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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동해 아닌 서해 태안에 오징어 황금어장 떳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9일 오전 5시30분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항. 집어등을 주렁주렁 매단 오징어잡이 배들이 줄지어 부두로 들어왔다. 가장 먼저 도착한 배는 포항 구룡포 선적의 ‘찬유호(29t)’. 이어 남양호(29t)가 도착했다. 8일 오후 2시쯤 신진도항을 출항해 밤샘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배에는 펄펄 튀는 오징어가 한가득 실려 있었다.

지난 9일 오전 6시 충남 태안군 신진도항에 들어온 어선에서 산 오징어를 활어차로 옮기고 있다. 이 오징어는 5시간을 달려 강원도 속초로 운반됐다. 신진호 기자

지난 9일 오전 6시 충남 태안군 신진도항에 들어온 어선에서 산 오징어를 활어차로 옮기고 있다. 이 오징어는 5시간을 달려 강원도 속초로 운반됐다. 신진호 기자

배에서 선어(얼음을 채운 상태의 오징어)가 담긴 상자를 모두 내리자 커다란 기다리고 있던 대형 활어차가 짐칸의 뚜껑을 열었다. 배에서 내린 산오징어를 바로 싣기 위해서다. 오징어는 10마리씩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아 조심스레 옮겼다. 도착지까지 산채로 운반해야 제값을 받을 수 있어서다.

지난달 중순부터 30여척 조업… 산오징어 전국 각지로 배송 #어획량 따라 가격변동 커… 선어 1박스(20마리) 4만원선 거래

찬유호가 잡은 산오징어는 1270마리. 오징어는 활어차에 실린 뒤 5시간을 달려 동해안 속초까지 이동한다. 요즘 동해에서는 오징어가 잡히지 않아 서해안 오징어가 동해안으로 팔려나간다.

지난 9일 오전 6시 충남 태안군 신진도항에 들어온 오징어잡이 배들이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9일 오전 6시 충남 태안군 신진도항에 들어온 오징어잡이 배들이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오징어잡이 배가 들어올 때마다 서산수협 안흥위판장에서는 경매가 이뤄졌다. 10여 명의 중도매인이 손가락으로 표시하며 치열하게 눈치작전을 벌였다. 요즘은 물량이 얼마나 될지 예측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날 산 오징어는 마리당 3200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하루 전인 8일에는 마리당 7000원씩 거래됐다. 하루 만에 절반 이하로 가격이 내려간 것이다. 전날보다 어획량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선어는 상자(20마리)당 3만5000원에 거래됐다. 선어도 전날보다 2000~3000원가량 가격이 내려갔다.

남양호 선장은 “아이고 우짭니까. (가격이)그날 그날 다르니…. 내일은 또 달라지겠지예”라며 웃었다. 남양호는 이날 1600마리의 산 오징어를 잡았다. 이 오징어 역시 동해안 주문진으로 옮겨졌다.

충남 태안군 신진도항에 입항한 오징어잡이 배에서 선원들이 살아 있는 오징어를 뜰채로 들어올리고 있다. 신진호 기자

충남 태안군 신진도항에 입항한 오징어잡이 배에서 선원들이 살아 있는 오징어를 뜰채로 들어올리고 있다. 신진호 기자

이날 하루 서산수협 안흥위판장을 통해 거래된 물량은 산 오징어 9000여 마리, 선어 9620박스였다. 그날 그날 어획량은 변동이 있지만 최근 위판물량은 작년보다 5~10%가량 늘었다고 한다.

요즘 서해안 충남 태안 앞바다는 오징어 풍년이다. 지난달 15일 시작한 오징어잡이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중순까지 이어진다. 최근 동중국해에서 서해 쪽으로 난류가 유입되면서 난류성 어종인 어징어 어장이 태안 앞바다에 형성됐다.

오징어는 난류를 따라 겨울에 동중국해 인근에서 머물다 봄·여름 남해와 동해를 거쳐 러시아까지 올라간다. 겨울이면 다시 동국해로 돌아간다. 이중 일부가 남해에서 동해로 들어가지 않고 서해로 올라온 것이다. 예전에는 수량이 많지 않았지만 10여 년 전부터 어획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오징어 어장이 형성된 격렬비열도 주변 바다는 온도가 14~18도로 오징어가 살기에 좋은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오전 11시 충남 태안군 신진도항에 있는 서산수협 안흥위판장에서 중도매인들이 오징어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9일 오전 11시 충남 태안군 신진도항에 있는 서산수협 안흥위판장에서 중도매인들이 오징어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태안 앞바다에서 조업하는 배들은 포항과 울산·부산 선적이 대부분이다. 동해에서 남해를 돌아 태안 앞바다까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채낚기 어선’이다. 올해는 30여 척이 조업 중이다. 오징어잡이 배는 산오징어 전문, 선어 전문으로 나뉜다. 신선도가 생명인 산오징어는 오전 6시 한 차례, 선어는 오전 11시와 오후 2시 두 차례 경매가 진행된다.

태안 앞바다에서 잡히는 오징어는 타우린 함량이 많아 심장병과 고혈압·당뇨병·동맥경화 예방에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 해독과 시력 회복에 좋고 성인병을 억제하는 EPA·DHA 등이 함유돼 건강식품으로도 인기다.

지난 9일 오전 9시 충남 태안군 신진도항에서 밤새 오징어 잡이를 끝내고 들어온 배들이 하역작업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9일 오전 9시 충남 태안군 신진도항에서 밤새 오징어 잡이를 끝내고 들어온 배들이 하역작업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신진호 기자

신진도항에서 35년간 중도매인을 한 전풍용(72)씨는 “오랫동안 오징어를 다뤘지만 요즘 잡히는 오징어는 더 찰지고 맛이 좋다”며 “태안에서 잡은 오징어가 서울과 인천·강원도 등 전국으로 팔려나가니 흐뭇하다”고 말했다.

산오징어가 전국으로 팔겨나가는 대신 상자로 거래된 오징어는 안흥항 소매점에서 판매된다. 이날 소매점에선 20마리 한 상자에 3만7000~3만9000원에 팔렸다. 상자당 2000원만 더 주면 깨끗하게 손질도 해준다.

충남 태안군 신진도항 포구에서 한 상인이 오징어를 손질하고 있다. 오징어 20마리를 손질하는 데는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신진호 기자

충남 태안군 신진도항 포구에서 한 상인이 오징어를 손질하고 있다. 오징어 20마리를 손질하는 데는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신진호 기자

서산수협 이상만(49) 상무는 “오징어 하역작업과 경매, 손질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하루에도 수천여 명의 관광객이 신진도항를 찾는다”며 “이제는 서해를 오징어의 황금어장으로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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