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사건 수사 잘못” 문무일 검찰총장 첫 과거사 사과

중앙일보

입력 2017.08.09 01:47

업데이트 2017.08.09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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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무일 검찰총장이 8일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에서 출입기자단과 첫 간담회를 열어 수사심의위원회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신인섭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8일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에서 출입기자단과 첫 간담회를 열어 수사심의위원회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신인섭 기자]

문무일(56) 검찰총장이 8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시국사건 등의 잘못된 수사에 대해 사과했다. 검찰이 과거사를 공식 사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재심서 무죄 선고 인혁당 사건 등
“적법절차 준수, 인권보장 다 못해”
수사심의위 설치, 수사관행 개선
검찰 범죄정보 수집 기능도 축소

문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일부 시국사건 등에서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 처리한 과거 사건의 대표 사례로 인혁당 사건(1964·74년)과 강기훈씨 유서대필 조작사건(91년),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2000년) 등을 꼽았다. 모두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된 사건들이다.

검찰은 2008년 임채진 검찰총장이 과거사에 대해 유감을 표한 적은 있지만 지금껏 사과한 적은 없었다. 2013년 채동욱 검찰총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잘못된 과거에 대한 반성은 앞으로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취임 7개월 만에 물러나면서 구체적인 사과나 후속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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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2008년 이용훈 대법원장이 사법부 60주년 기념식에서 “사법부가 헌법상 책무를 충실히 완수하지 못함으로써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드린 데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개별 재판부도 재심 사건의 무죄를 선고하면서 “사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1년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쓴 『검찰을 생각한다』란 책에서 “법원과 경찰은 어느 정도 과거사 정리를 했으나 검찰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문 총장은 검찰 개혁 로드맵도 제시했다. ‘바르고 투명하고 열린’ 검찰상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 업무를 가능한 한 공개하고 외부 참여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 대해 수사와 기소 전반을 점검하는 ‘수사심의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사회 원로와 전문가들에게 적절성 평가를 맡겨 과잉·편파 수사 논란을 피해가겠다는 취지다. 문 총장은 “수사의 적정성에 대해 판단하는 절차가 없어서 이걸 심의하는 기구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총장은 또 “진술에 의존하는 문답식 조서를 지양하고 물증 중심으로 수사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특별수사도 총량(總量)을 줄이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범죄정보 수집 기능과 지청 단위의 특별수사 전담부서를 축소하고 지난해 1월 신설된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도 규모를 줄일 예정이다. 문 총장은 “단장을 검사장급에서 차장급으로 낮추고 부장검사도 1명만 둘 것”이라며 “유지는 하되 가급적 발동하는 일이 적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총장의 하명 수사나 대검의 직접 수사를 최대한 지양하겠다는 의미다.

문 총장은 국정 농단 사건 재수사와 관련해 “여러 논의가 있고 범위도 다양하지만 지금까지 수사 결과와 기록, 새로 제기된 수사 단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추가 수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도 “수사권 조정의 대원칙은 범죄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 논의에 필요할 경우 검찰도 참여하고, 논의가 모아져 법률이 통과되면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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