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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하게 앞당겼던 ‘고무줄’ 달 탐사 계획 ‘원위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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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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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5년 앞당겼던 달 탐사 계획이 다시 밀린다. 과학계에서는 정권 입맛대로 무리하게 일정을 앞당겼다가 뒤늦게 ‘곪았던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9일 국가우주위원회를 개최하고 “달 탐사 1단계 사업 개발 기간을 2년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원래 2016년부터 내년(2018년)까지 3년간 진행하기로 했던 개발 기간을 2020년까지 늘린다는 뜻이다.

달 궤도선.  [사진제공=항우연]

달 궤도선. [사진제공=항우연]

한국형 달 착륙선의 모형. 달 표면 영상을 확보하고 우주 방사선을 측정하며, 자원을 탐사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한국형 달 착륙선의 모형. 달 표면 영상을 확보하고 우주 방사선을 측정하며, 자원을 탐사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달 탐사 프로젝트는 편의상 1단계와 2단계로 구분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1단계 사업’은 우주선(궤도선)을 만들어 달 궤도에 집어넣는 게 목표다. 지구 주위를 도는 위성은 많지만, 한국이 지구 궤도를 벗어나 우주를 탐사하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달 궤도선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지원을 받아 추진하고 있다. 달까지 가는 비행 방법과 기술을 지원받는 대신, 나사가 원하는 탑재체를 궤도선에 실어주기로 했다.

[SPACE-MARS]This artist's concept depicts the rover Curiosity, of NASA's Mars Science Laboratory mission, as it uses its Chemistry and Camera (ChemCam) instrument to investigate the composition of a rock surface. ChemCam fires laser pulses at a target and views the resulting spark with a telescope and spectrometers to identify chemical elements. The laser is actually in an invisible infrared wavelength, but is shown here as visible red light for purposes of illustration. The rover is set to land on Mars in

[SPACE-MARS]This artist's concept depicts the rover Curiosity, of NASA's Mars Science Laboratory mission, as it uses its Chemistry and Camera (ChemCam) instrument to investigate the composition of a rock surface. ChemCam fires laser pulses at a target and views the resulting spark with a telescope and spectrometers to identify chemical elements. The laser is actually in an invisible infrared wavelength, but is shown here as visible red light for purposes of illustration. The rover is set to land on Mars in

궤도선을 쏘아 올린 다음엔, 우주선(착륙선)을 달 표면에 올려놓는 게 목표다. 착륙선은 일단 달 궤도에 진입한 뒤 역추진해 달 표면에 착륙해서 '탐사차(rover)'를 내려놓는데, 이를 ‘2단계 사업’이라고 한다. 1단계와 차이는 우주선 개발·운용뿐만 아니라, 발사까지 모든 과정에 순수 국내 기술을 도입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미국·러시아·유럽·일본·중국·인도 등 6개국만 성공했다.
만만치 않은 작업인 만큼 시간도 꽤 걸리는 게 당연하다. 원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달 탐사 계획을 수립했던 2007년에는 목표 완료 시점으로 1단계 2020년, 2단계 2025년을 제시했다.

2020년 달 탐사에 쓰일 한국형 발사체의 핵심인 75톤 1단 추진 액체 로켓엔진 연소시험이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8일 오후 전남 고흥 외나로도 우주센터에서 열린 달탐사용 로켓에 쓰일 75톤급 엔진 연소시험. [사진 항우연 제공]

2020년 달 탐사에 쓰일 한국형 발사체의 핵심인 75톤 1단 추진 액체 로켓엔진 연소시험이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8일 오후 전남 고흥 외나로도 우주센터에서 열린 달탐사용 로켓에 쓰일 75톤급 엔진 연소시험. [사진 항우연 제공]

한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TV로 생중계한 토론회에서 “2020년 달에 태극기를 꼽겠다”고 공약한 게 화근이었다. 2013년 정부는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해 140개 국정과제 중 최상위(13번째) 추진 과제 중 하나로 달 탐사를 포함했다. 원래 계획을 5년 당겨서, 2020년까지 2단계 사업을 끝내라는 내용이다.

한국형 발사체(KSLV-2).

한국형 발사체(KSLV-2).

과학계는 무리한 계획이라고 생각했지만 ‘목줄’을 쥔 정치권 앞에선 발언권이 없었다. 문제는 곳곳에서 터졌다. 일단 궤도선이든 착륙선이든 달에 뭔가 쏘아 올리려면, 이를 실어 보낼 로켓(발사체)이 필요하다. 2020년 달에 우주선을 올려 보낼 발사체(KSLV-2)는 3개의 로켓으로 구성되는데, 맨 아래(1단로켓)에는 75t 로켓엔진 4개가 붙어있다. 이 엔진 4개가 동시에 불을 뿜어 선체를 우주로 밀어 올린다.
이 엔진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중간고사 격으로 원래 올해 연말 75t 로켓엔진 1개만 달아서 시험발사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연료탱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문제가 발생해 내년 10월로 시험발사가 밀린 상황이다.
또 발사체 발사용량을 감안하면 달 궤도선 무게는 550kg을 이내여야 한다. 하지만 설계한 궤도선 무게는 650kg에 달했다.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 궤도선의 임무를 일부 덜어내고 가벼운 재질로 설계하다가 또 3개월이 추가로 흘렀다.
5년 빨리 달착륙선을 우주에 올려놓으라고 채근하면서도, 예산은 제때 주지 않았다. 1단계 사업에만 1978억2000만원이 필요한데 2015년에는 국회가 예산 지급을 거부해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400억원을 신청했지만 정부에서 200억원을 삭감했다. 올해 710억원을 받았지만 2020년까지 달에 탐사선을 쏘아 올리기엔 부족한 상황이다.

2020년 달 탐사에 쓰일 한국형 발사체의 핵심인 75톤 1단 추진 액체 로켓엔진 연소시험이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8일 오후 전남 고흥 외나로도 우주센터에서 열린 달탐사용 로켓에 쓰일 75톤급 엔진 연소시험 / 2016.0608 / [사진 항우연 제공]

2020년 달 탐사에 쓰일 한국형 발사체의 핵심인 75톤 1단 추진 액체 로켓엔진 연소시험이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8일 오후 전남 고흥 외나로도 우주센터에서 열린 달탐사용 로켓에 쓰일 75톤급 엔진 연소시험 / 2016.0608 / [사진 항우연 제공]

또 막상 개발을 하다 보니 궤도선이 달 주위를 돌면서 하는 역할을 좀 더 늘려보자는 욕심이 생겼다고 한다. 최석원 항우연 달탐사사업단장은 “기왕 국민 세금을 투입해 처음 달에 가보는데, (원래 계획인 3개월이 아니라) 1년 정도 임무를 수행하게 하자는 주장이 나와 이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궤도선의 임무·수명이 늘어나면 개발할 품목도 많아지고 추가 조립·시험 기간도 늘어난다. 우주에서 실제 임무를 수행하는 탑재체는 4개에서 6개로 늘리고, 추력기·전장품 등 일부 부품은 국산화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과기정통부 전문가 점검위원회(위원장 방효충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위성 개발도 5~8년이 걸리는데, 달 탐사 1단계 사업을 3년 만에 추진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개발 기간을 2년 연장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배경이다.
1단계 사업이 연장되면서 2단계 사업도 자동으로 미뤄지게 됐다. 배태민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달 탐사 프로젝트는 어떤 일이 터질지 예측하기 힘들어 1단계 사업이 추가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2단계 사업 추진 일정이나 착수 시점 검토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과천 =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2025년 목표였던 달 탐사 계획 #대선공약이란 이유로 5년 당겼다가 #연료탱크·궤도선에 문제 생기고 예산도 안줘 #결국 1단계 사업 2년 연장하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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