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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 없던 레이스, '말 많고 탈 많았던' 세계선수권 육상 200m

중앙일보

입력

Turkey's Ramil Guliyev crosses the line to win gold in the men's 200-meter final during the World Athletics Championships in London Thursday, Aug. 10, 2017. (AP Photo/Tim Ireland)

Turkey's Ramil Guliyev crosses the line to win gold in the men's 200-meter final during the World Athletics Championships in London Thursday, Aug. 10, 2017. (AP Photo/Tim Ireland)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0m는 '볼트 천하'였다. 그러나 일인자가 레이스를 떠나자 다양한 스토리들이 남았다.
11일 영국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200m 결승에선 '예상 외의 인물'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아제르바이잔 출신 터키 27세 스프린터 라밀굴리예프가 20초09로 우승을 차지한 것. 반면 우승이 기대됐던 웨이드 판니커르크(남아프리카공화국)는 굴리예프에 밀려 2위에 올랐다. 20초11을 기록한 판니커르크는 제림 리처즈(트리니다드토바고)와 같은 기록을 냈지만 사진 판독 끝에 힘겹게 2위를 차지했다.

Turkey's Ramil Guliyev, center, celebrates after winning the gold medal in the men's 200-meter final during the World Athletics Championships in London Thursday, Aug. 10, 2017. (AP Photo/Matthias Schrader)

Turkey's Ramil Guliyev, center, celebrates after winning the gold medal in the men's 200-meter final during the World Athletics Championships in London Thursday, Aug. 10, 2017. (AP Photo/Matthias Schrader)

육상 남자 200m는 한동안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천하였다. 볼트는 2009년, 2011년, 2013년, 2015년 세계선수권에서 200m 4연패를 이뤘다. 그러나 이번 대회엔 100m와 400m 계주에만 참가하겠단 뜻을 밝히면서 200m 레이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대회 유력한 우승후보론 400m 우승을 차지한 판니커르크와 올 시즌 200m 랭킹 1위 아이작마칼라(보츠와나)에 시선이 쏠렸다. 특히 판니커르크는 1995년 마이클 존슨(미국) 이후 22년만에 200m와 400m를 동시에 석권할 선수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정작 200m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연이어 터져 풍성한 이야깃거리만 남겼다. 먼저 마칼라는 식중독 의혹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노로 바이러스 의심 증상으로 출전이 제지돼 200m 예선에도 못 나서고, 400m 결선 출전도 좌절됐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는 선수는 이상 증상이 생긴 후 48시간 동안 다른 선수와 접촉할 수 없다”는 영국 보건당국의 명령 때문이었다. 결국 보츠와나 측의 강력한 항의와 단순 위염으로 판명되면서 IAAF는 마칼라의 200m 구제를 추진했고, 10일 나홀로 예선을 치렀다. 준결승에 합류한 선수의 최저 기록인 20초54보다 0.01초 빠른 20초53을 기준으로 정했고, 마칼라는 20초20으로 가볍게 준결승을 통과했다. 그러나 결승에선 예선 때보다 못한 20초44에 그쳐 6위에 머물렀다.

Turkey's Ramil Guliyev, right, celebrates after winning the gold medal in the Men's 200m final after of South Africa's Wayde van Niekerk, left, who took silver during the World Athletics Championships in London Thursday, Aug. 10, 2017. (AP Photo/David J. Phillip)

Turkey's Ramil Guliyev, right, celebrates after winning the gold medal in the Men's 200m final after of South Africa's Wayde van Niekerk, left, who took silver during the World Athletics Championships in London Thursday, Aug. 10, 2017. (AP Photo/David J. Phillip)

마칼라의 출전 제지로 가장 스트레스를 받은 선수는 판니커르크였다. 400m 우승을 차지했지만 갑작스런 출전 제지로 레이스에 나서지 못한 마칼라가 나서지 않아 '경쟁자 없이 이룬 우승'이라는 말도 들어야 했다. 결국 200m 2위로 마쳐 200m-400m 동시 석권이 좌절된 뒤, 판니커르크는 "너무 힘든 일주일이었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200m 우승을 차지한 굴리예프를 주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굴리예프는 IAAF 다이아몬드리그 등에서도 우승 경험이 없고, 그나마 지난해 유럽 챔피언십 200m 준우승을 차지한 게 최고 성적일 정도였다. 그러나 '큰 대회'에서 말 그대로 '대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굴리예프는 "'올해 큰 대회에서 한 번쯤 우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번 대회에서 그 목표를 이뤘을 뿐이다. 나 자신을 믿었다"고 말했다. 굴리예프는 우승을 확정한 뒤, 자신의 모국인 아제르바이잔과 현재 국적인 터키의 국기를 같이 들고 세리머니를 펼쳐 눈길을 모았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우승후보'들은 산전수전...'깜짝 후보'가 우승 성공 #200m 랭킹 1위는 식중독 논란 속 부진...6위 그쳐 #유력 우승 후보는 스트레스+부담 때문에 힘겹게 2위 #메이저 대회 우승 없던 굴리예프, 예상 밖 정상 '포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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