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대학생 한 달 주거비, 평균 63만원
지난 3월 취업 포털 ‘알바몬’이 대학생 496명에게 생활비 지출 내역을 물었답니다. 조사 결과 자취하는 대학생은 한 달 주거비로 평균 63만원을 쓴다고 집계됐죠.
자취 대학생 65% "주거비가 가장 큰 부담" #대학 기숙사, 5명 중 1명만 수용 가능 #기숙사비 최고는 연대 1인실 월 63만원 #4인실 중 최고는 숭실대, 28만 2000원 #민자기숙사 늘면서 학생 부담 커져 #부산 동서대는 월 10만 7000원에 1인실 #5층 아파트 리모델링해 기숙사로 활용 #2인실 최저 김천대도 아파트생활관 #계명대 4인실은 월 7만 9000원, 전국 최저
부모와 따로 사는 대학생 3명 중 2명(65.2%)은 주거비가 생활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답했답니다. 같은 조사에서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로 한 달 평균 68만원을 번다고 응답했는데요. 자취생의 경우 아르바이트로 번 돈 대부분을 월세, 관리비로 쓰는 셈이죠.
이처럼 주거 비용은 등록금과 더불어 대학생과 이들의 학부모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어요. 그나마 등록금은 정부 정책에 따라 지난 8년 동안 동결됐고, 국가장학금은 차츰 늘고 있어 학비 부담은 다소 개선됐습니다.
이에 비해 주거비 부담은 개선이 더딘 편에요. 형편이 넉넉지 않은 자취생들은 무엇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머물 수 있는 기숙사를 원하죠. 하지만 대학들이 부지와 건축비 확보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정부에선 공공기숙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학가 주변 임대업자들의 반발과 지자체의 ‘눈치 행정’으로 지연되곤 합니다.
대학 정보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5년 재학생(학부생+대학원생) 2000명 이상인 전국 대학 캠퍼스 167곳의 기숙사 수용률은 평균 18.9%입니다. 5명 중 한 명만 기숙사 입사가 가능하다는 거죠.
기숙사 수용률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큰 편입니다. 서울 지역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11.4%에 그치죠. 경기도·인천은 15.2%, 수도권 외 지역은 23.9%로 조사됐습니다. 원룸 임대료 등 거주비 부담이 가장 큰 수도권 대학에 기숙사가 가장 부족한 상황이라, 학생들의 불만도 높고요.
기숙사 수용률 1위는 경북 포항의 포스텍(경북 포항)입니다. 기숙사 수용률이 110.2%에 이르는데요. 학생 전원이 기숙사에 수용해도 공간이 남는다는 뜻이죠. 포스텍에 따르면 학생 기숙사의 남는 공간을 신규 채용된 직원이 쓰기도 합니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 82.1%), KAIST(75.9%)는 각각 2위, 3위에 올랐습니다. 이어 4~7위는 중원대(75.1%), 한동대(73.2%), 코리아텍(한국기술교육대, 69.5%), 목포해양대(68%) 순입니다.
기숙사 수용률이 70% 안팎이면 원하는 학생은 대부분 머물 수 있는 수준이죠. 코리아텍 황의택 홍보팀장은 “통학이 가능한 곳에 집이 있거나, 독립적인 생활을 원해 학교 주변 원룸에 사는 학생들을 제외한 기숙사 희망자 대부분이 학교 생활관(기숙사)에서 생활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숙사비 최고 1인실 연세대, 4인실 숭실대…민자기숙사 영향
대학 알리미엔 캠퍼스별 기숙사비도 공개됩니다(식비 제외). 공시 자료(2015년 )를 토대로 기숙사비가 비싼 대학, 저렴한 대학을 랭킹으로 정리했습니다 (현재 운영하지 않거나, 학생 입사가 불가능한 곳 등은 제외).
1인실 기준으로 기숙사비가 가장 비싼 대학은 연세대 서울 캠퍼스입니다. 월 평균 62만 9000원에 이르죠. 2인실은 한국항공대(39만 4000원), 3인실은 인하대(32만 7000원), 4인실은 숭실대(28만 2000원)가 각각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숙사비가 비싼 대학은 대개 민자기숙사가 있는 곳입니다(앞서 소개한 랭킹에서 대학명에 ‘*’가 붙은 곳). 민자기숙사는 크게 민간투자자가 전설한 뒤 대학에서 임대료 형식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BTL, 민간투자자가 건설하고 일정 기간 시설을 운영해 수익을 거두는 BTO 방식으로 나뉩니다.
고액의 기숙사비가 책정되는 민자기숙사는 BTO인 경우가 많아요. 고금리의 민간자금을 활용했기 때문에,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선 기숙사비도 높게 책정하는 거에요.
대학교육연구소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한국사학진흥재단으로부터 입수한 사립대 민자기숙사 현황(2016)에 따르면, 연세대 SK국제학사 1인실은 65만 5000원, 고려대 프런티어관은 59만 5000원, 건국대 민자기숙사는 58만 5000원, 숭실대 레지던스홀은 55만 1000원에 이릅니다. 자료를 공개하면서 대학교육연구소 측은 “연세대 1인실 기숙사를 1년 간 사용한다면 국내 사립대 평균 등록금(737만원) 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꼬집었죠.
1인실 최저가 부산 동서대 "월 11만원에 내 방"
확인 결과 전국 4년제 대학(재학생 2000명 이상)의 기숙사 1인실 중 기숙사비가 가장 저렴한 곳은 부산 동서대에요. 2015년 기준으로 한 달 기숙사비가 10만 7000원에 불과했습니다. 2인실(13만4000원), 3인실(8만 7000원)도 전국에서 저렴한 기숙사 20위 안에 포함됩니다.
올해는 기숙사비가 조금 올랐다고 합니다. 동서대의 정정화 기숙사 행정사감은 “학생 복지 차원에서 최근 5년여 동안 기숙사비를 동결해왔지만, 올해 어쩔 수 없이 월 1만원 정도 인상했다”고 밝혔습니다.
동서대의 1인실은 2002년 인근 5층 아파트 2개동을 매입해 기숙사로 리모델링한 ‘학생생활 아파트’에 있죠. 총 103개 세대가 있는데, 방 3개에 거실이 있는 구조에요. 큰 방과 중간 방은 크기에 따라 2ㆍ3인실, 작은 방은 1인실(총 103실)로 활용하죠.
1인실은 창문이 있는 5㎡의 방입니다. 책상ㆍ침대ㆍ의자 외에 다른 집기를 넣기가 어려울 만큼 좁죠. 하지만 1인실 학생들은 혼자 쓰기엔 크게 불편하지 않다고 합니다. 거실에 옷장이 따로 두고 있어, 수납 공간이 부족하지 않다고 합니다.
광고PR학과 2학년 백성현씨는 지난해 군복학 후 올해 1학기까지 2인실에 지내다가, 방학을 맞아 1동 107호의 1인실로 옮겼답니다. 그는 “무엇보다 저렴한 비용에 나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어 좋다. 시설도 깨끗하고 관리도 잘 돼 있어 편안하다”고 전했습니다. 무선 인터넷, 난방도 잘 되는 편인데, 다만 에어컨이 없어 아쉽다고 하네요.
세대 마다 싱크대도 있지만, 취사는 금지하고 있어요. 대신 따로 마련된 공동취사실을 이용할 수 있죠. 백씨는 “답답함을 느낄 때면 거실에서 쉴 수 있다. 자연스레 옆 방 사람들과 인사하고 친해질 수 있어 좋다”고 했습니다.
동서대는 '글로벌빌리지'라는 신축 기숙사도 운영합니다. 하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본인만의 공간을 원하는 학생은 학생생활아파트 1인실을 더 선호한다고 합니다. 2인실 위주의 신축 기숙사보다 입사 경쟁이 더 치열하죠.
2인실 최저가는 김천대 아파트생활관
국내 대학 2인실 중 기숙사비가 가장 저렴한 곳(월 8만 7000원)은 경북 김천대 기숙사입니다. 김천 시내에 마련된 ‘아파트생활관’인데요. 동서대처럼 기존 아파트 건물을 활용합니다. 1ㆍ2학기 동안(방학 제외) 기숙사비가 71만원에 그쳐요.
1999년 완공된 아파트 1개동을 기숙사로 사용 중인데요. 28평형 아파트(60세대)의 큰 방은 4인실, 작은 방은 2인실로 활용합니다. 각 세대 마다 수납장·싱크대·식기건조기·가스레인지·냉장고를 갖췄고, 방엔 침대·책상·전화기가 있죠.
캠퍼스에서 버스로 5분 정도 걸리는데, 셔틀버스가 20~30분 간격으로 오고 갑니다. 김천대 학생생활관을 담당하는 이덕용 씨는 “김천대 신입생은 모두 기숙사에 입사 가능하다. 아파트생활관은 여학생 새내기를 우선 배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전국 최저 기숙사 계명대 4인실, 한 달 8만원에 OK
4인실 중 최저가이자 동시에 전국 대학 기숙사 중 가장 저렴한 방은 대구 계명대에 있어요. 이 학교 기숙사인 명교생활관 7개동엔 총 1093개의 방이 있는데요. 이중 4인실은 37개(148명)가 있죠. 2015년 한 달 기숙사비가 7만 9000원에 그쳤습니다. 올해 2학기(114박)의 경우 학생 1인당 관리비가 30만 3000원입니다.
명교생활관 배창범 행정팀장은 “기숙사는 수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학생 복지를 위한 시설인 만큼 최소한의 비용 산정으로 저렴하게 공급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배 팀장에 따르면 특히 기숙사비에 부담 느끼는 학생들은 4인실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물론 개별 샤워실까지 있는 원룸형만큼 편리한 건 아니지만, 4인실이 있는 믿음동ㆍ소망동엔 공동샤워실·세탁실·독서실·휴게실이 잘 갖춰져 있어요. 옆 건물의 헬스장·세미나실도 이용 가능하죠.
4인실에 머물고 있는 심리학과 2학년 강현경(21)씨는 “2인실, 3인실에 비교해 시설은 비슷하고 비용은 저렴한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꼽았습니다. 강씨는 “처음 생활할 때는 한방에 네 명이나 있어 어색했지만, 다양한 전공 학생이 함께 생활하며 정보도 얻을 수 있어 이젠 오히려 장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학생 입장에선 아무래도 서울 소재 대학에 비해 지역 대학 기숙사가 ‘가성비’가 뛰어난 편입니다. 대학 관계자들은 이같은 격차가 서울과 지역 간의 물가, 땅값 차이 만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간판만 내걸어도’ 지원자가 몰려드는 서울 소재 대학들이, 학생 수 감소라는 위기 상황을 맞아 학생을 고객으로 존중하는 지역 대학들에 비해 학생 복지에 둔감하다는 지적이죠. 학교를 믿고 부모 곁을 떠나온 청년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대학들이 한층 노력했으면 합니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