다. 미카도 박 셰프는 “완도는 청정지역이면서 다시마·미역 등 전복의 먹잇감도 많아 전복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해산물 중매·도매업을 하는 지민권·지영현씨가 완도에서 직접 전복을 받는 식당 3곳을 추천했다.

등갈비에 전복, 성수등갈비찜

된장물에 데쳐 비린 맛을 잡은 전복과 돼지등갈비를넣고 끓여낸 ‘성수등갈비찜’의 등갈비찜.[사진 각 업체]

된장물에 데쳐 비린 맛을 잡은 전복과 돼지등갈비를넣고 끓여낸 ‘성수등갈비찜’의 등갈비찜.[사진 각 업체]

20년 동안 이탤리언·프렌치 레스토랑의 메뉴 개발을 맡아 온 이성주 사장이 2017년 4월 서울 성동구 뚝섬역 인근에 연 등갈비 전문점이다. 등갈비집에서 왜 전복 요리를 파나 싶지만 이 집의 모든 메뉴엔 전복이 들어간다. 대표 메뉴 등갈비찜은 간장 양념과 매운 양념 두 가지가 있는데, 둘 다 등갈비에 전복 2~3마리가 들어간다. 전복은 특유의 비린 맛을 잡기 위해 된장 푼 물에 한번 데쳐 내장을 제거한 후 사용한다. 이 사장은 “등갈비만으로는 건강식이라고 하기엔 약한 것 같아 대표적인 보양 식재료인 전복을 넣게 됐다”고 말했다. 먼저 버섯·채소·등갈비·전복을 먹은 후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먹으면 된다. 가격은 2~3인용 중자 2만8000원, 4~5인용 대자는 3만9000원이다.

이 집은 심지어 점심 메뉴 순두부와 된장찌개에도 전복이 한 마리씩 들어 있다. 가격은 7000원씩.

전복장 맛집, 백운게장

경기도 의왕시 ‘백운게장’의 전복장. [사진 각 업체]

경기도 의왕시 ‘백운게장’의 전복장. [사진 각 업체]

경기도 의왕시 백운호수 인근에 있는 백운게장은 게·새우·전복 등을 간장에 담가 숙성시켜 만드는 장 전문 요리점이다. 이우원·민기 부자가 함께 운영한다. 아들 민기씨는 “해산물은 재료가 좋아야 맛을 제대로 낼 수 있기 때문에 살아 있는 것만 쓴다”며 “특히 전복은 살아 있어야 내장에서 씁쓸한 맛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집 대표 메뉴는 간장게장과 전복장이다. 전복장은 간장게장을 담갔던 비법 간장에 4일 이상 숙성시킨다. 비법 간장은 간장에 오미자·황기·표고버섯 등 15가지 재료를 넣고 끓여 식힌 후 다시 꽃게를 넣고 72시간 숙성시켜 만드는데, 꽃게 특유의 단맛이 간장에 녹아 짜지 않으면서 풍미가 살아 있다. 본격적으로 전복장을 담그기 전에 먼저 팔팔 끓는 비법 간장에 전복을 넣어 살짝 데쳐 낸다. 이렇게 해야 전복에 붙은 불순물이 제거되면서 보기 좋은 모양이 유지된다. 전복을 데치는 데 사용한 간장은 버린다. 전복장 가격은 2만원(5마리)이다.

전복해장국, 아라전복

수원시에 있는 전복요리 전문점 ‘아라전복’의전복해장국. 새우와 콩나물, 조개를 넣고 끓인 맑은국물의 해장국에 살아 있는 전복을 올려준다. [사진 각 업체]

수원시에 있는 전복요리 전문점 ‘아라전복’의전복해장국. 새우와 콩나물, 조개를 넣고 끓인 맑은국물의 해장국에 살아 있는 전복을 올려준다. [사진 각 업체]

손병철 사장이 아내와 함께 2015년 경기도 수원시 매탄동에 연 전복요리 전문점. 인근 직장인들에겐 해장국 맛집으로 소문나 있다. 이 집의 전복해장국 때문이다.

1인용 뚝배기에 새우·조개·콩나물을 넣어 맑게 끓이고 마지막으로 살아 있는 전복 한 마리를 뚝배기에 담아 손님상에 낸다. 멸치 대신 가쓰오로 육수를 내 마치 일본우동 국물과 비슷한 맛이 난다. 국물과 다른 재료를 먼저 먹는 사이 전복이 먹기 좋게 익는다. 가격은 8000원.

이 집의 또 다른 대표 메뉴는 전복삼겹살이다. 돌판에 삼겹살과 살아 있는 전복, 냉동새우, 양파, 호박 등을 함께 구워 먹는다. 손 사장은 “삼겹살을 구우며 나온 기름이 전복에 배어 버터구이처럼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 가격은 2인용 3만원, 3인용 4만원, 4인용 5만원이다. 주방 안 수족관에서 그때그때 살아 있는 전복을 꺼내 사용한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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