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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서 대화의 문 찾는 청와대 … 응답하라 199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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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벼랑 끝에서 과연 대화의 문이 열릴까. 북한과 미국의 격한 말 폭탄을 지켜보던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현 상황을 ‘벼랑 끝’이라고 표현했다.

1994년 북 IAEA 탈퇴 최악 상황 #미 클린턴, 선제 타격까지 검토 #카터 방북으로 극적 제네바 합의 #2005·2012년에도 위기 뒤 대화 #정의용, 맥매스터와 40분 통화 #“한·미 긴밀한 공조 약속 재확인”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에서다. 그러나 NSC 회의 결론은 “우리 정부가 ‘대화의 문’을 열어 두자”는 것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사례를 보면 북·미 간의 긴장이 최고조로 올라가다 전격적인 대화 국면으로 접어든 적이 있었다”며 “북·미 간 선제타격과 전격 대화는 늘 동시에 올라와 있는 메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대략 세 가지 사례를 대치 기간에 차이는 있지만 벼랑 끝 대치에서 나온 주요 합의 사례로 꼽고 있다.

①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최근 국가안보실 안팎에서 자주 언급되는 게 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다.

제네바 합의는 제1차 북핵 위기를 해소했다. 북한은 93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영변 핵시설 사찰을 거부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했다. 이듬해 북한이 IAEA까지 탈퇴하자 미 클린턴 행정부는 대북 선제타격 작전까지 검토했다. 하지만 94년 6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같은 해 10월 북한과 미국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본 합의문(Agreed Framework)을 체결했다. 북한이 핵 활동을 동결하는 대신 그 대가로 대북 경수로 2기 건설과 중유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② 2005년 9·19 공동성명=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의 평양 방문 때 북한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인정하면서 제2차 북핵 위기가 닥쳤다. 미 부시 행정부 일각에선 또다시 선제타격론이 거론됐다. 하지만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와 모든 핵 프로그램 포기 ▶미·북, 미·일 관계 정상화 ▶대북 에너지 지원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 개시 등의 내용이 담긴 2005년 9·19 공동성명과 같은 굵직한 합의문이 도출됐다. 다시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이 있었지만 이듬해 미국이 북·미 양자협상에 적극 임하면서 6자회담국은 2·13 합의(9·19 공동성명의 구체적 이행 방안 합의)와 10·3 합의(연내 핵시설 불능화,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를 이뤄냈다.

③ 2012년 2·29 합의=2009년 5월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또다시 제재 국면이 열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대북제재 결의 1874호를 채택했다. 이에 북한은 우라늄 농축에 착수하겠다고 반발했다. 지난 7월 4일과 28일 등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직후 전개된 상황과 비슷하다. 유엔 안보리가 지난 6일 북한 연간 수출의 3분의 1을 봉쇄하는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하자 북한은 “천백 배로 결산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2011년 미국과 북한은 긴장이 고조되던 상황에서 7월과 10월 고위급 회담을 열었다. 그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뒤에도 이듬해 2월 제3차 고위급 회담이 열려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동결과 미국의 대북 영양 지원을 맞바꾸는 2·29 합의를 도출해 냈다.

최근 ‘한반도 8월 위기설’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를 언급한 이후 북한은 ‘괌 포위 사격’이라는 위협으로 응수했다. 다만 9~10일 연속 6개의 성명을 쏟아낸 북한이 11일에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청와대는 일단 미국과 긴밀히 공조한다는 계획이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11일 오전 8시부터 40분간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했다. 정 실장의 요청으로 이뤄진 통화였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양측은 한·미 양국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취해 나갈 단계별 조치에 대해 긴밀하고 투명하게 공조해 나간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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