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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수능 절대평가, 단계적 도입으로 혼란 최소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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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교육부가 현재 중학교 3년생이 치를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을 어제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수능 절대평가 전환이 핵심이다. 절대평가는 점수 차를 두지 않고 90~100점은 1등급, 80~89점은 2등급을 주는 방식이다. 시안은 두 가지다. 1안은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에 따라 내년부터 필수가 되는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과 기존 제2외국어·한문을 절대평가로 바꾸는 것이다. 그리 되면 올해 처음 시행하는 영어와 지난해 도입한 한국사 등 절대평가 과목이 네 개가 된다. 2안은 수능 과목 7개를 전면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1·2안의 절충은 없으며 공청회를 거쳐 오는 31일 최종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시행 과정의 혼란과 부작용이다. 0.1점 차이로 당락을 가르는 줄 세우기식 상대평가를 없애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창의·융합형 교육을 하겠다는 취지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변별력과 공정성이 과제다. 올해 절대평가로 바뀌는 영어는 6월 모의평가에서 1등급이 4만 명을 넘었다. 서울 4년제 대학 수시 정원과 맞먹는다. 절대평가를 전면 도입하면 대학들은 새 전형을 만들거나 공정성 불신이 팽배한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혼란이 불 보듯 뻔하다.

그런 면에선 1안이 그나마 차선책이다. 단계적 적용과 보완을 거치자는 것이다. 관건은 통합사회·통합과학이다. 시험은 한 과목으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두 과목이다. 외려 수험생 부담이 커지는 만큼 한국사처럼 난이도와 범위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상대평가가 유지되는 국어·수학의 사교육 ‘쏠림’ 대책도 필요하다.

더 중요한 건 국민의 공감대다. 영어 절대평가에 따른 ‘풍선 효과’를 살펴본 뒤 내년에 확대 여부를 결정하자는 유예론도 만만찮다. 교육부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각계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