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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노영범의 소울루션(3) 마음이 공허하면 비만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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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약은 보약이란 인식이 강했다. 병을 치료하는 건 양약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앞으론 한약도 치료 약으로 쓰이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화학적 조합으로만 만든 양약은 강한 독성을 띨 수밖에 없다. 반면 한약은 생약 성분으로 이루어져 몸에 이롭다. 한약이 치료 약으로 사용된다면 양약이 쳐놓은 울타리를 허물어 의학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전문 한의사가 진단체계를 상세하게 소개한 '상한론'을 바탕으로 치료 약으로서의 한약을 풀어낸다. <편집자>

결핍에 불안 느껴 속 채우려다 체중 늘어 #콩·약재로 만든 '향시' 공복감 해소시켜

다이어트. [사진 pixabay]

다이어트. [사진 pixabay]

노출의 계절이라는 여름이 다 끝나가지만,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은 항상 뜨겁다. 그동안 다이어트 상품의 주된 소비층이 미용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로 여겨졌지만, 요즘에는 그 연령층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성인병의 가장 큰 원인이 비만으로 밝혀지면서 더욱 그렇다.

비만, 특히 복부비만은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심뇌혈관 질환을 유발한다. 이들 질병은 대사증후군으로 묶이는데, 생활습관에 따른 질병이어서 생활습관병으로 불린다. 이제는 단순히 미용 목적이 아닌 건강의 문제로 비만을 치료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유튜브 동영상 기반의 ‘홈트’ 유행 

‘원푸드 다이어트, 효소 식이, 곤약 밥….’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은 들어보았을 식단이다. 다이어트 수요가 커지면서 저칼로리 식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칼로리를 소모하기 위한 운동 프로그램도 잇따르고 있다. 헬스·요가·필라테스 ·스피닝·좀바댄스·코어 운동 등이 그것이다. 최근에는 유튜브 동영상 자료를 기반으로 집에서 혼자 운동하고 관리하는 홈 트레이닝, 줄임말로 ‘홈트’가 유행하고 있다.

홈 트레이닝. [중앙포토]

홈 트레이닝. [중앙포토]

한의치료(韓醫治療)에서도 그동안 많은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제시해왔다. 주로 다이어트 침구치료(鍼灸治療)와 함께 다이어트 한약을 처방하는데, 다이어트 한약은 마황제(麻黃劑)로 기초대사량을 높여 적은 활동량으로도 칼로리 소모를 높여 주는 것을 기본 원리로 한다. 더불어 사하제(瀉下劑)를 통해 배설이 잘되도록 돕고, 부종을 빼준다.

하지만 고대 임상의학 서적인 『상한론(傷寒論)』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비만의 원인을 제시하며 치료의 관점을 달리한다. 바로 위중공허(胃中空虛)이다. 이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마음, 즉 공허함이 위장에 ‘허기짐’으로 작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허기짐’은 단순히 신체적 욕구만이 아니라 일종의 정서적 허기짐이다.

허기짐이란 항상 부족하다는 일종의 결핍이며 갈망이다. 결핍된 것을 갈망하나 계속 채워지지 않으면 되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불안을 느끼게 된다. 결국 불안을 이기지 못해 늘 무언가로 자기 위장(胃腸)을 채우며 스스로 위로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이렇게 위장을 자꾸 채우려고 하는 형태를 『상한론(傷寒論)』에서는 ‘양명병(陽明病)의 위가실(胃家實)’로 정의한다. 허기짐으로 인해 계속해서 속을 채우려하는 위가실 관성으로 오랜 시간 꾸준히 체중이 증가하여 결국 비만하게 되는 것이다.

요요현상. [일러스트 강일구]

요요현상. [일러스트 강일구]

따라서 다이어트를 통해 일시적으로 살을 빼는데 성공하더라도 이 허기짐을 해결하지 못하면 다시 체중이 증가해 버리는 ‘요요현상’을 겪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핍되고 부족하다고 느끼는 허기진 마음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

비만은 마음 치료가 먼저 

『상한론(傷寒論)』에서는 비만을 식(食)과 위(胃)의 문제로 찾는다. 식(食)과 위(胃)가 포함된 조문은 각각 12개와 17개이다. (제강에 胃를 기본으로 포함한 양명병(陽明病) 조문까지 고려하면 23개의 조문이 더 있다) 같은 비만의 문제이지만 각기 다른 마음의 문제와 몸에 나타나는 증상을 구별해 진단해야 한다.

그 중 위(胃)의 공허함을 잘 나타내고 있는 조문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마음이 불안하고 안절부절 못하며 뱃속이 텅 빈 듯 한 공허감에 싸여서 음식으로 채워야만 편해지는 사람에게는 ‘치자시탕’으로 다스려야 한다.’(陽明病, ... 身重, 若發汗則躁, 心憒憒反讝語, ... 若下之, 則胃中空虛, 客氣動膈心中懊憹, 舌上胎者, 梔子豉湯主之.)

치자시탕은 치자와 향시가 주가 된 처방이다. 치자는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향시는 콩과 여러 약재를 혼합하여 발효시킨 것으로 소위 특수 조제된 메주와 같아서 포만감을 주어 공복감을 해소시킨다. 따라서 결핍으로 인해 느끼는 불안과 허기짐의 마음을 안정시켜서 폭식하는 행위를 막고 식욕을 정상화시켜준다.

다이어트 식단. [중앙포토]

다이어트 식단. [중앙포토]

혹시 불안하고 허기짐을 못 참아 음식을 손에서 놓는 게 힘들진 않은가? 끊임없이 다이어트를 하지만 허기짐으로 인해 계속 실패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이제 허기짐을 만드는 결핍에 관한 ‘정신적 문제’를 먼저 치료해 보자. 식품을 통해 느끼는 포만감은 일시적이다. 하지만 생약복합처방인 한약을 통해 몸을 다스린다면 근본적 허기짐을 해결하고 인체의 기능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

『상한론(傷寒論)』은 ‘사람(者)’을 보아야 근원적인 치료가 된다고 말하고 있다. 사람을 보아야 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과 정신을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비만 역시 정신적 문제에서 출발하고, 이러한 정서적 원인을 해결해야만 완전한 치료에 도달할 것이다.

노영범 대한상한금궤의학회 회장 neoherb@hanmail.net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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