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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CEO] 중국에 듀렉스 넘보는 '코끼리'가 있다?!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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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그렇지만 중국인들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성(性)'에 관한 화제를 입에 올리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성을 터부시하기 때문이다.

샤오미 출신 20대 젊은 창업자 #창업 2년 만에 이익 창출, 연매출 170억원대 #콘돔에 젊은 문화 입혀, 엔터계와 활발한 협업 #

이에 한 젊은 청년이 나서 '성'에 대한 중국인의 고리타분한 인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는 부끄러울 수 있는 '성'에 대한 이야기를 대담하게 논하고, 대중 앞에서 용감하게 '성'을 해석했다.

그리고 개성 넘치는 콘돔을 만들었다. 듀렉스, 오카모토, 지스본, Elasun 등 기존 쟁쟁한 제품들 사이에서 창업 2년 만에 이익을 내고, 작년에는 1억 위안(약 170억원) 가량의 매출을 달성했다. 90년생 다샹안취안타오(大象安全套, 코끼리 콘돔) 창립자 류커난(刘克楠)의 얘기다.

90년생 코끼리 콘돔 창업자 류커난. [출처: cctop100.com]

90년생 코끼리 콘돔 창업자 류커난. [출처: cctop100.com]

'대륙의 실수' 샤오미 출신, 젊은 문화를 입힌 콘돔을 만들다

류커난은 청소년 농구클럽에서 활동할 정도로 농구를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하지만 십자인대 파열로 농구를 접은 뒤 마카오도시대학(澳门城市大学)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 학과에 입학해 차석으로 졸업했다.

2011~2012년에는 IT 기업 샤오미에서 전국 유통망을 관리했다. 그러나 샤오미에서 근무한 지 1년 만에 높은 업무 강도에 지치고 말았다. '남의 회사에서 힘들거면 그냥 내 회사에서 힘들자'. 류커난이 창업을 결심한 이유였다.

곧바로 그는 세계 500대 기업 리스트를 펼쳐 이들이 무엇으로 돈을 버는지 파악했다. 처음엔 버드와이저를 생산하는 앤호이저부시(Anheuser-Busch)로부터 영감을 받아 플라스틱 병에 담은 맥주 사업을 구상했지만 생산 단가가 높아 포기했다.

그렇게 2013년 6월이 돼서야 류커난은 학교 동창과 함께 지금의 코끼리 콘돔을 세웠다. 정식 회사명은 '코끼리와 그의 친구들 테크놀러지(大象和他的朋友们科技有限公司)'. 이름부터 참 길고 남다른 이 회사는 평균 연령 25세의 젊은 피로 똘똘 뭉쳐있다.

어느 정도 밑천도 있었다. 한 회식 자리에서 류커난은 투자회사 TXD Ventures(泰山兄弟) 파트너에게 자신의 창업 구상을 설명했고, 곧바로 100만 달러(약 11억 4000만원)의 엔젤투자를 얻어냈다.

코끼리 콘돔만의 독특한 포장. 한 손으로 쉽게 뜯을 수 있고, 반대로 낄 염려도 없다. [출처: 36커(?)]

코끼리 콘돔만의 독특한 포장. 한 손으로 쉽게 뜯을 수 있고, 반대로 낄 염려도 없다. [출처: 36커(?)]

물론 시장조사도 열심히 했다. 듀렉스, 오카모토, 지스본 등 수십 종의 인기 콘돔을 연구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포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이들 기업의 타깃층이 너무 광범위(10대~70대)하다는 것이었다.

류커난이 추구하는 코끼리 콘돔의 방향은 "젊은이들을 가장 잘 이해하는 콘돔 브랜드"였다. 그리고 2014년 1월, 0.03mm 초박형 콘돔을 출시했다. 콘돔 구매자에겐 주사위와 물티슈 등을 증정하는 이색적인 행사도 진행했다.

이후 첫 제품을 보완한 두 번째 콘돔은 한 손으로 쉽게 포장 박스를 열 수 있도록 디자인해 히트를 쳤다. 소비자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편의성과 안전성을 끊임 없이 개진해나갔다.

창업 약 1년만인 2014년 3월에는 500만 달러(약 57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이후 류커난은 코끼리 콘돔을 '문화소비'를 베이스로 한 일용소비재(FMCG) 회사로 키우고 있다. 현재는 말레이시아의 한 고무원료 수출업체 및 독일 콘돔 기술 업체와 공동으로 생산 공장을 짓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90년생 코끼리 콘돔 창업자 류커난. [출처: cctop100.com]

90년생 코끼리 콘돔 창업자 류커난. [출처: cctop100.com]

소비자 경험 최우선 주의, 엔터계와 활발한 협업

코끼리 콘돔은 매 분기마다 대규모 소비자 의견 조사를 실시한다. 지난 1월의 경우 고객 수백 만명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중국 최대 C2C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淘宝), 소셜커머스 사이트 메이퇀(美团) 등으로부터 고객의 정보를 얻어 소비 취향을 분석한다.

그래서 얻은 결론이 코끼리 콘돔 구매자들은 와인, 맛집, 영화 등에 아낌 없이 돈을 쓰는 소비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업종들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마케팅·홍보를 실시했다.

지난 2015년 하반기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코끼리 콘돔이 간접광고(PPL), 공동 마케팅, 사은품 등의 방식으로 협력한 영화만 <로스트 인 홍콩(港囧)> 등 총 22편에 달했다.

다른 업체들처럼 위챗이나 웨이보를 위주로 마케팅을 할 수도 있었지만(물론 SNS 입소문 마케팅도 열심히 한다) 류커난은 영화, 드라마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제품을 보다 색다른 방식으로 홍보할 수 있는 채널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대본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코끼리 콘돔이 전체 스토리 라인에 자연스럽게 융화되도록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류커난의 꿈은 코끼리 콘돔을 '만물상' 샤오미처럼 만드는 것이다. 현재 콘돔을 넣을 수 있는 스마트폰 케이스와 주머니 달린 양말 등을 연구 중이라고 한다.

차이나랩 이지연, 서유진
자료 참고=차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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