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행의 기술] 옷 잘 입고 공항 빨리 가면 좌석 승급? 보다 현실적인 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승표의 여행의 기술’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공항에 일찍 도착하라’, ‘옷을 말끔하게 입어라’,‘항공사 직원에게 친절하라’, ‘생일에 맞춰 비행기를 타라’. 공짜로 비행기 좌석 승급을 받는 팁이라며 인터넷에 떠도는 말들이다. 그러나 항공사 직원들은 전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라고 일갈한다. 그렇다면 마일리지를 쓰지 않고 좌석을 승급하는 방법은 없는 걸까? 공짜는 아니지만 그럴싸한 대안이 있다. 최근 약 60개 항공사가 도입한 ‘경매 방식’이다. 경매인 만큼 행운이 따라야 하지만 비즈니스 좌석을 제값 주고 산 사람이 알면 배 아플 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편안한 좌석에 누워 하늘을 날 수 있다.

캐세이패시픽·에티하드 등 50여 항공사 경매 방식 도입 #베트남항공·에어아시아 편도 약 20만원으로 승급 가능 #공항서 승급 우선 순위는 충성 고객·비싼 티켓 산 승객 #

비즈니스 좌석은 일반석보다 3~5배 비싸다. 공짜로 혹은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좌석을 승급하는 요령은 그래서 매혹적이다. 최근엔 출발이 임박해 남은 비즈니스 좌석을 경매로 파는 항공사가 늘고 있다.

비즈니스 좌석은 일반석보다 3~5배 비싸다. 공짜로 혹은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좌석을 승급하는 요령은 그래서 매혹적이다. 최근엔 출발이 임박해 남은 비즈니스 좌석을 경매로 파는 항공사가 늘고 있다.

관련기사

항공사들이 경매 좌석 승급을 본격화한 건 플러스그레이드(plusgrade)라는 회사가 등장하면서다. 미국 회사인 플러스그레이드는 어떻게든 빈 좌석을 팔아보려는 항공사의 고민을 알아차리고 시스템을 개발했다. 마감이 임박한 상품을 저렴하게 판다는 점에서 땡처리 상품과 흡사하다. 비즈니스 좌석이 30석인 항공사가 10석을 팔고 20석이 남았다면 이 좌석을 놀리지 않고 싼값에 파는 방식이다. 현재 캐세이패시픽·싱가포르항공·루프트한자·에티하드 등 약 50개 항공사가 이 시스템을 쓰고 있다.

캐세이패시픽, 싱가포르항공, 루프트한자 등 한국인이 많이 타는 항공사가 '플러스그레이드'와 제휴를 맺고 비즈니스 좌석을 경매로 판매한다. [사진 플러스그레이드 홈페이지 캡처]

캐세이패시픽, 싱가포르항공, 루프트한자 등 한국인이 많이 타는 항공사가 '플러스그레이드'와 제휴를 맺고 비즈니스 좌석을 경매로 판매한다. [사진 플러스그레이드 홈페이지 캡처]

경매는 대략 이렇게 이뤄진다. 먼저 항공사가 출발을 일주일 앞둔 일반석 승객에게 e메일을 보낸다. ‘저렴한 가격으로 비즈니스(혹은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으로 업그레이드하라’고. 모든 승객에게 e메일을 보내는 건 아니다. 단체 항공권, 초특가 항공권 등 정상가보다 저렴한 항공권을 산 승객은 제외된다. 경매에 참여할 승객은 이름과 예약번호를 입력한 뒤, 승급 신청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최소·최대 금액 안에서 입찰액을 정한다. 금액이 너무 낮으면 ‘Poor’, 보통이면 ‘Average’, 높으면 ‘Strong’이라 뜨는 걸 참고하면 된다. 신용카드로 결제한 뒤 기다리면 출발 이틀 전 성공 여부를 e메일로 통보해준다. 실패했다면, 결제금액을 환불해준다.

비즈니스 좌석 승급 경매는 자신이 입찰액을 정할 수 있다. 금액이 높을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 [사진 유튜브 캡처]

비즈니스 좌석 승급 경매는 자신이 입찰액을 정할 수 있다. 금액이 높을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 [사진 유튜브 캡처]

베트남항공·에어아시아·에어인디아 등은 옵션타운(optiontown)이란 회사의 시스템을 쓴다. 방식은 플러스그레이드와 유사한데 금액이 정해져 있는 게 다르다. ‘비즈니스 좌석 정상가보다 75% 저렴하다’고 옵션타운은 광고한다. 베트남항공의 경우, 편도 기준 15만~25만원을 좌석 승급 비용으로 받는다. 인천~하노이 일반석 왕복 항공권을 30만원에 샀다면, 80만원 이하(승급 비용 최대 50만원)로 비즈니스 좌석을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처음부터 인천~하노이 왕복 항공권을 비즈니스석으로 산다면, 100만원 이상 내야 한다.

에티하드항공의 럭셔리한 비즈니스 좌석. 에티하드항공은 모든 노선에서 경매를 통해 좌석 업그레이드를 시도할 수 있다. [사진 에티하드항공]

에티하드항공의 럭셔리한 비즈니스 좌석. 에티하드항공은 모든 노선에서 경매를 통해 좌석 업그레이드를 시도할 수 있다. [사진 에티하드항공]

항공사에 따라 서비스 제공 노선은 천차만별이다. 에티하드항공처럼 모든 노선에서 좌석 승급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항공사가 있는 반면 에어캐나다·하와이안항공 등은 인천발 항공편에서는 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에어아시아의 경우, 인천·부산~쿠알라룸푸르 노선만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사전에 시스템을 통해 좌석 승급을 시도하는 방식이 있다면, 공항 수속 과정에서 추가 비용을 내고 승급을 할 수 있는 항공사도 있다. 에어프랑스·KLM항공이 대표적이다. 두 항공사는 일반석 승객에게 인천~파리 노선 593유로, 인천~암스테르담 노선 759유로를 받고 승급을 해준다. 물론 비즈니스 좌석이 남은 경우에 한해서다.

좌석 승급은 어느 정도 운이 따라야 한다. 외모가 멀끔하다거나 공항에 일찍 도착했다고 좌석 승급의 우선순위가 부여되는 건 아니다. 충성 고객, 적립 마일리지가 많은 승객, 비싼 값을 내고 항공권을 산 사람 등이 우선 순위다. [사진 영국항공]

좌석 승급은 어느 정도 운이 따라야 한다. 외모가 멀끔하다거나 공항에 일찍 도착했다고 좌석 승급의 우선순위가 부여되는 건 아니다. 충성 고객, 적립 마일리지가 많은 승객, 비싼 값을 내고 항공권을 산 사람 등이 우선 순위다. [사진 영국항공]

경매 방식이든 공항에서든 좌석 승급은 결국 운이 따라야 한다. 좌석이 남아 있어야 하며, 적정 금액을 ‘베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을 가만히 기다리다가 좌석이 승급되는 상황은 ‘천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경우다. 항공사가 오버부킹(좌석 초과예약)을 받았다. 일반석이 모두 300석인데 공항에 일반석 승객 302명이 왔다. 어쩔 수 없이 두 명을 비즈니스 좌석으로 보내야 한다. 항공사는 302명을 저울질한다. 이때 기준은 공항에 일찍 온 사람, 옷차림 말끔한 멋쟁이, 생일자 혹은 신혼부부가 아니다. 항공사는 회원 등급, 누적 탑승 횟수, 항공권 구매 금액 등 다양한 데이터를 기준으로 승객을 일렬로 세운 뒤 행운의 주인공을 고른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승객 외모를 따져가면서 좌석 승급 여부를 결정하는 건 아주 옛날 이야기”라며 “괜한 기대를 가졌다가 실망하는 것보다 편한 복장으로 공항에 가길 권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