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왕? 홈런왕 꿈꾸는 야구 천재 강백호

중앙일보

입력 2017.08.08 01:00

업데이트 2017.08.08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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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농구만화 주인공 강백호가 그려진 농구공을 들고 있는 서울고 강백호. [장진영 기자]

농구만화 주인공 강백호가 그려진 농구공을 들고 있는 서울고 강백호. [장진영 기자]

"너네 아버지, '슬램덩크' 좋아하시나?"
'야구 천재' 강백호(18·서울고3)가 예닐곱 살부터 귀가 따갑게 들었던 말이다. 이어지는 질문은 항상 이랬다. "농구 잘하니?"
강백호는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이름이다. 원래 일본 만화인데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주인공 이름이 '강백호'가 됐다. 뒤늦게 농구에 입문한 주인공이 실력있는 농구선수로 성장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현실의 강백호는 야구 천재다. 투수도 하고 타자도 하고 포수도 한다. 6일 끝난 제51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는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9월에 열리는 2018년 프로야구 신인 2차지명에서도 1순위급 대어로 꼽히고 있다.

서울고 대통령배 우승 주역 #농구만화 주인공 이름 같지만 #투수·포수·타격 만능 야구 선수 #팬들 오타니처럼 투·타 겸업 희망 #“역전 안타 기쁨 삼진보다 더 좋아”

제51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 서울고와 경남고의 경기가 6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렸다. 서울고등학교가 경남고를 13:9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서울고 강백호 선수. 장진영 기자 / 20170806

제51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 서울고와 경남고의 경기가 6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렸다. 서울고등학교가 경남고를 13:9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서울고 강백호 선수. 장진영 기자 / 20170806

그런데 왜 이름은 강백호일까.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에서 만난 강백호는 "내가 늦둥이 외아들이다. 부모님이 건강하게 잘 자라는 의미에서 신화 속의 영험한 동물인 '백호(白虎)'로 이름을 지어주셨다. 하필 성씨가 '강'이라서 농구선수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강백호는 실제 농구도 잘한다. 주로 맡는 포지션은 가드다.

강백호는 사회인 야구를 30년 넘게 하고 있는 아버지 강창열(58)씨를 따라 5~6세부터 자연스럽게 야구를 배웠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초등학교 2학년 때다. 그리고 강타자로 두각을 나타냈다. 2015년 서울 고척스카이돔 개장 첫 홈런을 쏘아올린 것도 바로 그다. 강백호는 고교 3년 동안 타율 0.406(273타수 111안타)·10홈런·108타점을 기록했다.

서울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강백호 선수는 투수로는 150km를 상회라는 직구를 던지며, 포수·타자 각 포지션을 넘나들며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강 선수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170802

서울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강백호 선수는 투수로는 150km를 상회라는 직구를 던지며, 포수·타자 각 포지션을 넘나들며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강 선수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170802

투수로도 뛰어났다. 고교 1학년 때 선발투수가 팔꿈치를 다치면서 강백호는 갑자기 투수 글러브를 껴야 했다. 캐치볼을 한 다음 날 연습경기에 나갔는데 직구 구속이 무려 144㎞를 찍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해는 최고 시속 150㎞, 올해는 153㎞까지 던졌다. 강백호는 "이럴 줄 알았으면 왼손 투수가 됐을 거다. 원래 왼손잡이였는데 아버지가 다양한 포지션을 해보라고 해서 오른손을 쓰게 됐다"고 했다. 왼손 강속구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프로야구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서울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강백호 선수는 투수로는 150km를 상회라는 직구를 던지며, 포수·타자 각 포지션을 넘나들며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강 선수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170802

서울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강백호 선수는 투수로는 150km를 상회라는 직구를 던지며, 포수·타자 각 포지션을 넘나들며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강 선수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170802

강백호가 투수와 타자를 전부 잘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가만히 관찰해보니 하체가 튼튼했다. 강백호의 허벅다리 굵기는 무려 32인치. 너무 굵어서 다리를 붙이고 서 있을 수가 없을 정도다. 어머니 정연주(54)씨는 "시중에서 파는 일반 바지는 맞는 게 없다. 살이 쪄도 허벅다리에 찐다"고 말했다. 강백호는 안정적인 하체의 힘을 이용한 덕분에 큰 부상을 입은 적이 없다.

제51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 서울고와 경남고의 경기가 6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렸다. 8회 포수로 포지션이 바뀐 서울고 강백호 선수가 마운드에서 내려와 포스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강백호의 허벅다리 굵기는 32인치나 된다. 장진영 기자 / 20170806

제51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 서울고와 경남고의 경기가 6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렸다. 8회 포수로 포지션이 바뀐 서울고 강백호 선수가 마운드에서 내려와 포스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강백호의 허벅다리 굵기는 32인치나 된다. 장진영 기자 / 20170806

강백호가 일본 프로야구의 '이도류(二刀類·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선수)' 오타니 쇼헤이(23·니혼햄)처럼 크길 바라는 야구팬들이 많다. 그런데 강백호는 투수보다는 타자를 선호한다. 그는 "투수는 필요할 때 투입이 돼서 그런지 '알바(아르바이트)' 같다. 하지만 타자로는 항상 출전해서 애착이 간다" "시속 150㎞ 직구도 눈에 잘 보인다. 그런 공을 치는 재미가 있다. 또 내가 친 안타 하나로 경기를 뒤집을 때의 희열은 삼진을 잡는 것보다 강렬하다"고 했다. 다만 포수를 하면서 타자를 하는 건 힘들어 보였다. 강백호는 "수비 때 포수를 하니까 힘이 빠지더라. 그래서 올해 초에는 방망이가 잘 맞지 않았다. 타격에 주력하기 위해서 3루수와 외야수 수비도 틈틈이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강백호 선수는 투수로는 150km를 상회라는 직구를 던지며, 포수·타자 각 포지션을 넘나들며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강 선수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170802

서울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강백호 선수는 투수로는 150km를 상회라는 직구를 던지며, 포수·타자 각 포지션을 넘나들며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강 선수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170802

강백호가 최근 눈여겨 보는 선배는 이정후(19·넥센)다. 지난해 청소년 대표팀에서 함께 뛰면서 친해졌다. 강백호는 "정후 형이 프로에 가자마자 이렇게 잘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정후 형을 보면서 나도 내년에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후 형이 공격·수비·주루 등을 모두 잘하려고 하지 말고, 가장 잘하는 장점을 살리라고 조언해 줬다"며 "내 장점은 '타격'"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후는 올시즌 프로무대에서 타율 0.335(9위)·2홈런·34타점·82득점(2위)을 기록하고 있다.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에 입단해 타율 3할을 기록하고 있는 최초의 선수다.

강백호에게 야구선수로서의 꿈을 물었다. 다른 선수들이 그렇듯 '국가대표'나 '메이저리그 진출' 등을 꼽을 줄 알았다. 그런데 18세 소년이 어른스러운 대답을 했다. "야구로 성공해서 아버지 이름을 딴 야구장을 만들고 싶어요. 야구하는 아버지를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거든요."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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