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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 한반도 안보시계 ‘3대 알람’은 안 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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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8월 위기설 실체는

금값과 달러 값이 뛰었다.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11일 금은 g당 4만7210원에 거래를 마쳤다. ‘4월 위기설’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이었다. 원-달러 환율도 이날 달러당 1143.5원에 거래를 마쳐 9일 종가(1125.1원)보다 18.4원 뛰었다. ‘한반도 8월 위기설’ 속 안전자산의 대표인 금과 달러 값이 오르는 중이다. 과연 8월 위기설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 전쟁의 사전 징후들로 팩트를 체크해 봤다.

군 데프콘 평소와 같은 4단계 유지 #주한 미국인 긴급철수 움직임 없고 #미 핵심전력 항모 3척도 이동 없어 #“충돌 가능성 낮지만 북 위협 엄존”

①군의 데프콘·워치콘=군의 데프콘(Defcon)은 정규전에 대비해 발령하는 전투준비 태세다. 워치콘(Watchcon)은 한·미의 대북한 정보감시 태세다. 데프콘과 워치콘은 모두 5단계가 평시, 1단계가 전시다. 한국은 6·25전쟁 이후 4단계를 계속 유지해 왔다. 군 관계자는 13일 “현재도 데프콘과 워치콘은 모두 4단계”라고 밝혔다.

데프콘의 경우 3단계부터 전쟁 위기상황이다. 지금까지 3단계는 1976년 8월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83년 10월 아웅산 묘역 폭탄테러 사건 때 두 번 발령됐다. 반면에 워치콘은 북한의 핵실험, 2010년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 사건, 2015년 목함 지뢰 도발 때 2단계까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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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식 전 합참차장은 “데프콘과 워치콘은 북한의 전방 부대가 활발히 움직이거나, 탄도미사일이 발사 위치로 이동하거나, 창고에서 군수물자를 꺼내는 것 같은 북한의 상황 체크리스트를 한·미가 면밀히 관찰한 뒤 단계를 올리거나 내린다”고 설명했다. 데프콘과 워치콘이 그대로라는 의미는 북한이 ‘괌을 미사일로 타격하겠다’고 성명을 냈지만 ‘말 폭탄’ 외에 실제 움직임은 없다는 뜻이다.

②주한 미국인의 긴급 철수=미국은 매년 20만 명으로 추산되는 주한 미국인의 한반도 철수 작전을 실시한다. 봄·가을 두 차례 실시하지만 올해는 ‘4월 위기설’ 때문에 오해를 살 수 있어 6월로 연기했다. 주한 미국인 긴급 철수 작전이 시작되면 미국 국적 민간인들이 여권 등의 서류를 갖춰 서울 용산기지 등 전국 18개 집결지와 대피 통제소에 모인다. 하지만 훈련 외에 지금까지 주한 미국인의 실제 집결은 없었다.

③미군의 전력 증강=최근 불거진 ‘8월 위기설’의 본질은 과거와 양상이 다르다. 김진형 전 합참 전략기획부장은 “한반도 전쟁위기론의 핵심은 미국의 북한 선제타격”이라며 “이 경우 미국은 북한의 타격에 앞서 한반도 주변에 전력을 증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 전력 증강의 핵심 지표는 핵추진 항공모함의 전개다. 미국은 유사시 한반도에 배치할 항모로 니미츠(CVN 68)·칼빈슨(CVN 70)·로널드 레이건함(CVN 76) 등 3척을 지정했다. 이 세 척이 한반도 인근 해역에 다 모일 경우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현재 로널드 레이건함은 일본 근해에서, 니미츠함은 페르시아만에서, 칼빈슨함은 미국 서부 해안에서 작전 중이다. 물론 “실제 군사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지만 북한의 도발 위협은 엄존할 것”(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이라고들 본다. 하지만 한반도 안보시계는 평시와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이철재·박유미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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