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차량돌진범은 고교 때부터 나치 추종자였다"

중앙일보

입력 2017.08.14 15:08

8월 12일 열린 집회에서 차량 난입으로 다친 여성이 응급 조치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8월 12일 열린 집회에서 차량 난입으로 다친 여성이 응급 조치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차량을 몰고 군중을 덮친 제임스 알렉스 필즈 주니어(20)는 고교 재학 시절 나치 추종자이자 백인 우월주의자였다고 고교 시절 교사가 증언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2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열린 백인우월주의자 집회에 참여했다가, 이 집회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향해 차를 몰고 돌진해 1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백인우월주의 집회에서 반대파 군중에 차량 돌진 20살 청년
역사 교사 "고교 때부터 나치즘 추종...되돌리려 했으나 실패"
1명 숨지고 19명 부상...WP "미국 역사상 가장 추한 날"

범인의 고교 재학시절 역사 교사였던 데릭 와이머에 따르면 필즈는 '미국의 근대 전쟁'이란 수업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군에 관한 깊이 있는 보고서를 써냈다. 와이머는 "그가 나치즘과 아돌프 히틀러에 매혹되어 있었음이 분명했다"면서 "백인 우월주의 시각을 갖고 있었고, 그걸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고 말했다. 잘 쓴 보고서이긴 했지만 독일군과 친위대를 찬양했다는 것이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청소년 일베의 탄생'이다.

차량 난입범의 머그샷. [AP=연합뉴스]

차량 난입범의 머그샷. [AP=연합뉴스]

언론과 사상,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혐오 발언도 자유로운 편이다. 이 같은 문화 때문에 나치즘을 가볍게 여겨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있다. WP에 따르면 지난 주말 미국 관광객이 독일에서 '나치 경례'를 했다가 행인에게 두드려 맞는 사고가 발생했다. 독일 경찰에 따르면 41세 관광객이 술에 취해 "하일 히틀러"라는 나치식 경례를 했다가 행인에게 공격을 받아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나치 경례 또는 히틀러 경례는 1933~45년 아돌프 히틀러가 독일을 통치하던 시절 국가사회주의 노동자당(나치당)이 하던 경례 방식이다. 한쪽 팔을 높이 들어 올리면서 “하일 히틀러 ”(Heil Hitlerㆍ히틀러 만세) 구호를 외쳤다. 당시 이탈리아의 파시스트당에서 하던 경례 방식인 로마식 경례를 수정한 형태였다고 한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이후 독일은 나치 경례와 관련 구호를 법률을 통해 금지했다. 이를 어기면 최고 3년형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는 벌금형을 집행하는 예가 많긴 하다. 최근에 중국 관광객 남성 2명도 나치 경례 포즈로 기념 사진을 찍다가 경찰에 체포돼 500유로(약 66만원) 벌금을 내고 풀려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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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사태로 희생된 이들을 기리며 13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어린 소녀가 헌화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AFP=연합뉴스]

폭력 사태로 희생된 이들을 기리며 13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어린 소녀가 헌화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AFP=연합뉴스]

독일에선 법으로 금지된 나치즘이지만, 필즈의 사례로 보듯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정서와 역사와는 다소 거리가 먼 미국에서 고교생이 이를 추종하는 보고서를 쓰면서 진작 백인우월주의와 나치즘에 빠지는 극단적인 사례가 나타난 셈이다. 와이머는 역사 교사로서 역사적 사실을 강조하고 학구적인 이유를 들어 나치즘에 심취한 필즈를 되돌리려 했다. 그는 "최선을 다했지만 내가 (필즈를 바로잡는 데) 실패했다는 걸 인정한다"고 말했다. 또 "하지만 이 사건을 배움의 계기로 삼아야 하며, 이와 같은 사상이 우리 나라를 갈가리 찢고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을 덮치는 자동차. [AP=연합뉴스, The Daily Progress 제공]

시민들을 덮치는 자동차. [AP=연합뉴스, The Daily Progress 제공]

필즈는 미국 남부 켄터키주의 랜덜 K. 쿠퍼 고등학교에 다녔다. 최근엔 오하이오주 모미로 이주했다. 필즈의 어머니는 아들이 참석한다던 집회가 "백인우월주의 집회인 줄은 몰랐"으며 "트럼프 관련 집회인 줄 알았다"고 AP통신 인터뷰에서 말했다.

필즈는 2급 살인 1건, 폭력범죄 3건, 뺑소니 1건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WP는 이 사건을 '최근 미국의 역사상 추악한 날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이 사건 외에도 당일 폭력 시위로 수십명이 부상했고, 안전을 위해 투입된 헬리콥터가 추락하면서 조종사와 경찰관이 숨지는 사고도 뒤따랐다.

7월 8일 샤로츠빌에서 열린 KKK 집회. [AP=연합뉴스]

7월 8일 샤로츠빌에서 열린 KKK 집회.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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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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