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분수대

우사인 볼트의 축구 도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양영유
양영유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양영유 논설위원

양영유 논설위원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은 치타다. 최고 속도는 시속 120㎞. 사자가 시속 65㎞, 자메이카의 ‘육상 황제’ 우사인 볼트가 45㎞라니 말 그대로 전광석화다. 치타는 천부적인 단거리 선수다. 머리가 작고 몸매가 날씬하고 매끄러워 공기 저항을 적게 받는다. 척추는 달릴 때 활처럼 구부러졌다 펴진다. 그 탄력을 이용한 보폭이 7~8m나 된다. 그런데 전속력으로 20초 이상을 달리면 체내 온도가 급상승해 계속 스퍼트를 할 수 없다고 한다. 지구력이 약한 것이다.

볼트는 인간 세계의 치타에 비유된다. 100m 9초58, 200m 19초19. 볼트가 세운 전대미문의 기록이다. 지난 10년간 올림픽 금메달 8개,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금메달 11개를 따냈다. 치타 같은 폭발적 스피드가 저절로 생긴 건 아니다. 단거리 선수론 키(1m95cm)가 커 스타트가 늦고 척추측만증이란 핸디캡도 있었다. 그걸 훈련으로 극복했다. 100m를 맞수보다 서너 걸음 적은 41걸음에 내달릴 수 있도록 허리·허벅지 근육을 단련했다.

볼트가 어제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400m 계주를 마지막으로 트랙을 떠났다. 100m 동메달, 계주 노메달. 황제의 쓸쓸한 퇴장에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훈련 부족 탓에 근육 경련이 일어나 쓰러지는 모습은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다시 일어서기 바란다. 트랙이 아닌 축구장을 누비는 프리미어리거가 되겠다는 꿈을 향해.

스포츠 스타의 전업은 예전에도 화제였다. 미국 메이저리그 외야수로 뛰다 프로풋볼리그(NFL) 선수로 전향해 수퍼보울 우승을 이끈 디온 샌더스는 변신의 전설이다. ‘쇼’가 아니란 걸 실력으로 보여줬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정반대였다. 1993년 돌연 농구공 대신 야구방망이를 잡았다. 마이너리그 더블A였는데도 타율은 2할2리의 빈타였다. 결국 다시 코트로 돌아와 시카고 불스의 3연패를 이끌었다.

볼트의 축구 도전은 어떻게 될까. 유튜브에선 그의 볼 트래핑 장면이 나오는 동영상이 인기다. 실력이 제법이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오버래핑 전담이 적합, 킥과 드리블 익히면 번개 골잡이, 공보다 더 빨라 최악의 오프사이드 황제 될 듯, 풋볼 선수가 더 낫겠다”라는 격려나 애정 어린 걱정이 교차한다. 볼트의 인생 2막, 멋진 도전이 되길!

양영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